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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홍 Apr 15. 2025

카지노 게임 정리와
카지노 게임 것의 상관성

옷장을 카지노 게임했다. 마구잡이로 예뻐 보이는 옷을 사다 보니 옷장이 가득 찼다. 예전에 유행하던 스타일의 맨투맨 티셔츠, 인플루언서들의 픽이었던셔츠, 과감히 시도한 샛노란 색의 바람막이 등이 내 앞에 쌓여있다. 내 몸의 선과 맞지 않아서, 재질이 나풀나풀거려서, 너무 쨍한 색깔이라서 한두 번 입고 말았었다. 이런 옷을 왜 좋아했지 싶기도 한 것들도 있다. 옷을 몸 위에 잠깐 대어보고, 인터넷 상세설명으로 대중한 것으로 옷이 잘 어울릴거라고 믿은 내가 바보같기도 하다.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더 좋은 주인을 만났을까? 카지노 게임 모퉁이에 박혀있지 않고맘껏 햇빛을 받았을까? 시원한 바람을 맞았을까? 문제는 인터넷 쇼핑몰의 버튼을 누르는 나의 손가락에 있을 텐데, 애먼 옷들이 카지노 게임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좁은 구석에서 어느 날은 답답하고 습한 기운에 몸부림치며, 어느 날은 서늘한 기운에 벌벌 떨며 그렇게 보냈겠지. 아름다운 가게에 의류 방문 기부를 신청했다.


막상 박스 안에 잘 안 입는 옷들을 넣으려 하니 여러 핑계들이 생겨난다. 이 후드티는 유행이 지났지만 집 앞에 마실 나갈 때 입었는데. 이 셔츠는 잘 입진 않았지만 선물로 받아서 아까운데. 목이 늘어난 반팔티셔츠는 그래도 잠옷으로 쓸 수 있을 텐데... 옷을 꺼내서 괜히 소매를 반으로 접고 다시 편다. 계속 품에 두기엔 욕심일 텐데. 접은 마음을 다시 펴면 구깃구깃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접히지 않은 빳빳한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


옷을 카지노 게임하니 세 박스가 나왔다. 옷장이 허물을 벗은 것 마냥 날렵해졌다. 덩달아 홀가분해졌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벗긴 것 처럼. 원래부터 이 옷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문 앞에 옷 세 박스를 뒀다. 택배원 선생님이 수거해주실 때까지 우리 집 앞에 계속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문 앞에 있는 박스때문에 살짝 몸을 돌려 문을 열어야 한다. 불편한 채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카지노 게임 것도 비슷하다. 일상생활에 파고든 그 사람의 무엇때문에 괜시리 고개를 돌리거나 문득 걸음을 멈추거나 한다. 공원 벤치 같은 곳에서 나무나 연못을 바라보거나,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산으로 떠날 수도 있다.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곳이 그리워지곤 한다.


집 앞의 옷들이 사라졌다. 마침내 옷들을 가져가신 것이다. 시원하고 서운하다. 옷 때문에 문을 열기 불편했다는 사실을 언젠가 잊어버릴 것이다. 필요 없어진 옷들을 박스에 넣는 것도, 옷장에 옷이 가득 찼던 것도 까먹을 것이다. 어느 순간 기부 영수증이 도착할 때쯤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내가 옷장을 카지노 게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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