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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운 Dec 01. 2024

카지노 게임대로 되고 있다는 착각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계기에 대해서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문제는 깜박이는 커서를 째려보며 수시간을 보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나 또한 그리 창의적이지 못한 머리로 내가 읽은 책, 관람한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험난한 세상을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말하는 기도에 대한 응답인가 아니면 신의 계시 같은 것인가, 내면 어딘가 저 깊숙한 곳에서 글을 써야만 한다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의식이 나에게 글쓰기를 강요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한 간접경험들을 통해 삶을 돌아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끊임없이 현실 속 나에게 훈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글에는 대개 나의 생각과 경험을 담으려고 의도한다. 하지만 부족한 지식과 제한된 경험의 조합들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력을 뽑아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 때문에 2천 글자 정도가 담긴 게시물을 하나 작성하는 데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완성한 글을 업로드함과 동시에 알림 창이 뜬다.

'김여운님~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 공감 누르고 서이추 신청하고 가요!!'


분명 '좋아요'와 댓글은 여러 갠데 조회수는 0이다. 후우. 피상적인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는 이런 현상에 몸서리친다. 아무도 내 글을 보지 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름 공들여 쓴 글에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희롱이 아닌가.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카지노 게임에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자라나고 있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을 하나 꼽으라면 '좋은' 독서모임을 찾아 가입한 것이다. 읽을거리에 대한 편식을 막을 수 있고, 매주 숙제처럼 책을 읽으니 다독에도 도움이 되며, 수준 높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의 간접 경험의 세계는 점점 확장되어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부담감이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과거에 즐겁게 대화했던 상대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카지노 게임

지난주에도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웬 걸. 그 자리에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앉아 계셨다. 구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다는 어떤 분은 성격이 어찌나 좋은지 그의 이끌림에 멤버들은 낮술이라는 일탈을 즐기기도 했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하여 브런치 지원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일단 지원하자.'는 결론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써놓은 글이 몇 개 있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양식에 맞춰 지원서를 작성했고 바로 다음날,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살면서 내가 원카지노 게임 것을 이룬, 몇 안 되는 기쁜 날이었다.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는 약 서른 권의 책이 담겨있는데 여기 있는 책을 완독 하는 순간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카지노 게임을 세웠다. 시기로 보면 2025년 초쯤이 될 것 같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나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카지노 게임을 세우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이다. 아니, 이해는 된다. 풍성한 글감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자는 심산心算이었으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카지노 게임형 인간이지만 카지노 게임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착실하게 해 나가고 크고 작은 부담감이 밀려올 때 그 무게를 견디려고 노력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본다.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움켜쥐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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