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처럼
어느 날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황새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렇게 한 번 날아봤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한 번은 저리 날아봐야겠다고 맘먹었다.
누가 말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며 내게 분수를 알라 했다. 내 분수가 어떤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황새는 황새의 삶이 있고 뱁새는 뱁새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뱁새가 노력한다고 황새가 되지 않는다는 것, 뱁새는 황새처럼 살 때가 아니라 뱁새로 살 때 의미가 있다는 걸 아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가 뱁새인 것을,뱁새로 사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린다. 얼마 전에도 나는 황새처럼 높이 날려고 맘먹었다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다가 큰코다칠 뻔했다. 지금부터 내 뱁새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네가 태어났을 때, 콩 이파리 같았어.”라고 엄마가 말한 때가. 방금 태어난 아기는 연약하고 작은 것은 당연하다. 카지노 게임 얼마나 연약하고 작았으면 콩잎 같았다고 할까?
국민학교 2학년 때다. 그때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아이에게 도시락을 가져오라고 해서 옥수수죽을 주었다. 선생남이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정희야, 너도 도시락을 가져오너라. 형편이 안 돼서가 아니다. 넌 몸이 너무 약하잖아. 집이 멀어서 먹고 가야 한다.”
카지노 게임 이십 대 시절엔 가을이면 길가에 줄기가 가늘고 긴 코스모스 꽃들이 많이 피었다. 특히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땐 김상희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이란 노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옛날 코스모스를 여기로 끌고 온 이유를 이제 말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나 보고 “코스모스 같다.”라고 했다. 이 말은 멋있게 보여도 너무나 가냘프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며칠 전 한글 수업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한 노인 교육생에게 잘못 쓴 글자를 바로잡아주고 있었다. 이 교육생이 책상 위에 놓인 내 손목을 쓰다듬으며 ”아이구우우~~~“ 소리를 냈다. 그리곤 나를 쳐다봤다. 이 손목으로 어떻게 살았노? 하는 눈빛이었다.
까맣게 잊었던 기억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유치원 아이들과 숲체험 수업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유치원 아이의 손목과 내 손목이 한눈에 겹쳐 들어온 적이 있었다. 나는 놀랐다. 내 손목이 더 가늘었기 때문이다. 저절로 다른 유아들의 손목에 눈길이 갔다. 대부분의 유아들의 손목이 내 손목보다 굵었다.
시부모님 생신상 한 번 차리지 않았는데도, 이 일로 시부모님은 물론 시댁 형님들에게도 아무런 잔소리 한 번 듣지 않은 며느리가 세상에 있을까? 그런 며느리가 없을 것 같지만,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시어머님은 내게 김장하러 오라고 연락을 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제사 음식을 만들러 오라고 한 것도 결혼한 지 15년쯤 지나서였다. 시어머님은 내게 제삿날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제삿날뿐이 아니다. 시아버님과 당신의 생신날 마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남편은 중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자취하여 집안 대소사 날짜를 아예 모른다. 부모님이 아들에게도 생신날과 제삿날을 알려 주지 않은 것이다.
팔자는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여자가 클 때 일을 많이 하면 시집가서도 일을 많이 하게 된다는 말이고 어릴 때 일을 하지 않으면 시집가서도 일을 적게 한다는 말이다. 이 말 나를 두고 한 말 같다.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다. 이때껏 김장을 제일 많이 한 게 배추 여섯 포기다. 고작 김장 여섯 포기를 하는데 등뼈가 휘어지는 듯 아팠다. 신혼 때 매일 남편 와이셔츠 손빨래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와이셔츠 하나 빠는데 등뼈가 휘고 팔이 휘고 손가락이 아팠다.
이런 내게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나는 센서가 민감한 엘리베이터처럼 되었다.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 한 사람이 더 올라타면 삐 신호가 울린다. 적정 무게를 벗어났으니, 한 사람이 내리라는 신호다. 카지노 게임 조금 무거운 짐을 들면 내 몸이 엘리베이터처럼 삐 신호를 보낸다. 그 물건 내려놓으라고. 엘리베이터는 한 사람이 내려야만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이 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짐을 들고 갈 수 있다. 이게 엘리베이터와 나와 다른 점이다. 카지노 게임 이 신호를 무시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날수록 내 몸이 들 수 있는 용량이 적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몸이 비틀어지면서 절뚝이며 걷게 될 것이다.
나는 대체로 이 신호를 준수하며 살 수 있었다. 무언가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상황에서 말없이 대신 들고 옮기는 남편이 있어서다. 그리고 "엄마는 가만있어."라며 무거운 짐을 옮겨 준 아이들 덕분이다. 카지노 게임 여느 며느리처럼 100 포기 김장 담는데 불려 갔더라면 나이 70살에 지하철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며 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뱁새로 살아가는데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황새처럼 살아가려고 하니, 사달이 안 날 수 없다.지난겨울에 생전 걸리지 않던 감기에 두 번이나 걸렸다. 요즘에도 몸이 피곤하기 짝이 없다.
내게 황새는 매일 글을 쓰는 작가들이다. 그중에 최고의 황새는 1700일을 매일 글을 썼고 2000일을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는 작가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라는 책을 쓴 작가라는 것만 밝히겠다.
나는 황새를 바라보고 따라가려 애쓰지만황새처럼 살지는 않기로 한다. 언제 또 내가 뱁새인 것을 잊고 황새처럼 날려고 퍼덕퍼덕거릴지 나는 모른다. 황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할 때마다 가랑이 찢어지지 않게 하려고 삐이~~~ 신호를 울려 줄 민감한 센서가 부착된 내 몸이 내겐 가장 큰 자산이다.
나는 이를 모르고 카지노 게임 밖에 안 된다고 탓하기도 했다. 내 몸이삐이~~~"넌 카지노 게임야"라는 알람이 울리면, 그 순간 나는 키보드 두드리던 손가락을 거둘 것이다.이 글은내겐 뻔한 카지노 게임 세상의 이야기이지만, 카지노 게임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황새에겐 흥미롭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몇 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