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르mihr Jan 22. 2025

프랑스 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정신분석학적으로 (당연히 어설프게) 풀어 본 <<마담 보바리 독후감


어느 날, 내가 언젠가 진짜로 [프랑스 책방] 열면 나의 닉네임을 '보봐리'로 해야겠다는 뜬금없는 다짐을 했다. 물론 <<마담 보바리의 그 보봐리다. 그런 내게 누군가, '하지만 너는 카지노 가입 쿠폰와 전혀 달라'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응? 카지노 가입 쿠폰는 누구?' 실은 나는 마담 보바리의 이름이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것도 모른 채, 그러니깐 실은 <<마담 보바리를 읽지도 않은 채, 그 이름만을 도용하려는 그런 얄팍한 심보를 가지고 있었더랬다. 물론 그런 게 죄까지는 아니라 해도, 뭐랄까, 수치스러운 듯도 하고 뭔가 치사한 듯도 한, 그런 찜찜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 평소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옛날 소설 -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긴 글 및 대량 스포 주의!)


*


소설은 마담 보바리의 죽음으로-자살로 끝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전에 이미 최소한 세 번 죽었다.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해서 샤를과 결혼한 뒤, 그가 자신의 이상형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한 번. 자신의 남편과는 달리 어릴 적 꿈꾸던 섬세한 우정을 나눌 만한, 문학과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젊고 품행 좋은 레옹이 성공을 위해 카지노 가입 쿠폰와 마을을 떠나버렸을 때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상황과 타인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볼 줄 알지만, 그 모든 것을 자기를 위해서만 이용하는 바람둥이 로돌프에게 버림받았을 때.


그녀의 남편 샤를은 의사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의 죽을병-아픔에는 속수무책이다. 아니, 그런데 어쩌면, 그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무의식적으로!) 치료해 주었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신통치 않았던 그의 의술 실력처럼 그녀에 대한 처방 역시 신통치 않았지만!) 처음 카지노 가입 쿠폰가 죽을병에 걸렸을 때, 그는 풍토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했고 그곳에 도착한 순간 카지노 가입 쿠폰는 레옹을 만나 회생했다. 레옹이 떠나버려 병든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건강을 위해(!) 바람둥이 로돌프와 말을 타라고 강권하고 아름다운 승마복까지 맞춰준 것도 다름 아닌 샤를이었다! 로돌프에게 버림받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그는 또다시, 환락의 도시 루앙으로 데려가 화려하고 낭만적인 극장에서 레옹과 재회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샤를은 몰랐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자신을 경멸하는 것도, 떠나버린 레옹을 그리워하는 것도, 로돌프와 3년이 넘도록 불륜 관계에 있었다는 것도, 화려한 도시에서 다시 재회한 레옹과 함께 온갖 사치스러운 유희를 즐겼다는 것도, 모두 말이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 있을까? 플로베르는 비록 '샤를은 몰랐다'라고 썼지만, 융이나 프로이트 같은 정신분석가라면 아마 다르게 썼을 것이다. 모른 것은 그의 '의식'이라고. 그의 무의식은 모든 것을 알았을 것이고, 오히려 원했을 것이고, 심지어 카지노 가입 쿠폰의 행위는 그런 샤를의 무의식이 투사되고 전이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


샤를이 카지노 가입 쿠폰의 아버지를 치료하러 갔다가 그만,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빠져들어갈 때도 그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해, 몰랐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척했다.


"샤를은 자기가 왜 즐거이 베르토(결혼 전 카지노 가입 쿠폰의 고장)에 가는지 스스로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설사 그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아마 증세의 심각함이나 기대하는 수익 때문에 열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따분한 그의 일과에서 농장 방문이 매력적이고 이례적인 일이 된 것이 과연 그 때문이었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반해서, 다리가 골절된 그의 아버지 치료를 핑계 삼아, 지나치게 자주 베르토를 방문하던 당시의 샤를에게는 아직 다른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내는 실상, 아내라기보다는 '어머니'에 가까운 존재였다. 아들이 번듯한 의사로 성공하기를 바라던 그의 어머니는 (의학 공부와는 적성이 맞지 않는) 아들을 열성으로 뒷바라지해 결국 의사로 만들고, 병원을 개업할 장소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아내까지 찾아주었다.


"아들에게는 아내가 필요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내도 찾아 주었다. 마흔다섯 살 나이에 1천2백 리브르의 연금이 있는 디에프에 사는 한 집달리의 과부였다. 비록 못생기고 장작개비처럼 말랐으며 마치 봄에 새싹이 나듯 부스럼이 났지만... 샤를은 결혼을 통해 보다 나은 조건으로 될 것으로 어렴풋이 짐작해 더 자유롭게 행동하고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리라 상상했다. 그러나 아내가 주인이었다."


플로베르가 샤를을 '집달리'의 아내와 결혼시킨 건, 그의 파산으로 끝나는 소설의 결말을 예고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어머니가 찾아낸 아내는, 그에게 세세한 모든 것을 지시하고 요구하며 그에 복종해야만 하는 새로운 어머니였다. 그 아내가 샤를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걸 못 알아챌 리가 없었고 당연히 '금지'를 명했다. 그런데 그제야 샤를에게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가늠해 보는 순간이 드디어 잠시 도래한다.


"그리하여 그는 복종했다. 그러나 그의 대담한 욕망은 굴욕적인 행동에 반항했고, 일종의 순진한 위선적 논리에 따라 그는 그녀를 금지당함으로써그녀를 사랑할 권리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연히 그의 아내가 죽는다. 그러나 소설의 스토리가 아니라 정신분석학적으로 다시 말해보면, 그는 그때에야 '자기를 삼키려는 무서운 어머니를 살해' 한 게 아닐까? 그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괴물이 버티고 있는 미궁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실타래였던 것이 아닐까?


*


샤를이 드디어 맞이한 진정한 - 자신이 선택한 - 자신의 아내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에게 너무 소중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 실리적이며 억척스럽게 자신을 압도하려 하는 - 어머니(들)와는 너무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끝없이 매료당한다. 그녀들과 달리 외모적으로도 아름다운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녀들처럼 샤를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실망감을 드러내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그녀가 샤를을 존중하거나 온순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이상과 샤를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그에게 진즉 '가망 없음'이라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었을 뿐.


어린 샤를에게 무서운 어머니가 있었다면, 어린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아니, 실상 어머니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일찍 돌아가신 친어머니 대신, 수도원 생활과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이 모두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는 수도원 생활에 열광(!)했다. 제단의 향냄새, 고해성사, 천상의 애인, 영원한 결혼 같은 비유가 그녀의 마음속에 감미로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꽃 때문에 교회를, 연애 시의 가사 때문에 음악을, 정열적 자극 때문에 문학을 사랑했던 그녀의 정신은 열광에 빠져 있으면서도 현실적이어서 신앙의 신비 앞에서 반감을 느꼈고, 마찬가지로 그녀의 기질과 상반되는 규율에 대해 한층 더 화가 났다."


그러니 샤를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을 때, 카지노 가입 쿠폰 역시 고결함의 이상으로 '자기를 삼키려는 무서운 어머니를 살해' 한건 아니었을까. 실리적인 어머니와 고결한 어머니. 이런 두 개의 완전한 대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그들의 결혼이었다면, 문제는 그들에게 새로운 어머니가 없었다는 것. 그 어머니는 물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그리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변화된 자기 자신'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소심한 샤를은 계속 그녀를 떠받들기만 하면서 '모른 척' 책임을 회피하고, 거만한 카지노 가입 쿠폰는 모든 책임을 샤를에게 '전가'해버리고 그를 대체할 - 이 세상에는 없는 - 다른 짝만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엉뚱하게도, 우리의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떠올랐다. 호랑이에게 어머니를 잡아 먹힌 오누이는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 '자신을 삼키려는 무서운 어머니'를 잃어버린 카지노 가입 쿠폰와 샤를은, 결국 둘 다 죽어버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자살했고, 그 후 그녀를 잃은 슬픔과 그 슬픔 속에서 (그간 모른척했던) 그녀가 벌인 외도의 증거들을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린 충격으로 말미암아, 샤를도 돌연 죽어버렸다. 어머니가 먹힌 뒤엔, 돌연 호랑이가 찾아오는 법이다. 힘들여 호랑이를 잡을 함정을 파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그물을 짜거나, 가면을 걸치고 더 억척스러운 많은 사람들 틈으로 몸을 피하지 않으면, 하늘의 해와 달이 되는 수밖에.


*


그 누군가의 말처럼 나와 카지노 가입 쿠폰는 전혀 안 닮았다.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매력적이지도 못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찾아 나설 만큼 열정적이지도 않으며, 사랑을.. 혹은 다른 무언가를 위해 가진 것을 모두 걸만큼의 용기도 당연히 없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몇몇 구절에서는 나와 닮은 구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를 테면,


"그녀는 편지 쓸 상대가 없으면서도 압지, 종이, 펜대, 봉투를 구입했고, 선반의 먼지를 털기도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있다가 행과 행 사이에서 몽상에 잠기는 바람에 책을 무릎 위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녀는 여행을 하거나 수도원으로되돌아가 살고 싶었다. 죽어 버리고 싶은 동시에파리에서 살고 싶었다."


그녀가 글을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당시에, 그녀가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불륜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래서 플로베르는 그녀 대신 글을 쓴 것이리라!) 그러니 가정을 바꿔, 내가 만약 카지노 가입 쿠폰로 태어났다고 해보자. 그녀처럼 종이 사는 걸 좋아하고, 그녀처럼 책 앞에서 몽상에 잠기고, 그녀처럼 구경거리를 찾아 여행을 하는 동시에 신성하고 고요한 수도원을 좋아하고, 그녀처럼 죽어버리고 싶은 동시에 생의 열정에 휘둘리는 모순으로 가득 찬 나는, 역시 그녀처럼 삶을 비참하게 마감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오래전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나의 일부, 내 안의 다수성을 수놓으며 빛나고 있는 그녀에게, 경의와 감사를!



(추신. 나중에 진짜로 프랑스 책방을 오픈하게 되면, 나의 닉네임은 보바리가 아니라 카지노 가입 쿠폰로 해야겠다. 아직 결혼하기 전의 그 카지노 가입 쿠폰..... 인가 아니면 에이~인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