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의 『카지노 게임적 낙관』은 제목부터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카지노 게임’과 ‘낙관’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생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책 서두에 “우리의 낙관이란, 카지노 게임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 썼다. 카지노 게임 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다.
김금희 작가는 현대인의 삶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이번 산문집 『카지노 게임적 낙관』에서는 그녀가 키우는 70여 종의 카지노 게임들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특히 이상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며 화제가 되었다. 작가는 수상작 외 작품의 저작권을 제한하는 이상 문학상 운영 규정을 지적하며 창작권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너무 멋진 작가다.
이 책은 작가가 집에서 키우는 70여 종의 카지노 게임을 돌보며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카지노 게임로부터 배우는 성장의 태도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카지노 게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였다.
“생장점이 잘린 멜라노크리숨은 며칠간은 변화가 없었다. 앞으로 어디를 키워야 할지, 어디로 뻗어나가야 할지 모색해 보는 듯했다. 지난 몇 년간의 내 모습과도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8쪽)
인간과 달리 카지노 게임은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적응하며 살아간다. 가지가 꺾이고 잎이 시들어도 뿌리에서 새로운 생명을 싹 틔운다. 작가는 이를 두고 "성장이란 제멋대로이면서도 달갑지 않은 모험"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우리가 삶의 어려움과 마주하며 느끼는 좌절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낙관적 메시지는 큰 위로가 된다.
“카지노 게임들은 동물과 달리 삶의 호흡이 길다. 절화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지에서 잘려 나온 꽃이 얼마나 천천히 시들어 가는지, 그러니 하룻밤 사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카지노 게임들은 아침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다.” (80~81쪽)
저자의 말처럼 긴 호흡으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만들어 가는 삶이 바로 ‘카지노 게임 하는 마음’ 아닐까. 책을 읽으며 베란다에서 천천히 꽃이 피고 천천히 시드는 카지노 게임들과 함께하는 삶의 여유를 떠올렸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삶의 불완전함을 품어내는 카지노 게임 낙관
“아무리 흔들리더라도 그대로인 것들이 있다.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가지를 크게 흔들었다가 다시 바로 서는 나무들처럼, 다행히 내 곁에 그렇게 남아준 사람들이 있다.” (167쪽)
책에서 묘사된 제주의 선인장 군락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검은 바위 위를 뻗어나가는 선인장의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선인장을 보며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고,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이를 통해 카지노 게임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회복과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김금희 작가의 글은 단순한 산문을 넘어 독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린다.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은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상처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성장의 에너지는 멈추지 않는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더디지만, 그 끝에는 새살이 돋아난다. 시간이 지나 회복된 자리에는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깊어진 흔적이 남는다.
마치 꺾인 가지에서 새순이 자라나듯, 우리는 상처를 통해 삶의 강인함을 배우고,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처럼 상처는 단순히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싹 틔우는 시작이 된다. 이 메시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희망을 품게 한다.
카지노 게임처럼 조용히,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연신 작가가 언급한 카지노 게임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이렇게나 내가 모르는 카지노 게임이 많다니! 아니, 아는 카지노 게임이 몇 안 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카지노 게임을 잘 키우지 못하는 편이다. 몇 년 전, 다육이를 선물 받아 키우기 시작했지만, 여름날 출근 후 집에 돌아오면 다육이 잎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 결국 말라죽었다. 발령을 받을 때마다 지인들이 준 카지노 게임도 처음엔 파릇파릇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점점 집에 카지노 게임을 들이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카지노 게임을 잘 키우지 못했던 이유는, 어쩌면 카지노 게임을 향한 애정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은 단순히 집안을 꾸미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명을 지닌 동반자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카지노 게임적 낙관』을 통해 느리고도 단단한 카지노 게임의 생명력을 알게 되면서, 나도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을 읽으며 문득 화분 속 작은 생명이 떠올랐다. 그동안 방치했던 화분들이 떠오르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 한 컵을 받아 들고 바짝 마른 화분에 조심스레 물을 줬다.
김금희 작가의 『카지노 게임적 낙관』은 단순한 산문집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이다. 삶의 불완전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이 책은 누구에게나 위안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