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위로
어느 봄날, 푸른 하늘 아래 경복궁이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문득 뒤돌아보니,
산은 묵묵히 그 위엄을 드러내고,
기와지붕은 햇살을 머금은 채 조용히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한때 우리는 빠르게 살아야만 살아지는 줄 알았다.
속도를 줄이면 도태될 것 같았고,
쉬어가면 잊힐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처럼 천천히 쌓아올린 시간은 오히려 깊고 단단했다.
몇 백 년의 바람과 햇살을 견디며
더 아름다워진 이곳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도 그렇게 쌓여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고
산을 바라보고, 고궁의 숨결을 느껴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살며시 속삭인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