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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Mar 15. 2025

환12 카지노 게임의 힘

스님의 카지노 게임 한마디


환자 준비되었다는 말에 초음파실로 가검사대 등받이에 기대어 누워있는 환자와 인사하며 바라보니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이 영락없는 스님이다. 의자에 앉아 탐촉자를 들고 검사할 배를 보니 그 하얀 피부에 티 하나 없어 깜짝 놀랐다.


환자는 68세 남자. 평생을 남의 배만 보며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의 눈에 그렇게 희고 맑고 깨끗한 피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처음이었다.

속으로 그 피부에 감탄하며 물었다.


"혹시 스님이세요?"

"예."

"어느 절에 계십니까?"

"전라도에서 왔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

"이 병원이 대장 쪽을 잘 본다고 해서요."

"예~, 그럼 이제부터 제가 이 탐촉자를 배에 갖다 대면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가능한 한 오래 참고 있다가 못 참을 정도 되면 내쉬고, 이걸 반복합니다. 단, 숨 참을 때 배에 힘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고는 간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별것 없었다.

"이제 오른쪽을 들 차례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한마디 했다.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가 참 명품입니다."


이 예상치 못한 환자의 발언에 순간 당황하여 얼떨결에 이런 말이 나오고 말았다.

"아닙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옛날에는 정말 좋았지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목에 담(痰, sputum)이 붙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노래도 한 곡 제대로 못 부르는걸요."


그러자 스님이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 목카지노 게임는 어지간한 스님들 새벽 예불 시간에 드리는 독경(讀經, Reading Buddhist scriptures aloud)소리보다 더 나은걸요."


이 말이 한편으로는 잘 믿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이 얼마 만에 들어보는 카지노 게임인가. 한 5년 됐나?


스님의말에 나도 말할 기회만 보고 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스님, 실은 제가 스님 곁에 앉자마자 깜짝 놀란 게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스님의 피부이지요. 저는 40년 넘게 매일 남의 배만 보며 살아왔는데, 지금껏 남녀를 불문하고 이렇게 희고 깨끗한 피부는 처음입니다. 과거에 피부가 백옥(白玉, Purewhite jade)같다는 표현을 책에서 여러 번 접한 적은 있었지만 도무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그 표현이 피부에 와닿네요."


그러자 스님도 나 못지않은 대답을 내놓았다.

"아닙니다. 몸이 아프고 나서부터 피부가 많이 거칠어졌지요."



카지노 게임이 가져다준 깨달음

검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판독대 앞에 앉았을 때, 내 이마를 탁 치는 듯한 깨달음이 있었다.

남들은 내 목소리를 저렇게 카지노 게임하고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는 그 목소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구나.

감사해야 할 조건을 불만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물론 내게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목에 낀 가래 때문에 목소리가 탁해지고, 조금만 길게 말하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예배시간에 찬송가를 마음껏 부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생 때는 그 목카지노 게임로 음악 무대를 휘젓고 다녔고, 교수가 된 후에는 그 목카지노 게임로 강단을 장악했는데 지금은 교회에서 찬송가 한두 소절만 불러도 곧바로 기침이 나와 한 곡도부르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모두 내 나이는 생각지 않고 지나간 과거, 그때 그 시절의 목카지노 게임를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이기심 가득한 착각에서 기인한 것아니겠나?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

내 가진 것은 생각지 않고 남들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는 욕심 가득한 마음.

지난날 누렸던 영광을 아쉬워하며 현재를 비참하게 바라보는 우둔한 마음.

이제야말로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현재의 내 모습에 감사하며 누리며 살아갈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카지노 게임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Whale done, by Kenneth H. Blanchard)도 있지만, 카지노 게임 한마디가 이렇게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묻어났다.


이런 계기를 마련해 준 스님께 감사드리고, 스님의 입을 빌어 하나님 은혜를 깨닫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의 찬송을 올려드리고다.




※ 나도 한때가...


https://youtu.be/RIUCdfPvTsU?si=qx1BFzmTr11cWw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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