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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버스 Mar 26. 2025

카지노 게임 참

어느날 저녁에 늦게 들어와 주차할 곳이 없어 부득이 지하주차장에 이중주차를 해두었다.


분명 사이드를 풀고 'N'에 기어를 놓은 상태에서 이중주차를 해두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침에 갑자기 카지노 게임와 문자를 받았다. 카지노 게임는 몇 번 울린 것 같은데 멀리두다보니 몰랐고, 문자가 와있길래 뭐지하면서 열어봤다.


'차 좀 빼주세요'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으로 허겁지겁 카지노 게임를 다시 하니, 옆에 분이 도와주셔서 잘 나갈 수 있었다고 해서, 뒤늦게 나마 문자로 '너무 죄송합니다'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너무 죄송해서 몸둘 바를 몰라하면서 지하로 내려가 차를 밀어보니 밀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차가 밀리지 않은 상태였다면 너무나 더 죄송했을텐데, 그나마 밀 수 있는 상태여서 옆에 분이 밀어줬나보다 생각했다. 사실 차가 좀 길다보니 무게가 나가고 이중주차된 차를 밀고 나간다는게 남자로서로 쉽지 않다. 특히 SUV는 남자들도 밀기가 힘들어 한번씩 어깨가 나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부모님이 그런 차를 민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더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 정도 지난 것 같다. 갑자기 모르는 곳에서 카지노 게임가 온다. 처음에는 카지노 게임를 받지 않았다. 요즘에는 모르는 카지노 게임는 사실 받기가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 받지 않고 있으니, 문자가 와서 보니 성당에서 연락이 왔다.


' oo성당 반장입니다. 아파트 주민 중에 성당 분들끼리 같이 모여서 미사를 볼건데, 참석이 가능하신지 연락드렸습니다. 연락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메세지를 보니,


'차 좀 빼주세요'라는 메세지가 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카지노 게임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카지노 게임를 못받아서 죄송합니다. 그때 차도 늦게 빼서 죄송합니다. 반장님이셨는데 제가 몰라뵈어 실수가 많았습니다.‘


카지노 게임기 건너 편에 계시는 '반장님'께서는 너무나 반가운 목소리로 웃으시며 맞아주신다. 기분이 이상했다.


반장님도 황당하셨는지 바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시고있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신다. 결론은 모임을 하자는 얘기시지만 그 얘기 중에 포항얘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또 다시 카지노 게임이 이어진다.


반장님의 고향이 포항, 나의 고향도 포항.


소름이 돋을 정도라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않고 제대로 포항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런 카지노 게임이 있냐며 꼭 한번 만나야겠네라고 하신다.


‘네, 제가 다음에도 이중주차를 할테니 그때 한번 또 연락주세요’라고 이제는 편해진 사이인냥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를 끊고나서 아내에게 그 상황을 얘기하니 너무 신기하다며 웃다가 금방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역시 나만 신기했나보다.


카지노 게임 참 말 못할 정도로 우연의 연속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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