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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 Mar 16. 2025

카지노 게임 '오우가(五友歌)'

등산이 취미라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어떤 산이 가장 좋았냐고! 그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산의 모습은 아침저녁이 다르고 계절 따라 완전히 딴 존재로 다가온다. 심지어는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나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감흥을 선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래도 지금껏 변치 않고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산이 몇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만큼 카지노 게임의 첫 경험은 강렬했다.

30대 후반 주말마다 동네 산악회를 따라 전국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산을 올랐다가 남다른 비경에 깜짝 놀랐다. 꽤 힘들었지만, 바위 능선을 타며 보던 풍광에 압도당했다. 나중에 알았다. 멀고먼 험난한 유배길에 올랐던 조선의 대문호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도 감탄해 마지않던 명산임을. 그때는 금방 또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찾기까지 십수 년이 걸렸다. 너무나 먼 거리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산행 공지를 발견하고 바로 두 좌석 신청했다.

“아니, 다섯 시간 산 타려고 왔다 갔다 열두 시간이 말이 돼?”

매사 효율성을 부르짖는 남편이 여지없이튕긴다.

“봄 소풍 가듯 가자, 이번 기회 아니면 못 간다고.”

혼자라도 잘 나서지만남편을 대동하려 애쓴 건 동네 산악회가 갑자기 낯설어졌기 때문이다. 새벽 독서 모임을 하느라 작년 1년 발걸음을 못 했더니 새 회원들로 물갈이가 싹 됐다. 은근히 낯가림 있는 마누라의 끈질긴 설득에도남편은 또 한마디 한다.

“강진 근처 그 산 가 봤어. 별거 없던데 뭘.”

이젠 사실 왜곡까지 한다. 남편은 카지노 게임을 간 적이 없다. 그는 지금 가기 싫어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산과 혼동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속는 셈 치고 가자, 후회하지 않을 거다 등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 결국 동의를 받아냈다. 마누라 소원이니 가준다며 비싼 티를 팍팍 내더니 출발 당일 새벽 또그런다.

“여보, 카지노 게임에 오늘 비 오는데!”

부글부글 끓었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파국’이다.

“걱정마, 확인해 봤는데 비는 아침 10시에 그쳐. 우리 도착은 오전 11시야.”

우여곡절 귀차니즘 대마왕 남편과 카지노 게임 산행에 나섰다.


새벽 5시에 나서 여섯시간 만에 전남 영암에 도착했다. 읍내 바로 앞으로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바람이 쌀쌀하다. 늦은 시작 시간에 일행들은 바로 산을 오른다. 해발 809미터지만 고도 '0'에서 시작하니 천 미터급 난이도라 할 수 있다. 대나무숲을 지나고 조릿대가 늘어선 기분 좋은 초입 길을 지나자, 오르막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부부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낯설지만 익숙한 듯 도란도란 발맞춰 걷는 길, 이런 분위기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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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땅을 디디며 카지노 게임을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폭신한 흙길과 바윗길이 오묘하게 조화롭다. 소나무 숲도 나타나고 바윗길도 이어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산길도 잘 정비돼 국립공원의 위용도 실감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금세 땀범벅이 되지만 조금만 올라도 남도의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바람한줄기 선물처럼 시원하다. 아, 봄이 왔구나!

돌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숨이 차오르고 발걸음이 무겁다. 이럴 때 적용해 보는 나만의 등산 꿀팁이 있다.

-다른 사람 말고 내 속도로 올라가기

-아득한 꼭대기 보지 말고 한 걸음만 생각하기

-들숨은 짧게 날숨은 길게 호흡에 집중하기

-산길카지노 게임 만나는 것들에 말 걸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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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싹 틔울 가지 끝 겨울눈도 쳐다보고 무심한 까마귀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능선에 올랐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눈앞에 굽이굽이 펼쳐진다. 문득 돌아보니 저 멀리 영산강이 흐르고 그 너머 목포 앞바다가 펼쳐진다. 이제부터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걸으며 바위산의 향연을 즐기면 된다. 사람들이 왜 카지노 게임을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하는지 실감한다. 오형제 봉이 장엄하고 고인돌, 통천문 등 갖가지 바위 형상들이 예사롭지 않다. 앞서 걷던 산우들도 중국의 명산 못지않다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린다.

“오~~ 이 산, 재밌네!”

인색한 남편도 한마디 보탠다.

“내가 뭐랬어, 최고라고 했어,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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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을 지나 카지노 게임의 최고봉 천황봉에 다다랐다. 정상에서의 풍광은 힘든 오르막이 있어 황홀한 법이다. 전국에서 이렇게 평평한 암반을 가진 산이 몇이 있을까. 사방을 둘러보니 새삼 카지노 게임의 남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드넓은 평야에 거짓말처럼 우뚝 솟은 월출의 위용, 소백산 자락이 목포 앞바다로 흘러가다 평지에 돌출된 잔구 형태로 만들어졌다는데 산줄기가 참 정겹다. 옹골찬 뼈를 대담하게 드러내며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지만 절대 험산이 아니다. 곱고 반듯한 청년의 이미지라면 비유가 적당할까.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은 또 얼마나 장엄할지, 아니지 ‘월출’이라는 이름을 괜히 지었겠나, 달 뜨고 지는 광경까지 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삐죽삐죽한 능선과 정상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월악산 시즌1이었다면 사자봉을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는 하산 코스는 또 다른 재미의 시즌2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아찔하고 가파른 계단 길을 디뎌야 ‘구름다리’에 설 수 있다. 산행 시작 후 네 시간이 흘렀다. 이쯤 되면 쉼 없는 걸음에 몸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의 나는 이런 걸 ‘견뎌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즐겨야 한다’로 바꿔본다.

지루한 걸음에 변주를 줘가며

그 여정까지 만끽하라는 얘기다.

옆으로도 걸어보고

뒤로도 걸어보고,

한 발씩 모아 보고

뚜벅뚜벅 박자 맞춰 디뎌보라.

아우성치던 관절이 신기하게도 부드러워지고,

땡땡하던 종아리도 풀어진다.

어느덧 카지노 게임의 명물 ‘구름다리’에 도착했다. 붉은색 철제 다리가 해발 육백 미터 칼날 같은 사자봉과 매봉에 걸쳐있고 다리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회원 한 분은 일찌감치 노선을 변경했다. 삐죽 솟은 암봉을 병풍 삼아 일행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하산길이 즐거워진 건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저 멀리 뒤처지는 남편의 발걸음 덕분이다. 핑곗거리 찾아가며 가뭄에 콩 나듯 산을 댕기는 남편에게 이게 벼락치기의 한계라며 놀렸다.


신입회원처럼 산벗들과 한두 마디 섞어보는 기회가 왔다. 산행 재미에 푹 빠져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예쁘다. 친구끼리 오순도순 나누는 대화도, 말 한마디에도 까르르하던 싱그러운 웃음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네는 ‘하산 종료’ 선물도 유난히 달콤했다. 저녁 6시쯤 영암 읍내식당카지노 게임 맞이한 진수성찬은 카지노 게임 산행의 대미였다. 육고기, 물고기, 산나물, 삼합 등 끝도 없이 내오는 반찬을 맛보며 남도 인심에 감동했다. 낯설던 회원님들이 정겨워져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말았다.

“자주 뵙고 싶어요.”

바위틈카지노 게임 멋들어지게 자란 소나무

유배 중이던 윤선도는 카지노 게임을 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이면 벗으로 충분하다며 ‘오우가’를 읊었다. 카지노 게임의 ‘달’만 보면 나도 윤선도쯤은 될 터인데 언제쯤 가능할지 귀갓길이 아쉽기만 하다. 상경하는 버스 안에서 나도 남편도 곯아떨어졌다. 눈 떠보니 서울이다. 집 현관문을 열며 남편에게 물었다.

"카지노 게임, 어땠어? 네 글자로 말해봐!”

“아기자기! 흥미진진! 열두시간! 버스안도! 안아깝다!”

소리치는 남편 얼굴이 ‘달’처럼 환하다. 다섯번째 벗이바로 옆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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