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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Apr 23. 2025

너는 나 죽어도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다.

둘째가 학교에서 구름사다리를 타다가 떨어졌다. 아내는 별일 아닐 거라 했지만 내가 들여다보니 왼손과 오른손 팔목이 차이가 났다. 부러졌고만. 아니나 다를까 정형외과에서 X레이를 찍어 보니 부러졌단다. 아이는 도수 교정을 할 때만 카지노 가입 쿠폰을 찔끔 흘렸다. 깁스한 팔을 들어 보이며 하는 말이, “아빠, 오른손을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어. 밥도 못 먹고”였다.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뜨끔했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팔 부러졌다며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을까. 일이 나를 무디게 만들다 못해 새끼 다친 것마저 그러려니 하게 만들었나 싶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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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말씀이었다. 내가 비정한 놈이라는 질타가 아니라 구급차를 오래 타서 사람이 변했으리란 염려였다. 실제로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난 울지 못했다. 대신 할머니의 아래턱이, 손발이 굳었나 만져 보고 웃옷을 살짝 걷어 그 아래 시반이 있는가 확인했다. 다행히 이성은 남아있어서 눈꺼풀을 열어 동공이 열렸는가 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바로 옆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외할머니의 딸과 사위에게 한 대씩 맞았을지도 모른다. 자의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 식구들 몰래 열여섯 글자로 그날을 정리했다.


둘째는 햄버거 먹으러 가잔 말에 룰루랄라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세해 여섯 식구가 둘러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입가에 마요네즈를 잔뜩 묻히고 “피아노 학원 가서 오른손으로만 치면 되겠다” 말하는 둘째가 대견하기보단 미안했다. 나의 무덤함이 아이에게까지 전염된 것 같았다. 아이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소방관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괜찮다로 아프다를 대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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