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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Mar 06. 2025

바야흐로 카지노 게임의 시대

받은글의 외피를 쓴 희망사항

요즘 간간이 들어오는 받은글을 볼 때마다 그저 "놀고들 있다……."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달에는 향후 여의도의 판세를 뒤흔들 만한 중요한 선고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데, 해당 사건의 (넓은 의미에서의) 당사자들이나 지지자들이 지극히 '자기편'에 유리한 내용을 엮어 그럴싸해 보이는 단문으로 풀어 내려고 애쓰는 것들이 받은글의 주를 이루고 있다.


나는 법률가도 뭣도 아니고 그냥 업무상 이유로 남들보다 판결문, 결정문, 법조문 등을 조금 더 많이 읽고 종종 법정에도 들락거릴 뿐이지만, 그런 내 눈에도 몇몇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큰 틀에서 어느 쪽을 향하고 있을지를예측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서초동 한 자락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자들이라면 대체로 그런 생각을 한다. 또 지금까지 보아 온 바 법관들은 개개인의 성품과는 무관하게 대개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고, 그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특정 사건의 재판부가 과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혹은 재판장이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 등을 눈이 시뻘게져서 뒤져 보며 "판사가 빨갱이", "판사가 수꼴(수구꼴통)" 운운하는 카지노 게임은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긴 하다. 저렇게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치들로부터 작정하고 감화된 그 멍텅구리들은구미에 맞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내 기사에 악플을 단다.


모르겠고, 나는 없는 말은 안 쓴다. "독자들이 궁금해한다"라는 핑계로 우리더러 어떤 사건의 결론에 대해 예언을 하라며 내려오는 개저씨들의 주문이 데스크회의가 끝날 때마다 지겹도록 내려왔어도 그런 적 없다. 있는 건 있는 대로, 없는 건 없는 대로. 그러니까 특정인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카지노 게임을 하든 말든 전혀 상관이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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