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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림월 Mar 24. 2025

악취 #1

1.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을 좋아한 정확한 이유는 그 모양과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푸른 번개를 맞아서 생긴 전문電紋처럼 창백한 피부에 도드라진 파란 정맥이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에 새겨져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지방질 덩어리를 더욱 강조하는 여러 갈래의 파란 핏줄에 나는 매료되었다.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을 보고 제우스에게 간택당한 인간을 빼앗은 용맹한 전사처럼 굴었다. 오만함을 동반한 우월감이 아마 그녀의 마음을 열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은투명했지만 불투명했고 순결했으나 더럽혀져 있었고 소유했지만 상실된 것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모순 그 자체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에는 그녀만이 가진 특이점이 있었는데 오른쪽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에 멍울이 만져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을 처음 본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 멍울을 만지면서 나에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몸에 있던 거예요. 유방암일까 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는데 그냥 지방 조직이 뭉쳐 있는 거라더군요.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제거해도 괜찮다고 했어요. 근데 난 이 멍울이 좋아요. 나만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다른 여자들에게는 없는. 여자로서 나만이 가진 무기랄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배란일이 가까워지면 그곳에서 특별하고 야릇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생리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슴에서는 달콤한 체취가 배어 나왔다. 그때마다 나는 발정 난 수컷처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었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맹목적인 욕망을 향해 뛰어드는 나를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다. 어쩌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한 마리의 짐승을 길들이듯이 지속적으로 나를 길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려놓은 궤도 속에서만 움직이고 호흡하기를 원했다.


2.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처음 만난 곳은 이태원에 위치한 '돋'이라는 이름의 술집이었다. 40대 초반의 남자 사장이 혼자 운영하는 지하에 자리 잡은허름한 호프집이었는데 90년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호프집처럼 분위기가 편안한 곳이었다. 그때 나는 소설을 쓰겠다며 주위에 공언한 뒤 잘 다니던회사를 때려치우고소설의 소재를 찾는다는 핑계로 매일같이 술만 퍼마시던 시절이었다. 그때 친구 P는 작가가 되겠다던 나를 부러워했고 유일한 나의 애독자였다. 습작이라는 이름으로해외에서 상을 받은 단편 몇 개의 구성을 섞어서 플랫폼에 올렸었는데 P는 그걸 읽어보더니 유일하게 자신의 주변에 재능의 영역에 속한 사람이라며 나를 참칭 했다. P와 나는 일주일에 3번씩 돋에서 만나 술을 마셨는데 이유는 내가 그곳에 오는 인간들에게 꽤나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그곳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인간들의 집합소였다. 술을 마시고 출근하는 택시기사, 남자친구에게 매를 맞는 페미니스트, 여고생들의 몰카를 찍는 수학강사, 탄수화물에 중독된 필라테스 원장,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는 네일숍 사장 그리고 소설가가 되겠다며 선언하고서는 글을 쓰지 않는 나와 현모양처를 만나고 싶다면서 매번 기가 센 여자만 만나는 P까지. 오늘날 자신들이 취하는 태도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그것을 고치기 싫어하는 이중적인 인간들의 모임이었다. 배타적인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끼리끼리의 저급한 쾌락은 그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 동질감이 지하에 처박혀 있는 서로를 위무해 주었다. 어느 날은 그곳 사장에게 왜 가게 이름이 돋이냐고 물었는데 사회에서 돋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실 때만큼은 돋보였음 하는 마음에 돋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고 답했다. 가게이름이 돋인만큼 그곳에는 돋보이게 신기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지상에서는 돋보이진 않지만 지하에서는 돋보이는 사람 중 하나였다.


3.

장마가 시작되던 초여름의 어느 날 돋으로 내려가는 건물 입구 계단에서는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환풍이 잘되지 않던 지하 공간에는 매캐한 담배 연기와 누군가의 눅눅한 입김으로 가득 메워졌다.나와 P는 매번 앉던 구석자리에서 마카로니 뻥튀기에 고추장을 찍어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그날따라 돋에 손님이라고는 나와 P 뿐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여자들에 대한 성토를 하고 있었는데 같이 잠자리를 할 것처럼 굴다가 끝내 모텔은 왜 가지 않을까라는 주제로 침을 튀어가며 남자들의 입장을 변론하고 있었다. 둘의 입장만으로는 딱히 결론이 나지 않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여자 두 명이 돋으로 들어왔다. 그때 처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았다. 당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긴 생머리를 뒤로 묶고 깔끔한 치노 팬츠에 푸른색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청순한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옆에 있던 친구는 하얀 미니스커트에 검은색 탱크톱을 입고 있었는데 스모키 한 화장 때문인지 차림새 때문인지 누가 봐도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작정하고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들은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는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나와 P는 서로의 눈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P는 소주를 따라 한 잔 마시더니 나에게 말했다. 오늘 분위기 느낌 있는데. 모텔까지 다이렉트로 될 거 같다. 아. 근데 쟤 면바지 입은애가 얼굴은 이쁘장한데 왠지 모르게 유교걸 냄새가 나. 안 되겠다. 형이 양보할게. 치마 입은 애 오늘 네 파트너 해. 내가 면바지를 맡을게. 잘되면 나중에 파트너 바꿔서 또 만나면 되니까. 킬킬킬. P는 헌팅 전에 항상 탐욕에 젖은 웃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P는 헌팅을 즐겨했고 나름 성공률도 높은 편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처럼 (P의 아버지는실제로 부자였다.)사랑받고 자란 티가 많이 나는훈남 스타일이었고 꽤 달변이라 술자리에서 매력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P가 아니었으면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연애 한 번 못한 모태 솔로로 지냈을 것이다.


4.

그날 P는 헌팅에 성공했고 우리는 아무런 방해꾼이 없는 돋에서 끈적하게 술을 마셨다. P의 계획대로 나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와 파트너가 됐고 P는 지금의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파트너가 되었다. 여자는 내 옆에 앉아 술잔을 들 때마다 손바닥으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여자에게서는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그녀가 먹은 과일향이뒤섞여 천박한 냄새가 풍겼다. 여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서 스읍 소리가 날 정도로 깊게 들이마시고는 나에게 말했다. 소설 쓴다고요? 글 쓰는 사람들은 항상 무표정하거나 시름에 잠긴 표정이잖아요.난 그게 섹시해 보이고 매력적이더라고요. 미간에 잡힌 주름. 이게 섹시해. 그녀는 내 미간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입에서는 병균을 옮기는 온상지처럼 희멀건 담배연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담배연기를 내 얼굴에 모두 뿜어낸 그녀는 화장실로 향했고 건너편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지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에게말했다. 소설. 어디서 볼 수 있어요? 링크 좀 보내주세요. 그녀는 나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었고 나는 그녀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었다. 옆에서 눈치를 보던 P는 내 소설에 대한 칭찬을 술자리에서 늘어놓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제풀에 지쳤는지 야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우리는 현실의 지면에 스며드는 장맛비처럼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했고 장대비가 온 세상을 흥건하게 적실 때쯤 술집에서 나와 서로의 몸에 젖어들었다. 그날 나는 미니스커트와 몸을 섞었고 P는 지금의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잤다. 제한적이고 상투적인 감정 속에서 맺어진 한시적인 연정이었기 때문에 격렬할 줄 알았던그날의 섹스는 여태껏 내가 했던 모든 섹스 중에서 가장 미온적이었다.


5.

얼마 후 나와 P는 돋에서 만나 그날 있었던 섹스에 대해 공유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난 차림새 보고 완전 숙맥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침대에서는 요부더라. 그리고 허리돌림이 아주 예술이야. 형이 그날 구라 쳐서 좀 미안한데 원래 평범해 보이는 여자들이 제일 야한 법이야. P는 자신의 여성편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근데 가슴에 뭐가 더 있어. 가슴이 세 개인 거 같아. 좀 기형적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자기 말로는 뭐 비너스도 그랬다나 그 왜 있지 신화에 나오는. 아무튼 생각하는 게 좀 유별나긴 한데. 섹스는 좋았어. P는 종종 그녀를 만났고 나는 가끔 그 둘의 술자리에 껴서 시답잖은 농담이나 던지는 들러리로 전락해 버렸다. 그때 그녀는 항상 단정한 차림이었고 정숙한 이미지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정욕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그 반대로 내 머릿속은 정숙한 그녀를 탐하고 싶은 저속한 욕망만이 들끓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유독 P가 말한 그녀의 기형적인 가슴. 나는 가슴을 보고 싶었다. 지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건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을의 문턱 앞에서 시들해질 무렵이었다. 소설. 잘 읽었어요. 언제 한번 단 둘이 만나요. 당시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대학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유독 조소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만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는데 가장 빈번하게 거론된 작품은 로댕의 영원한 우상이었다. 로댕의 영원한 우상을 보면 남자가 마치 여자의 가슴을 애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가슴에 입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에요. 명치. 배에다가 입을 맞추고 있는 거예요. 당시에 상대에게 경외심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학교 교수님이 말했었는데 여자의 배는 생명을 잉태하는 성스럽고 고결한 부위라는 숭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행위가 용납되었다고 하더군요. 흥미롭지 않아요? 그리고 로댕이 생각하기에 여성은 인간세계에서 생명을 기르는 조물주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학적으로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서는 여성들의 나체가 외설스럽지 않고 탐미적으로 승화되어 있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로댕의 작품에 대해서 말하고는 자신은 남자의 나체를 조각상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그녀는 창조적인 직업에 대해 깊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창작의 욕망을 경배했다. 하지만 그녀가 예찬하는 로댕의 영원한 우상은 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인화시켜 주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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