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살면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해본 적 없어"
열 살 아이의 키, 어림잡아 140cm에 육박하는 이민가방의 네 바퀴가 내는 소음보다
코를 찌르는 담배향이 카지노 쿠폰에겐 이국적이었다.
팬티, 양말 같은 숨기고 싶은 거죽이 저 가방 안에서 뒤엉켜 있는 건 이른바 도주의 증거였다.
스스로 도망자라고 자신을 정의한 카지노 쿠폰이었어도 '공항에서 흡연이라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가 막 도착한 바르셀로나는 자유의 도피처로 손색없었다.
"뭐야, 담배 펴도 되는 거야?"
"응, 어때 괜찮지?"
카지노 쿠폰의 황당함에 현수는 당당하게 답했다. 10년 전 단발머리에 경영대학 1층 로비에서 담배를 문 채신입생들에게 점심 먹으러 가자고 다그치던 모습처럼 보이쉬했다.
공항을 벗어나 바르셀로나 한복판의 '엘 꼬르떼 잉글레스'백화점 노상에서 피난민처럼 이민가방을 끌고 가는 상황이 지훈은 버거웠다. 눈빛 한 줌 변해도 지훈의 마음을 꿰뚫던 현수는 덥석 지훈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택시 타자. 버스 끊기진 않았는데, 첫날이니까" 현수는 능숙하게 그 백화점 앞에서 대기하던 택시에 올랐다. "여기, 이 주소, 여기로 가주세요" 고작 혼자 두 달 체류했어도 현수는 스페인 억양이 제법이었다.
택시 뒷 트렁크에욱여넣은 이민가방을 싣고 그 차는 달렸다. 자정이 다 된 바르셀로나의 밤공기는 지중해와 붙어 있는 도시답지 않게 8월 말이어도 을씨년스러웠다. 동거를 택한 지훈은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택시는 달동네로 가는 것만 같았다. 지훈의 눈엔 남산타워처럼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큰 산' 타워로 가는 듯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이지만 그 산은 카지노 쿠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