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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정봉지 Apr 27. 2025

주문 ( 영혼의 카지노 게임 듣다)

입학 (4)

대웅전 안뜰에 가득 들어차 있던 장식들과 의자등등은 어느새 한 구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소능은 서로 거리를 조금씩 두고 있는 열댓명의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구석에 오도카니 서있는 재영을 발견했다. 재영은 여전히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재영아! ”

손을 들며 반갑게 다가가자 재영이 얼굴을 들었다. 그래도 한 번 봤다고 조금, 아주 조금 표정을 풀어주는 게 보았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 너 이름이 재영인가 보네? “

소능은 재영을 보고 다가가고 있었음에도 인기척도 없이 재영의 등 뒤로 나타난 카지노 게임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카지노 게임은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재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 안녕. 나는 카지노 게임. 윤이라고 불러줘. “

왕윤이 나타나고부터 다가가는 걸 멈추고 둘의 인사를 보고 있던 소능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재영이 아까부터 긴장하곤 있었다지만, 이상했다. 왕윤이 갑자기 뒤에서 다가와 놀랐다 치더라도, 정도가 심했다. 그건 왕윤도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재영을 다시 한 번 부르고 있었다.

”··· 음.. 재..영이 아니야? 내가 이름을 잘못 불렀나? ···.. 저기? ”

카지노 게임은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재영의 눈 앞에서 내민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움츠러들고 있었다. 더 이상 놀라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던 소능은 카지노 게임이 다가갈 수록 움츠러드는 재영을 보고는 서둘러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 재영아!“

” 헉!!! ···. 허억···. ”

“ 괜찮아?? ”

소능의 손이 올라오자마자 막힌 숨통이 트인듯 재영이 숨을 격하게 몰아쉬었다. 나와 재영을 번갈아 살피던 카지노 게임은 이내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하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아 ~ 너 보이는구나? ”

“···”

종국엔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재영을 보고 나는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돌려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았다.

보인다고···.. 그래. 분명 백로 언니가 그랬다. 영문관의 기숙사 세 곳 중 ‘옥리각’에 가는 사람들.

.

.

.

‘ 아 근데 무당들이 신을 모시잖아요. 저도 그렇고 입학하는 애들 모두 신을 보거나 모시게 될 텐데 그러면 전부 옥리각에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다른 기숙사에선 뭐해요? ’

‘ 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영문관은 무당을 위해 만든 학교가 아니거든요 당연히 인외의 것들이 보인다고 무조건 무당이 된다 라는 건 없습니다. ·· 장도까지 준비됬으니 제 사견을 얘기해보자면 저는 아가씨가 구령탑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옥리각이 ‘신을 받드는 업‘ 이라면 구령탑은 ‘ 영을 구하는 업 ’을 지닌 이들이 가게 되죠. ’

‘ 언니정도 되면 그런게 다 보이나 봐요.‘

’ 하하. 아뇨. ‘

.

.

.

아직은 인간이 아닌 것들을 볼 수 없는 소능은 왼손으론 웅웅 울기 시작하는 장도를 꾹 쥐고 재영의 앞에 섰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열기가 본인이 긴장해서인지 장도가 울면서 열을 내는건지 헷갈렸다.

“ 저기. 좀 멀리 가줄래. ”

‘ 옥리각의 이들에게 강함의 척도가 받든 이의 뜻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그의 힘을 자유자재로 본인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지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소능의 눈에도 카지노 게임을 둘러싸고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예상이 맞다면 아마 저 애는 가문 대대로 모시는 신이 있으며 선행학습을 하는 일반중학생 마냥, 이미 신을 물려받은 상태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걸 것이다. 소능은 피부가 찌릿거릴 정도로 무거워진 공기를 느끼며 제가 바로 ‘구령탑‘의 업을 지닌 사람이길 빌었다.

‘ 구령탑의 이들은 순수하게 본인의 힘으로 악귀를 제령하고 퇴마하는 이들이에요. 본인의 영력과 체력의 정도가 바로 강함의 척도입니다. 그리고 아가씨는 호골로 만든 장도의 선택을 받았죠. 호골은 옛날에도 흔치 않지만 지금도 있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

허리춤에 손이 가있는 상태로 자신을 막아선 소능을 보며 카지노 게임은 헛웃음을 지었다. 무식한게 용감하다더니 뭘 막아섰는지 알기는 하는 걸까.

“ ···.하하 넌 뭔데. 재영이 엄마라도 되니? ”

“ 친군데. 그리고 불편해 하는거 안 보여? 저리 좀 가라. “

“ 안 간다면 어떡할 건······”

호승심이 인 얼굴로 발걸음을 떼려던 왕윤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돌연 하늘을 쳐다보더니 당혹스러운 얼굴로 뒤로 뛰었다. 거의 동시에 왕윤이 발걸음을 디디려던 곳에 꼿꼿하게 솟은 흰 천이 퍽, 박혔다. 한 바퀴 굴러 자리를 피한 왕윤이 고개를 팍 쳐들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카지노 게임쳤다.

“ 조의!!! 학생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못함을 잊었습니까! “

창 처럼 땅에 꽃혀있던 흰 천이 어느새 형태를 잃고 무너져 내리고 그 위로 깃털이 내려앉는 자태로 흰 옷에 새카만 긴 머리를 반만 틀어올려 붉은 댕기와 은 비녀로 고정시킨 키가 큰 여인이 사뿐히 내려왔다. 백로 언니나 관주님이 입은 개량 한복은 조선시대 한복에서 개량한 것이라면 ‘조의’ 라고 불린 이 사람은 거의 온전한 한복 복식이었는데···. 삼국시대의 복식에 더 가까웠다.

잔잔한 물이 흐르듯 우아하게 허리를 굽혀 흰 천을 주워들은 여인은 땅에 박혔는데도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천을 툭툭 터는가 하더니 이내 양 팔과 어깨에 교차해 둘르곤 두 손을 양 소매에 갈무리해 넣었다. 그리곤 자신에게 카지노 게임친 왕윤을 삭 무시한채 자리를 옮겼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날듯이 걸음을 단상으로 옮긴 조의는 큰 카지노 게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살짝 목을 기울여 인사를 한 후 입을 열었다.

” 올해 영로의식의 주관을 맡은 조의.을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학생 여러분. “

이어 속속 하늘에서 을선과 비슷한 복장을 사람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내려서자마자 바삐 움직여 의식을 위한 장소를 꾸몄다. 단상위에 세숫대야 정도가 올라갈 작은 책상을 올리고 비단을 깔았다. 그 위로 은 쟁반이 놓여지고 다른 이가 호리병을 꺼내어 내용물을 부었다. 마지막으로 세필 붓까지 준비되자 그제서야 을선이 몸을 돌려 여전히 본인을 사납게 노려보는 카지노 게임을 보았다.

” 왕씨 가문의 소문은 나도 들은 적 있죠···. 소문을 사실로 만들게 아니라면 입학생 대표로서 모범을 보이는게 어떨까요. “

싱긋 웃으며 조의.을선은 한 손을 빼내어 손바닥으로 준비된 상을 가르켰다.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던 카지노 게임은 이내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감정을 갈무리한 카지노 게임이 단상 밑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카지노 게임이 자리를 옮기는 사이 을선은 이어서 안내를 했다.

” 영로란 영의 길, 즉 그대들의 영이 가진 자질을 알아보는 것이 영로의식입니다. 직접 보고 자질을 판단하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영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장도를 깨워 그 형태를 보고 자질을 판단하게 됩니다. “

백선의 뒤에 서있던 이도가 삼각대에 묶여있던 족자의 끈을 풀렀다. 펼쳐진 족자엔 세개의 깃발이 그려져 있었는데 소능의 엄마가 멋지다고 했던 휘장이었다.

“그리고 자질에 따라 배정받게 되는 기숙사는 총 세 곳입니다. ”

신을 받들거나 도깨비, 영물에게 짝으로 인정받은 자들이 수련하는 곳 ‘옥리각’ , 단신의 힘으로 악귀를 퇴마하고 영을 구하는 ‘구령탑’ , 그리고 과거를 살펴 미래를 보는 ‘ 관천루 ‘ 가 그곳이다.

“ 단상위로 올라오기 전, 아래 앉아있는 분들이 그대들의 이름을 한명씩 호명할 겁니다. 그러면 이름과 장도의 주 재료를 말하고 단상위로 올라오면 됩니다. ”

단상의 아래에 있던 카지노 게임이 조의.을선의 설명이 끝나자 안내인에게 말했다.

“ 카지노 게임. 금사남목. ”

그리고 거침없이 단상위로 올라간 카지노 게임은 부드러운 갈색빛의 팔각 장도를 두 손 위에 올려 내밀었다. 상의 반대편에 선 조의.을선은 준비된 세필붓에 은 쟁반에 담긴 앵무새 혈을 묻혔다. 그녀는 유려한 솜씨로 공중에 글자를 써 내렸고 일렁이며 공중에 떠 있는 글자는 을선이 주문을 영창하자 붉게 빛나기 시작해 중앙부터 일그러지며 뭉쳤다. 몽글몽글하게 맺힌, 주문을 품은 핏방울이 이내 흘러내려 손바닥 위의 장도를 적셨다.

핏물이 완전히 흡수되길 기다린 카지노 게임은 이제 됬다는 조의.을선의 눈짓을 보더니 두 손으로 장도를 뽑아들었다. 칼이 열리는 부분부터 변하기 시작한 장도는 완전히 뽑혀들었을 땐 전혀 다른 형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형태보다도 눈에 뛰는 것은 ··· 피가 떨어진 순간부터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 검을 완전히 뽑았을 때 드러난 카지노 게임의 신이다.

거대한 형체. 녹의 위에 붉은 갑주를 입고 부리부리한 얼굴, 억새처럼 뻗은 검은 수염에 한 손엔 커다란 도를 쥐었다. 그리고 팔에 둘러져 너울거리는 천의(天依)가 그가 하늘의 신장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 제석천의 호법신에 등채( * 장군의 지휘봉 )라···.”

학생 모두가 신장의 위압감에 얼어붙어있을 때 조의.응선이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열었다. 을선의 뒤에서 그녀를 돕고 있던 이도가 도포를 건네주었다.

“ 축하합니다. ‘ 옥리각 ’ 에 새로운 인재가 나겠군요. ”

등채를 한바퀴 돌려보던 카지노 게임은 옆으로 다가온 이도를 보고 검을 갈무리해 허리춤에 걸었다. 그리곤 그가 건넨 도포를 받아들어 입었는데 아무런 색이 없던 도포가 그녀가 걸치자 안감이 색이 노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 저게 그건가 보다. 기숙사 별로 색이 정해져 영로의식 후 도포를 배부한다는 말. 이어 카지노 게임의 뒤로 한 명씩 가나다순으로 이름이 호명되어 올라갔다. 옥리각과 구령탑이 3:2 비율로 배정되었는데 구령탑에 배정된 이들의 장도는 대부분 날이 새파랗게 선 무기의 형태로 바뀌었다. 옥리각의 이들은 대부분 신을 받고 장도의 형태도 벙어리 정도로 형태가 전혀 변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 반면 게중 딱 한 명 영물이 깃든 아이가 있었다. 흑단목이 주 재료였던 그 애의 장도는 새카만 얇은 나무판이 살로 되어진 부채로 변했다. 이어 안내인이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 백 문영 학생 ”

“ .. 네! ”

멍하니 있었는지 바로 대답을 못한 그 애는 작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150···.2?3? 정도 되어 보이는 키였다. 밝은 갈색의 곧은 머리가 허리까지 길러져 있어···그 애에겐 미안하지만 안 그래도 작은 키가 더욱 작아보이고 마른 몸이 왜소해 보였다.

“ 백 문영. 벽조목.”

“ 네 올라가면 됩니다. ”

의식을 치룬 백문영의 장도는 무기가 아니었다. 대략 15센치 정도의 대에 밑에는 고리가 위에는 청동거울 같은 원판이 달려있고 그 테두리를 따라서 방울이 붙어 있었다.

“ 올해 처음으로 보는 ’관천루‘ 의 생도군요. 환영합니다. “

열댓명의 아이들이 의식을 치루는 동안 이렇게 인원이 몰려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관천루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었는데 이 조그만 애가 미래를 읽는 재능을 가진 모양이다. 관천루로 배정받은 백 문영의 도포 안감은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 유 소능 학생”

“네.“

드디어 소능의 차례였다. 소능은 단상으로 다가가면서 관자놀이가 뚫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숙사 배정이 끝난 이들은 단상 옆 기숙사 깃발 뒤로 준비된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거기서 카지노 게임이 소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쟤 무서워요.. 하··· 백로언니 보고싶다..

” 유 소능. ···..뼈요.“

소능은 이걸 굳이 호랑이 뼈라고 얘기해야하나 싶어 그냥 뼈라고 얘기했는데 고개도 들지 않고 적어내리던 안내인이 이상한 걸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장인이 어떤 뼈로 만들었는지 얘기해주지 않았습니까? “

” 아뇨. 그··· 호골? 호랑이 뼈라고 하긴 했어요. “

” ··· “

안내인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곤 목록에 이름과 장도의 주재료를 적어넣었다. 장도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까 카지노 게임과 대치했을 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이 웅웅 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을선의 얼굴에 대번 흥미가 서렸다.

“ 장도를 마련한지 얼마 안 되었을 건데 벌써부터 유대감이 좋군요. 음···. 혹시 이름을 지어줬나요? ”

“ 아?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아침에 지어줬던거 같아요. ”

“..아침···.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 ”

“ 흰 백 자에 옥빛 영자를 써서 백 영이라고 지었습니다. ”

잠깐 침묵하던 을선은 예쁜 이름이라고 의례적인 칭찬을 한 후 같은 의식을 진행했다. 공중에 피가 맻히고 장도의 위로 흘러내렸다. 소능은 첫번째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꿈에서 본 것처럼 솜사탕같은 빛을 뿜어내던 장도는 이내 폭발적인 빛을 발산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들었다. 빛이 어느정도 사그라들었을 때 눈을 뜨자 아침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성체의 백호가 위엄있게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르르르르..

스르륵 땅으로 내려오며 오금이 저리는 카지노 게임 내는 백호는 길이만 3미터가 넘어갈 정도로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 백영.. 맞지? “

소능은 빈 손을 힐끗 보며 물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소능을 똑바로 바라본 백호는 이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정확히는 아까 나와 대치했던 카지노 게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어..?“

어이가 없어 한 쪽 눈썹을 삐뚜름이 올리는 왕윤을 바라본 백영은 숨을 들이쉬는가 하더니 단단히 자리를 잡고는 포효했다. 카지노 게임에 얼마나 많은 기운을 담은 건지 이건 거의 음파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다행히 백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상황을 기민하게 살피던 이도가 순간 학생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가 백호의 기운을 막아준 덕에 크게 다치는 이는 없었지만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미처 귀를 막지 못한 이들은 큰 소리만으로도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냅다 카지노 게임 칠 줄은 몰랐기에 귀를 막는 것이 늦어 골을 울리는 큰 포효에 비틀거리다가 외쳤다.

“윽··· 백영! 돌아와!! 당장! ”

여전히 목을 울리는 카지노 게임 내며 여전히 왕윤을 노려보던 백영은 다시 한번 돌아오라고 소리치는 소능의 말을 듣고는 푸륵 하며 고개를 털더니,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소능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장도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소능은 두번째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손에 들어온 빛이 길쭉하니 늘어나더니 이내 형태를 잡고 흰색의 대와 옥으로 장식된 시퍼런 날이 살이있는 월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 아무래도 산군이 단단히 화가 났었던 모양이네요.“

한쪽 소매로 입가를 가리고 커진 눈으로 이 모든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조의.을선의 한줄 평이었다. 그 가벼운 말투에 커다란 월도를 다시 장도로 돌리려고 낑낑대던 소능이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을선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소능에게 지도를 해줄 뿐이었다.

“ 천천히··· 기운을 갈무리하면 다시 장도로 돌아갈 겁니다. 네 그렇게요.”

그녀의 지도를 따라 기운을 움직이자 거대한 창이 기세를 줄이기 시작했다 . 한숨을 푹 쉬며 허리춤에 장도를 매는 소능을 보며 을선이 처음으로 방긋 웃으며 도포를 건네주었다.

“ 두말할 것도 없이 ‘구령탑’ 이군요. 환영합니다.“

“··· 감사합니다..”

지친 얼굴의 소능이 내려가고 이어진 의식에 옥리각에 여학생이 한 명 구령탑에 남학생이 한 명 배정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 이 재영 학생 “

” .. 네···..”

그리고 소능의 뒤쪽으로 앉았던 재영의 이름이 불리고 기어들어가는 작은 카지노 게임로 대답한 재영이 앞으로 나갔다.

“ 이..재영. 은···”

단상위로 올라가 꺼내든 재영의 장도는 소심한 주인과는 다른 모양새로 엄청 화려했다. 전부가 음각이 되어있었고 보통의 장도보다 조금 더 긴 원뿔 형태의 은장도였다. 똑같은 의식을 거친후 재영이 장도를 뽑아들었다.

딸랑. 딸랑.

은으로 된 길쭉한 대의 끝에 수국처럼 하얀 방울들이 모여 달려 있고, 꽃다발처럼 달린 방울 밑으로 노랑, 빨간, 푸른 천이 매여 흔들리고 있었다. 재영은 계속해서 울리는 방울소리가 긴장해 흔들리는 자기의 손 때문인것 같았는지 두 손으로 꼭 대를 쥐었지만 맑게 울리는 방울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 장도를 집어넣으면 방울카지노 게임가 멈출 겁니다. 주변에 영가가 있을 때 카지노 게임가 나는 속이 빈 방울이니까요. “

”···네에···.“

재영이 서둘러 장도를 갈무리하자 그제야 방울카지노 게임가 멈췄고 지금껏 딱 한 명이 배정받은 ‘관천루’ 에 배정을 받으며 올해 신입생들의 영로 의식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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