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파면된
다음날 주말 아침
빵을 사러 나선 길
비가 내렸다.
큰 산불이 남도 지방을 휩쓸어
오랜 절과 마을을 불태웠던 터라
많이 좀 내릴 것을 기대했다.
땅을 촉촉하게 하는 비는
막 피어나는 꽃잎들을 적시고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젖은 꽃잎들이
물기 품은 미소를
등불처럼 흘렸다.
새로 난 것들은 힘이 있다.
차고 굳은 것을 밀고 올라온 용기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아내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꽃그늘 아래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다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내 손에는
여러 종의 빵이 가득 담겨있는
가방이 들려 있었고
식구들 수만큼의 김밥도 있었다.
비 그치면
벚나무 이어진 둑길로
꽃구경을 가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