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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Jan 09. 2025

카지노 게임 왜 회귀물에 빠지는가?(1)

그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

요즘의 창작물들은 판타지 장르의 독점기로 느껴진다. 시간을 돌리고, 괴물들이 튀어나와 다 때려 부숴서 사람들은 검과 마법을 쓰는 새로운 세상으로 재구성되고,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능력을 나만 가지는 먼치킨물까지. 흔히 '이세계물'이라 이야기되는 완전 판타지부터 우리가 사는 현실에상상만하던 특별한 판타지적 요소가 일부 들어가는 세미 판타지까지 다양하다.

이런 창작물들의 유행은, 사람들의 취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취향에, 요구에 맞춰 창작물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사람들이 재미를 위해 창작물을 접하는 곳에서 판타지 작품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현실과는 색다른, 혹은 현실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작품들을 원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그런 판타지적 요소들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결핍되었는지. 욕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시간회귀물'. 이 요소는 판타지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접해봤거나 거부감이 없을 법한 키워드다. 죽음이나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과거에 돌아가기도 하고, 좀 더 판타지스러운 작품들은 아예 주인공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들을 주곤 한다. 이는 하늘을 난다던지, 맨손으로 건물을 때려 부술 수 있는 괴력을 얻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부류는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꽤 인기 있는, 어쩌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능력 중 가장 바라는 능력일 것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건, "과거는 바꿀 수 없다"라는 말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과거에 남겨진 '후회'를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니까.


카지노 게임이 삶을 살며 생겨난 기억만큼 후회들도 함께 생겨난다.

'그때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을까'

'하필 왜 그 선택을 했을까'

'이 생각을 어째서 하지 못했을까'

'그 선택이 불러올 이런 결과는 어째서 예상하지 못했을까'.

후회들이 발목을 붙잡지만 카지노 게임 당장 눈앞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이런 후회들은 의식의 저편에 밀어 넣고 잊고 지내려 한다. 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과 같이 생각에, 잡념에 빠지는 때에 이런 후회들은 슬며시 머릿속을 뒤덮어 카지노 게임를 질식시킨다. 그리고 그 후회 속에서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혹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이다.

자신이 한 선택에 따라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 또한 있을 텐데, 하다못해 두 가지 모두를 저울질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으로 잃은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이미 생겨난 흠결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틀려먹은 인생이 펼쳐질 것이란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면 후회는 더더욱 강해진다.


물론 아직 한참 살아갈 인생이 남아있더라도 이 흠집과 오차가 정말 남은 인생을 모두 말아먹을 수도 있다. 정말로 당신이 공장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듯한삶을 바란다면 말이다.하지만 실제 삶은 나무가 자라나는 것과 같다. 큰 상처가 나고, 다른 나무들과 달리 비뚤어진 방향으로 자라도 상처를 메꿀 회복력과 다시 균형을 잡고 곧게 나아갈 수 있는 균형감각, 회복탄력성이 있다.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공장제 제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적 시선 탓에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개성, 특성을 흠결이자 오차로 생각하고 자신을 불량품으로 여기게 된다.


이런 마음가짐이, 카지노 게임를 나아가야 할 앞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게 만들며 돌아갈 수 없는 때로 다시금 회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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