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간 4
카지노 쿠폰(林浪). 좌광천의 맑은 물은울창한 숲사이로 흘러 바다를 만난다. 노송이 병풍처럼 백사장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을 ‘수풀 림(林)’ 자와 ‘물결 랑(浪)’ 자를 따서 임랑(林浪)이라 불렀다. 1km 정도 깔린 하얀 모래사장이 부산 최북단의 임랑해수욕장이다. 규모가 작아 한적한 분위기다. 민박촌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오래전부터 MT 장소로 알려진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나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나는 이곳에서 열린 부산학생산악연맹이 주관한 임해 산간학교에 참가했다. 수료 전날 밤에 캠프파이어가 열렸다. 우리 학교 산악반은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즉흥극에서 소품(경남여고 교복)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요들송을 멋들어지게 불렀던 동성고 산악반의 전명찬이었다. 훗날 그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여덟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의 위업을 달성한다. 고상돈 등 18명의 대원 중 막내였던 전명찬.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북극 탐험 등 산악인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지병으로 요절했다.임랑 해변에서 산을 사랑했던 친구 전명찬을 추모한다.
임랑 행정봉사실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북으로 카지노 쿠폰 4코스와 남으로 갈맷길 1코스의 시작점이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부터 함께 하던 갈맷길과 헤어진다. 캠핑 명소로 이름났던 옛 분위기는 활기를 잃었다.산책하는 사람이 한가하게 걷고 있고, 백사장에는 모래조각가가 작업을 하고 있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60, 70년대 향수를 안갯속에 피어오르게 하는 카페가 있다.원로가수 부부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정훈희와 김태화의 꽃밭에서'다. 17세 고등학생 정훈희가 불렸던 <안개의 노랫말이 귓전에 맴돈다.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정훈희의 <안개 중에서
인도가 없는 해맞이로를 잠시 따라가다가 월내 해변으로 들어선다.
월내(月內). 달(月)이 동리(洞里) 안에서 뜬다고 하여 월내라 하였다고 한다. 코앞에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자연히 해수욕장은 사라졌다. 월내시장과 월내어항을 지나간다.
고리원전 진입로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고리는 장안읍의 작은 어촌 마을이 있었으나 원전이 들어선 후 거주민이 없다. 원전 주변 마을은 길천리다. 우리는 길천교차로에서 원전을 우회한다. 해맞이로와 헤어져 내륙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울산시 권역이다. 울주군 서생면으로 넘어간다. 길섶에 핀 광대나물과 큰개불알풀이 봄소식을 알린다.
봉태산 자락을 감아 돈다. 3코스의 봉대산 넘는 길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길이다.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소나무재선충 피해를 입은 고사목을 검은 방수 천으로 덮어씌운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다. 나지막한 능선에 오르니 고압 송전탑이 버티고 섰다.
봉태산 숲길이 벗어나니 이정표가 있다. 하지만 이정표가 아리송하다. 여기부터 신리항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동해선 철로 밑을 몇 차례 가로지르고 효암천을 따라간다. 미나리꽝이 이어진다. 동해선 서생역이 보인다. 새울원전의 원자로가 보름달처럼 떠오른다. 더 가까이 가서 찍으려 했는데 언덕 아래로 숨어버린다.
서생면은 배 특산지다. 봄이 되면 온 벌판과 야산을 눈송이 같은 배꽃으로 뒤덮었던 고장이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배밭이 많다. 조용한 마을에 인기척이 나자 개가 짖는다. 여러 마리다. 목줄을 풀어놓은 개는 따라오며 짖는다. 개는 겁이 나서 짖어대지만 길을 가는 이에게는 위협이 된다. 밭에서 일하는 주인은 말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주변은 도로 신설 공사로 어수선하다. 카지노 쿠폰 노선이 수시로 변경된다. 배밭이 있는 작은 고개를 내려서니 새울 3,4호기 이주 단지 공사로 아예 길이 없어진다. 두루누비 앱은 공사장 안으로 안내한다. 한참 두리번거리니 포클레인 기사가 길을 가르쳐 준다. 다시 해맞이로를 만난다. 신리삼거리에서 신리항으로 내려선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의 신리(新里) 마을. ‘새말’, ‘새운암’ 등으로 불리던 어촌 마을이다. 수산업과 함께 서생 배 생산지로 이름이 높았던 곳이다. 새울원전 3·4호기(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신리마을은 사라질 예정이다. 신리마을 일대에 이주 보상비 증액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토지 수용 및 행정절차 탓으로 일정이 늦어져 수년 전에 확정된 보상비만으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는 주민의 주장이다.
살아온 마을 이야기를 그려놓은 벽화는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이 마을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자연과 인간, 산업의 흔적이 교차하는 변화와 소멸의 역사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미역을 다듬는 주민의 모습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툭 튀어나온 곶과 방파제가 만든 항아리 모양의 신암항. 빈 배의 뒤로 소나무와 정자가 그리는 풍경이 벽화처럼 보인다. 신암항을 내다보는 카페에 들러 쉬어간다
신암항에서부터 진하해수욕장까지 '간절곶 소망길'과 함께 간다. 부산 최북단 해수욕장이 임랑이라면, 울산 최남단 해수욕장은 나사다. 쌓인 모래가 육지로 변했다는 나사마을. 모래가 뻗어 나간다는 뜻의 나사(羅沙)라고 하다가, 선비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하며 나사(羅士)로 바꾸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나사해수욕장에는 후리치기(바다에 그물을 쳐놓았다가 양쪽에서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방법) 체험을 할 수 있는 횟집이 있다. 오래전 나도 후리치기에 참여한 적이 있으나 별 재미는 못 봤다.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는 몇 마리 안 됐다.
옛날 이 마을에 떡을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할매가 살았는데. 아침마다 떡을 하여 바닷가 해신에게 바치고, 이웃과 떡을 나누어 먹었다. 떡을 배불리 먹은 해신은 식곤증에 잠이 들었다. 해신이 잠든 바다는 잔잔해졌다. 또 해신은 먹고 남은 떡을 해변에 쌓았다. 이를 '떡바우 또는 떡바'라 불렀는데, 떡은 바위처럼 점점 단단해져 방파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 간절곶 소망길 스토리텔링 중에서
언덕 위에 하얀 등대가 우뚝 서 있다. 반쯤은 솔밭이 가린다. 동경 129도 21분 50초, 북위 35도 21분 20초. 간절곶이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호미곶보다 1분, 정동진보다 5분 빨리 해가 뜬다. 새 천년 밀레니엄 첫 해돋이 행사가 이곳에서 열려 더욱 유명해졌다. 육지에서 뾰족하고 길게 튀어나온 모습이 간짓대처럼 생겼다 하여 간절곶이다.
간짓대 끝 지점에 간절곶 표지석이 서 있다.
오른쪽 돌탑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에 세워진,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포르투갈 카보다호카의 해넘이 상징 조형물이다.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포르투갈 국민 시인 카몽이스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왼쪽 대형 소망우체통은 간절곶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을 배달하는 진짜 우체통이다. 인근 매점이나 카페에 두 종류의 기념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자신의 소망을 담아 보내는 소망엽서는 울산시청에서 받는다. 그 내용을 지역 방송을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사연을 담은 일반 우편엽서는 수취인에게 배달된다.
간절곶 해맞이공원은 드라마 세트장으로 연결된다. 울주군이 원전 지원금으로 세운 건물이다. 영화 <한반도,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촬영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해안을 따라 얼마 안 가서 카지노 쿠폰은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산책 데크는 해안 절벽을 오르내린다. 소나무 사이로 송정항의 체험 가두리 양식장이 보인다.
산책로는 땅에 바짝 엎드려 바다에 턱을 괴고 물먹는 소머리를 닮은 바위, 소머리끗을 지나간다. '목에 얹은 멍에'처럼 보이는 테크를 따라 산모랭이를 돌아 내려서면 송정항이다.
간절곶 소망길은 안내판과 이정표를 잘 갖추고 있다. 곳곳에 소공원을 마련하여 쉼터를 제공한다. 시계를 넘어서면서 느낀 점이다. '부자 도시 울산은 다르구나'는 말이 입 밖으로 무심결에 나온다. 잘 정비된 송정공원, 솔개공원, 대바위공원을 지나면서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바다 건너 온산공단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 굴뚝은 연기를 뿜어낸다. 공해와 기피시설을 안고 살아가는 주민에 대한 약간의 배려를 혜택이라 시샘하였던 나의 분별없음이 부끄럽다.
신랑 각시 바위에 얽힌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신랑각시놀이를 하던 소꿉친구가 태풍이 몰려오자 사라졌다. 원통해하던 부모는 이들이 스무 살 되던 해에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그해 태풍이 강타했지만 솔개해수욕장은 무사했고 커다란 바위 두 개가 파도에 떠밀려 왔다. 신랑바위는 서 있고 각시바위는 앉아서 절을 하는 모양이다.
- 간절곶 소망길 스토리텔링 <영혼결혼식중에서
대바위공원의 조그마한 출렁다리를 지나면 송림이 백사장과 나란히 뻗어 있다.
해질녁의 햇빛이 소나무 사이로 파고든다. 소나무 숲 아래 펼쳐진 캠핑장에는 야영객들이 저녁 식사 준비에 바삐 움직인다. 진하해수욕장이다. 북쪽 끝 팔각정은 카지노 쿠폰 4코스 종점이다. 여기서 일정을 마친다. 버스를 타고 동해선 남창역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