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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가히디 May 06. 2025

타이베이에서 동성애자가 되었다

타이베이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라오허 야시장에서부터 정처 없이 이국의 밤풍경을 감상하며 옮긴 한걸음한걸음은 나를 도심의 무슨 역까지 데려다 놓았다. 어딘가 인지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즐비한 곳에 다다랐고 홀로 한잔 하기를 원했던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갈 만한 곳이 있는지 검색했다. 검색을 하고 있는 내 옆으로 거나하게 취한 젊은 대만인 일행이 자나 간다. 나는 그저 내 할 일에 몰두했다. 손가락으로 두어 마디를 검색창에 치고 있을 즈음 내 옆으로 지나가던 그 일행 중 한 명이 불쑥 나타나 내게 말을 걸었다. 여자였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술냄새에 그녀가 취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식별은 있는지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걸어왔고 나는 잠시 당황한 후에야 무엇을 하고 있노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술 한잔 할 곳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내게 그녀는 어떤 라운지바에 가고 있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며 동행을 권했다. 평소의 한국에서라면 있기도 어려운 일이라 썩 내키지도 않았거니와 나는 지금까지 한잔도 하지 않아 그녀의 취기를 맞춰줄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썩 미인이었고 취중에 흘러나오는 묘한 뉘앙스의 웃음은 애교가 듬뿍 섞여 이국에 홀로 서 있는 나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단지 그녀의 취기에서 나온 이야기겠거니 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함께하기를 권했고 나는 마지못해 그녀의 일행이 허락한다면 함께하겠다는 조건하에 그에 응했다. 세상에. 대만인들은 타지인에게 너무도 친절하다. 그들의 친구들은 즉시 내게 편안하게 말을 걸어왔고 그 취기와 흥에 나는 곧 매료되었다.


그 밤은 그렇게 시작했다. 주중인데도 자정을 넘긴 네온은 아직도 선명했고 카지노 게임 아직 그 선명한 네온만큼 또렷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 그 일행을 좇은 지 3분 여가 흘렀을까. 우리는(카지노 게임 그녀와 함께한 순간부터 그들을 그냥 일행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친화력) 근처의 라운지 바에 도착했다. 그 친구들은 이 공간이 익숙한지 웨이터와 친근한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지하의 자리로 향했다. 대만의 실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담배를 태울 수 없지만 아직은 문화가 완벽히 자리를 잡기 전인가 보다. 지하는 담배연기로 자욱했지만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연기는 생각보다 코를 자극하지 않았다. 이국에서의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이 연기를 카지노 게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연기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입과 코를 들락거리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연기를 공유하고 있다. 맞은편 흑인남성의 코로 들어가 그의 비강을 훑고 난 다음에는 그 옆자리 동양인남성의 폐로, 또 다음 여러 사람들을 거친 다음에는 나에게도 왔다. 사람들의 장기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그 연기들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하니 뭔가 야릇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언어도 피부색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상상한 것은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다.


내게 동행을 권했던 일행들은 내게 말을 걸어왔던 그때보다 더욱 취해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사이로 반쯤 닫힌 눈꺼풀로 실없는 웃음을 반복해대고 있었다. 그저 간단한 대화를 나눈 것뿐이었는데 이제 그들과는 더 이상 무언가 나눌만한 대화가 없어 보였다. 내게 말을 걸어왔던 그녀도 이미 만취해 바 앞에서 맥주병을 들고 몸을 흔들고 있었다. 병 속의 내용물은 그녀의 입보다 그 일행들의 옷가지와 바닥에 더 많이 뿌려졌다. 나는 간간히 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잔을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그들은 친절했지만 온몸을 잠식한 취기에 타지의 이방인을 신경 써 줄 겨를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저 홀로 잔을 기울이고 아까의 그 연기들을 마시며 이곳의 생경한 모습들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아까 주문한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몇 번 들이키고 나니 알코올이 희박한 물이 되어버렸다. 살아오면서 내가 마신 이 칵테일로만으로도 수영장을 채우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잔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퍽이나 잘생긴 바텐더가 한잔 더 하겠느냐며 묻는다. 카지노 게임 평소에 으레 그러던 것처럼 수염을 잡아당기며 잠시 고민하다가 한잔을 더 주문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이 조금 독하게 해 달라는 주문을 더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무언가 조금 더 디테일한 주문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몇 마디 던졌으나,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를 지칭하는 용어가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아 몇 번 물어보고는 이내 그만두었다.


여느 칵테일이 그러하듯 어디에나 자기들만의 레시피가 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어디를 가건 그 레시피를 부정하고 내 스타일대로만 요구해 왔다. "이것을 좀 더 넣고, 이건 적게 넣어주세요. 이건 빼주세요".라는 식으로. 그렇게 주문하는 것이 가게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이제야 드는 걸 보니 나도 영 철딱서니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바텐더에게 이야기하니 원래 칵테일은 그런 거라며 웃는다. 원래 그런 것을 내 맘대로 예의니 아니니 혼자 별생각을 다했다. 물론 대만이라 그런 걸 수도 있고. 뭐 어쨌든 이 한잔의 술이 뭐라고.


칵테일은 아까보다 조금 더 진해졌다. 내 의도가 조금은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 맛과 나의 취기를 돋워줄 알코올의 도수는 아까보다 훨씬 진전되었다. 그 술의 맛도 맛이지만 아까보다 훨씬 내 마음에 들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시켰다. 앞에 선 바텐더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지그시 빨대를 빨아들이는 나를 응시했다. 그는 본인이 나의 의도를 잘 알아차렸는지 확인할 요량인 것이다. 카지노 게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술은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맛에 가까워졌고 카지노 게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그제야 그의 의뭉스러웠던 표정이 누그러지며 유난히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때부터 그 바텐더와 카지노 게임 좀 더 많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웡이라고 했다. 영어도 썩 잘하는 것이 해외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날카롭고 갸름한 턱선과 크고 ㄱ고리가 올라간 눈은 얼핏 가냘파 보이기까지 한 외모였지만 한쪽만 뚫린 귓불에 걸린 다소 괴기스럽기까지 한 피어싱은 가냘프다는 인상을 날리기에 충분했다.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불쑥 내게 게이냐고 물었다. 카지노 게임 조금 긴 시간을 지체한 뒤에야 내가 게이가 아니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대답해 주기는 조금 어려웠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그런 성정체성과 그 취향과 성결정권 등 최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화제에 대해서 경험보다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정작 궁금한 건 내가 질문한 답변에 대해 내가 떳떳... 아니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일단, 내 생각이 어떤지는 차치하고라도 그 질문은 꽤나 대답하기 난감했다. 우선, 내가 왜 그렇게 보였는지부터가 의문이었고, 실제로 내가 게이라고 대답했을 경우 그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를 상상하기도 전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내 예상대로라면, 내가 그렇다고 답했을 때 그는 아마 어떤 은밀한 제안을 꺼내들었을 것이다. 정확히 어떤 제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그동안 여러 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넌지시 밝혀왔고, 내게 관심 있다는 뉘앙스도 몇 차례 흘렸기에 카지노 게임 그가 게이라는 확신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은밀한 제안이라는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은밀한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게이가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


내가 만약 게이라고 거짓을털어냈다면 그와 카지노 게임 좀 더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의 즐거운 대화란 내가 나를 숨기고 그의 취향에 내가 맞춰가며 웃음을 흘리는 일 따위가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 잠시라도 즐거우면 될 일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도도한 척 튕기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이야기할 위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게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 정도로 그와의 대화가 재밌었기때문이리라.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나서부터는 아 카지노 게임 지금부터 게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역시나 힘들었다. 게이, 동성애자라는 단어는 아직 내겐 어려운 단어다.


술잔은 이미 비워졌고 어느새 2시경에 다다랐다. 술잔을 비우고 대만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인구 탓도 있지만 이 도시는 서울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훨씬 빠르다. 어두움이 깔린 이곳에 빛을 비추는 것은 드문드문한 가로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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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건 2016년으로 기억.

gpt에게 비판적 시선의 평가를 부탁했더니"묘사는 너무 좋은데, 기승전결이 약하다"라고 했다. 앞으로 gpt 말 잘 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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