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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Jan 16.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미국 대신 아시아로 눈 돌려야하나요.

"일본 최대 철강사가 미국 시장 공략에 실패하면 결국 아시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가 1월 8일 보도한 일본제철의 향후 행보를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150년 역사의 일본 대표 철강기업이 중대 갈림길에 섰네요.


1870년 탄생한 일본제철은 메이지 시대부터 일본 산업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한국의 포스코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요. 1968년 박태준 포스코 설립자가 일본제철을 찾아가 기술 지원을 요청했고, 당시 이나야마 요시히로 회장이 흔쾌히 도움을 줬죠. "철강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며 경쟁사가 될 수 있는 한국 기업을 돕는다고 일본 내 반발도 있었지만, 이나야마 회장은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라며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한때 한국을 도와줬던 일본제철이 최근 중대기로에 서있습니다. 2012년 스미토모금속과 합병하며 세계 2위 철강사로 도약한 일본제철은 이번엔 미국 시장을 노렸습니다. US스틸 인수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데요. 미국이라는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아시아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 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며 인수를 전격 불허했죠.


여기에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로렌조 곤살베스 CEO가 US스틸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일본제철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는 "US스틸의 브랜드와 본사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인수 후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CNBC는 1월 5일 클리프스와 미국 전기로 최대 기업 뉴코어가 협력해 US스틸을 인수할 가능성을 보도했으며, 뉴코어가 인수 후 US스틸의 전기로 자회사를 매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곤살베스는 일본 및 중국 철강 산업을 비판하며 "미국의 철강 산업은 미국 내에서 소유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일본제철은 곤살베스의 발언이 '편향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또한 "곤살베스의 제안은 일본제철의 계획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US스틸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곤살베스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일본제철은 이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블룸버그는 "일본제철이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미국이 아닌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사업 확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이미 중국 철강사들의 각축장이 됐다는 점이죠.

중국 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린 건 복합적인 위기 때문입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건설용 철강 수요가 급감했죠. 여기에 제조업 경기도 살아나지 않으면서 산업용 수요도 바닥을 쳤고요. 하지만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줄지 않았습니다. 지방정부들이 일자리와 세수를 지키기 위해 적자를 보는 철강사들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면서 생산을 계속하게 만들었거든요. 결국 넘쳐나는 물량을 해외로 떠넘기는 '밀어내기식' 수출이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올해 1~9월 베트남(320만톤), UAE(120만톤), 사우디(91만톤) 순으로 중국산 철강 수입이 크게 늘었습니다. 인도(64만톤)와 필리핀(61만톤)도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급증했죠.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쏟아지면서 현지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은 무너져갔습니다.


특히 인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프라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철강 수요가 폭증하고 있거든요. 일본제철은 이미 아르셀로미탈과 합작한 AM/NS 인디아를 통해 이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현재 연간 960만톤인 생산능력을 1,5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워뒀죠.

태국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G스틸과 GJ스틸이라는 두 개의 전기로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요. 이들은 건설용 강재와 강관을 주로 생산합니다. 태국의 제조업과 인프라 수요가 늘자 지난해 8월 약 60억 엔 규모의 설비 투자도 결정했죠.


"AM/NS 인디아의 설립만으로도 중국 철강사들에겐 충분한 위협"이라고 우드맥킨지의 로렌스 장 수석 컨설턴트는 말합니다. 영국의 철강 전문 리서치 업체 칼라니시 커머디티의 토마스 구티에레즈 분석가는 "일본제철의 미국 진출은 중국 기업들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 인도와 동남아 시장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저가 수출로 버티던 중국 철강사들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죠.


결국 미국 진출이 좌절된다면 일본제철은 아시아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중국 철강사들의 각축장이 된 이 시장에서 150년 전통의 일본 철강 거인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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