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같은 꿈길을 밤새 뒤척이다가
가는 눈을 겨우 뜬 첫 시간,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지난 추억들이
새벽안개처럼 망막에 맺힌다
아직은 더듬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가만히 손을 내밀면
돌아보지 말라는 듯
어느새 저만치로 멀어져 있다
제아무리 붙잡으려 손을 저어도
결국에는 허공만 젓는 짓일 뿐이란 걸
삶의 시간에게서 배운 뒤에는,
떠나려는 것은
그냥 떠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에도 눈물지어서는안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행여 바람이 날을 세워 불어와도
가슴 떨지는 말아야 한다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아픈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깨진 추억의 파편을
애써 맞추려는 짓 따위는하지 말아야 한다
흩어지는 대로 그냥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곁에 있어도 가벼워지지 않던
그 질긴 인연은
지병 같은 것이었다고 여겨야 한다
이젠 돌아서서 몸 추스르는 법을 익혀야 할 때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몸을 일으켜 다시 배낭을 챙겨야 한다
이제 알겠는가
살아간다는 것과
여행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같은 뜻을 가진 두 개의 문장일 뿐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