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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iiky Mar 07. 2025

어지름 전문가에서 카지노 게임 전문가로

카지노 게임전문가 과정을 듣다!

카지노 게임나는 다짐과는 달리 카지노 게임 못 하는 아이였다.


카지노 게임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일기를 쓰는 것 치곤, 나는 어릴 때 어지르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어린이였다. 엄청난 혼돈의카오스 맥시멀리스트 그 자체였다.


서랍 속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차서 여닫는 게 힘들 정도였고 책상 위는 빈 공간 없이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다. 가방 속이고 옷장이고 전부 그랬다. 물건의 중요도와 관계없이, 어떠한 규칙이나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가지고 다니다 보니, 열쇠 같은 작은 물건은 마치 처음부터 가져본 적 없는 것처럼 내 손에 없었다.




"00어쨌어?"


"몰라....."




와 같은 대화가 매번 이어졌다.


불 같은 성격의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나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곤히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와 책상 위의 물건들을 한번에 바닥으로 밀어서 다 떨어뜨렸다. 잠결에 느끼기엔 꽤나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니, 엄마가 내 앞에 서있었다. 엄마는 소리치지도 화내지도 않고 그저 단호하게 말했다.



"치우자."




깔끔했던 엄마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어떻게든 나를 고쳐주고 싶었던 거다. 나는 더 혼나지 않기 위해 주섬주섬 일어나서 그걸 다 치웠고, 어지르는 버릇을 정말로 고쳤다. 50%정도는. 평균 수준 정도로는. (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 날, 엄마의 훈육이 묘하게 좋다. )




그럭저럭 살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 물건들을 비우기 시작했다. 물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고 열심히 청소했다. 지금은 꽤나 정돈된 환경을 만들었고 유지하고 있다. 집도 그렇고 심지어 작업실도. 아마 지금 내 공간을 엄마가 본다면 조금 놀랄 지도 모르겠다. 사람 안 바뀐다고들 하지만, 이렇게도 바뀔 수도 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 내 모습을 보며 많이 느낀다.




최근에는 너무나도 충동적으로, 평생교육원의 <카지노 게임수납 전문가 과정을 신청했다. 평소 뭔가를 결정할 때 이것저것 앞뒤옆 과거미래 100가지 경우의수를 다 따져보는 내가. 그것도 미래에 대한 (금전적인) 불안감으로 컴활이나 딸까 싶어 수강신청 하러 들어갔다가 카지노 게임수납 전문가라는 단어에 이끌려서 컴활을 다음으로 미뤄버린,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카지노 게임수납으로 생업을 도모한다거나 할 마음도 전혀 없는데.




아마도 나는 내 바깥을 카지노 게임하면서 어지러운 속을 달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집에 왔을 때, 정돈된 공간이 주는 안온함을 가져보고 싶었다.

오늘 내가 많은 부분이 서투르고 엉망이었어도 그나마 이건 잘 하고 산다는 마음이, 내 자존감의 3할 정도는 책임지고 있다.

그래도 매일 청소하는 나. 그래도 아침마다 이불카지노 게임하는 나. 그래도 적당히 깔끔한 공간을 유지하는 나.

나 좀 짱(이라는 감각).


오늘은 카지노 게임수납 전문가라는 이름을 내게 하나 붙여주고 가슴을 쭉 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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