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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최정희 May 04. 2025

어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달장애인의 웃음

말보다 오래된 언어, 웃음이란 몸짓 언어


이 이야기는 웃음에 관한 이야기다. 생태공예 수업 중 발달장애인 20 대 청년이 웃었다. 이 웃음은 내가 본 웃음 중에 가장 특별했다. 아마 이런 웃음은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나는 ㅇㅇ복지관에서 2년 정도 매주 생태공예 수업을 했다. 이 수업에는 발달 장애인 청년들과 그들의 보호자들로15명 내외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한 자폐 청년은 매번 어머니와 함께 왔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청년은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 어릴 적에 그네에서 떨어져 5살 정도의 지능에 멈춰버렸다고 했다.

내가 말하는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혼자 복지관에 왔다. 혼자서 집에서 복지관을 오갈 수 있었고 기본적인 일상적인 대화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누구와도 인사를 주고받지도 않았고 수업 중 말하는 경우도 없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강의실에 들어올 때는 늘 화가 나 있거나 짜증이 나 있었다. 하루는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화를 내며 주먹으로 벽을 마구 내려쳤다.

첫 번째 수업 날이었다. 청년은 화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나는 강사인지라 청년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청년은 인사를 하는 내가 보이지 않은 듯 지나쳤다. 다른 청년들은 호기심을 갖고 자연물 재료를 바라보고 만졌다. 청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청년에게 다가가서 같이 만들자며 말을 건넸다. 청년은 고개를 들고 화난 얼굴로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멈칫했다. 내가 계속 말을 걸면 어떤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에 다시 같이 만들자고 권유했다. 청년은 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고개를 들고 벽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자연물 공예 수업에 꼬박꼬박 나왔다. 그러나 자연물 재료를 쳐다보지도 만지지도 않았다. 매번 내 인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 수업 중에는 늘 말없이 벽을 바라보고나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청년이 반응이 어떻던 수업 때마다 같이 만들자며 말을 건넸다. 어느 날이었다. "ㅇㅇ씨" 같이 만들어 봐요. ㅇㅇ씨, 손 이리 내 봐요." 했을 때 청년이 손을 불쑥 내밀었다. 얼른 청년의 손에 나뭇가지를 쥐여주고 그 손을 잡고 글루건을 쏘고 하나하나 붙여 나갔다. 작품이 완성되었다.


나는 청년에게 “와~ ㅇㅇ씨, 진짜 예뻐요! ㅇㅇ씨, 함 봐요!” 말하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고개를 들고 공예작품을 잠깐 바라보았다.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일지 않았다. 이후 청년을 수업 때마다 손을 내밀었다. 2년 동안 청년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이 글을 순간에도 청년의 이름이 입에서 말이 되어 나오려고 한다. 수업할 때마다 "ㅇㅇ씨 이것 좀 봐요. 예쁘죠?" "ㅇㅇ씨 여기 붙여요." "ㅇㅇ씨, 신기하죠?" "ㅇㅇ씨 조금만 기다려요." "ㅇㅇ씨, 이것만 붙이면 끝나요." “ㅇㅇ씨, 오늘 아침 뭘 먹었어요.” “ㅇㅇ씨, 와 ~ 이발했네요. 멋져요!.” 이렇게 매 수업 때마다 순간순간 청년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강의실로 들어섰다. 오늘 수업은 무척 힘이 들겠다고 짐작했다.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날도 역시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런 말 저런 날 해가며 겨우 손을 내밀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여느 때처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손을 붙잡고 재료를 한씩 붙여나갔다. “ㅇㅇ씨 정말 예쁘죠? 이것 좀 봐요.” 말하면서 더 자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바라보았다. 강의실에 들어올 때 다른 날보다 더 기분이 더 안 좋아 보여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달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나는 지나간 수업을 떠올려 보았다. 강의실에 들어설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화가 나 있었지만 내가 손을 잡고 자연물 재료를 하나하나 붙여가면서 점점 화가 가라앉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변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조교사와 복지사와 보호자 몇 명이 있었지만 내가 수업 진행을 총괄해서 해야 했기에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만 집중하지 못해 내가 알아채지 못한 거였다.


이후엔 수업 때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손을 잡고 만들 때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도 수시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살펴보았다. 매번 아침에 수업에 올 때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점차 얼굴이 밝아졌다.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어머니가 수업에 참여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어머니는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조증이 심해 약을 먹는다고 했다. 아들에게는 세상에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며. 그리고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일, 아들의 눈을 마주 보며 손을 잡고 웃고 말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어머니가 왔다 간지 여러 날이 지난 때였다. 이날도 청년은 역시 얼굴을 찌푸린 채 강의실로 들어왔다. 나는 청년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청년은 시큰둥한 얼굴로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래도 수업 중에 청년은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이런 자연물 공예쯤은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은 혼자 하려 들지 않았다. 이 날도 청년의 손을 잡고 자연물 공예 작품을 만들었다. 차츰 청년의 얼굴에서 화가 누그려져 갔다. 나는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청년의 손을 놓고 또 글루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ㅇㅇ씨, 이것 봐요. ㅇㅇ씨 정말 예쁘죠?" 하면서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청년의 입이 벌어지면서 얼굴에 옅은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이때 청년의 온몸이 웃는다고 느꼈다. 우리는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소리 내어 웃는다. 이런 웃음은 즐거운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청년의 얼굴에서 피어나던 웃음은 몸이 만족스러워서 기쁨이 충만해서, 그 충만함이 기쁨으로 변해서 몸 바깥으로 번져 나오는 것이었다.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세상 그 무엇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득 차면 넘치는 게 세상 이치이기에.


웃음은 마음이 편안하다는 혹은 몸이 편안하다는 때로는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하다고 알려주는 아주 오래된 언어다. 즉 말이 생기기 전부터 사람들이 사용해 온 몸짓 언어다. “그 청년의 웃음을 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말보다 웃음이 먼저였는지를 잊고 사는지를. 그날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하게 들었다. "괜찮아요. 저는 지금 편안해요."


나는 청년의 이 웃음을, 청년의 이름을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언제든 청년의 이 웃음을 방금 이 자리에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속에 각인된 이 웃음을, 나는 웃어본 적이 있을까? 나는 언제 말보다 먼저 생겨난 태초의 이런 웃음을 웃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 분들은 이런 웃음을 웃어본 적이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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