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촌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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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Apr 11. 2025

카지노 쿠폰상자를 받고

카지노 쿠폰상자를 받고

박래여

엄마, 오늘 카지노 쿠폰가 도착할 거야.

아침에 출근하면서 딸이 말했다.

받아둘게 잘 다녀와.


며칠 전 농부는 자투리땅을 뒤집어 거름을 내고 두둑을 지었다. 지난해 감자와 당근, 치커리를 심었던 자리다. 그 자리에 농부는 감자를 심고 비닐멀칭을 한다. 지난해 그 자리에서 거둔 감자로 겨울나기를 했다. 식품 값이 고공행진을 하자 텃밭에서 거둔 것들이 효자노릇을 했다. 단감은 아직 아삭하다. 배추와 시금치, 치커리, 쑥갓도 저장고에 넣어놓고 여태 먹었다. 푸성귀도 저장고 온도만 잘 맞추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농부는 차카지노 쿠폰 울타리를 다듬고 소카지노 쿠폰와 매실, 모과카지노 쿠폰 전지를 하고 뒷정리를 한다. 삽짝 옆에도 소카지노 쿠폰 두 그루가 멋지게 자란다. 그 소카지노 쿠폰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심은 적도 없다. 숲에서 솔방울 씨가 날아와 자리를 잡아 자라는데도 무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하는 삽짝인데도 소카지노 쿠폰가 자라는 것을 몰랐다. 해마다 예취기로 풀을 쳤으니 소카지노 쿠폰도 온전히 자랄 때까지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어느 날 그 소카지노 쿠폰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소카지노 쿠폰가 언제 저렇게 컸지?’ 소카지노 쿠폰를 의식하면서 한 자리에 터 잡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실감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씨앗들이 숲을 이루는 시간을 가늠해 본다. 사람이 심은 것보다 저절로 나고 자라는 것들이 숲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한 자리에서 카지노 쿠폰가 자라는 사이 그 자리에 붙박여 사는 사람은 늙어간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곤 한다.


우리 집 마당의 변천사만 봐도 인생무상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삼십 몇 년 전 이 자리에 터 잡았을 때는 온갖 카지노 쿠폰들을 사다 심었다. 그 카지노 쿠폰들 중 저절로 고사한 것도 있고, 배서 파내거나 베어낸 것도 있다. 마당가에 야생화 꽃밭도 만들었지만 내가 심었던 꽃들은 사라지고 제철에 맞추어 피고 지는 자연 생 야생화가 자리 잡았다. 꽃과 꽃밭에 연연하던 것도 잠깐이다. 집 주변이 온통 내 정원인데 굳이 꽃을 사다 심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그대로 받아들인 터전이다.


삽짝의 매화가 드디어 꽃잎을 열었다. 산수유도 같이 피었다. 머잖아 내 정원엔 야생화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연둣빛 잎눈부터 개나리와 진달래, 조팝카지노 쿠폰 꽃, 벚꽃 등등.


마당에 깔린 봄을 눈요기하며 카지노 쿠폰를 기다렸다.

오후에 한 살림에서 커다란 박스가 도착하더니 이어 아이스박스 두 개가 도착했다. 박스를 풀었다. 감자라면, 물 사랑 세제, 에이비씨 과즙박스, 온갖 것이 다 들어있다. 한 살림 제품은 비싼데. 쓸데없는 낭비라고 했더니 딸은 건강에 좋은 친환경 우리 거 먹고 쓰란다. 아이스박스에는 전복과 편육이 들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딸은 시아버님 살아생전에도 가장 큰 전복을 주문해 보내주곤 했다. 읍내 마트에 나오는 전복은 자잘해서 맛이 없다던 시아버님이다. 손녀가 수협에서 시켜준 전복이 최고라고 하셨다. 그 덕에 딸의 호주머니가 비었겠지만 시어른께서 손녀에게 용돈도 주셨다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도 사랑이었다.


이제 시어른 두 분도 돌아가셨다. 딸은 어미를 위해 편육과 전복을 시킨다.

맨날 할배할매만 드셨잖아. 이젠 엄마아빠도 노인이니 드시라고 시켰어요.

비싼 쇠고기나 전복, 민물장어, 참붕어는 시부모님 드리려고 사고, 우리 식구 먹을 거는 싼 돼지고기를 샀던 것을 딸은 안다. 사시사철 곰국이 떨어지면 어지럽다고 자리보전하던 시아버님, 그때는 사골 곰을 해도 나는 하얀 국물 한 그릇 먹어본 적이 드물다. 시부모님 드실 초물을 톡톡하게 만들어놓고 끝물 고운 멀건 국물로 육개장을 끓여 우리 식구는 먹었다. ‘너거도 무라.’ 시아버님의 명령이 떨어지면 남편과 두 애에게 곰국 한 사발을 떠 줬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육개장이 더 맛있어요.’하면서. 솔직히 속으로는 그 뽀얗고 고소한 국물, 내가 정성들여 고우고 기름기를 제거한 그 국물 한 그릇 푸지게 먹고 싶었다.


두 어른 돌아가시고 노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집에서 끓이는 곰국을 포기했다. 곰국 전문점에서 사 먹기로 했지만 내 입에 맞는 곰국을 찾기 어렵다. 아이들도 곰국 끓이지 말라며 진짜배기 가마솥에서 끓인 곰국을 시켜 카지노 쿠폰로 보내준다. 그런 곰국도 ‘곰국 맛이 괜찮기는 한데 엄마가 끓여준 곰국 맛은 안 나네. 묽은 것 같아.’ 할 때 아이들을 위해 사골을 사다 푹 고우고 싶어진다. 두어 번 곰국 고우다 몸살 나고는 포기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내 손으로 곰국을 끓이고 싶다.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밥알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어미의 심정 아닐까.

카지노 쿠폰 상자를 비웠다.

딸이 곁에 있어 든든하고 좋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딸아, 카지노 쿠폰 잘 도착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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