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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28. 2024

무료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소년이 온다


21세기 현실에 일어날 수 있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계엄선포를 맞닥뜨렸다. 하필이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독서 모임을 앞두고 책을 막 펼치려 한 그 순간에. 에이 말도 안 돼, 라며 웃어넘기려 한 상황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긴박했고 긴장감을 불러왔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헬기의 진동음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여섯 시간여 만에 계엄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나라 상황은 혼란스럽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소년이 온다를 만났다. 책 표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검은 바탕이 안개꽃으로 가득하다. 안개꽃은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검은색은 광주에서 벌어진 10일간의 암흑의 시간 또는 그들의 죽음을, 안개꽃은 광주 항쟁으로 목숨을 잃은 동호, 정대, 정대 누나, 진수 등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인간이 가진 가장 잔혹함에 대항하여 인간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용기 냈던 이들의 혼이나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건네는 애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적힌 부분과 뒷면에 평론가들의 글이 적힌 부분은 주황색으로 되어 있다. 특히나 주황색 제목 부분은 유광 처리되어 있다. 왜 주황색일까. 이 주황색의 의미를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로 유추해 보았다. 그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이따금 망월동 묘지를 찾아갔다고 한다. 갈 때마다 날이 맑았고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고. 그것을 생명의 빛으로 느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그에 맞선 양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는 생명의 빛을, 희망의 빛을 발견한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폭력성에 ‘소년이 온다’라는 현재형의 문장으로 경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소설의 독특한 구조였다. 총 여섯 장으로 이루어진 내용은 장마다 다른 화자들이 등장하여 5.18 항쟁을 조명한다. 느닷없이 날아온 총에 맞아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소년의 혼이 등장하기도 하고 일곱 대의 뺨을 맞은 이가 하루에 뺨 하나씩을 잊어가며 7일에 걸친 삶과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19:00부터 05:00까지 열 시간에 걸쳐 짧게는 십 분에서 많이는 오십 분 간격으로 쪼개지는 시간 동안에 끼어든 과거 회상과 그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내용을 담아낼 그릇을 고르고 골랐을 작가의 고뇌와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 뭉클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잔혹한 진상을 최대한 절제하며 주인공들의 입장이 되어 그 감정을 마음을 생각을 고통을 써 내려간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최대한 진실을 가까이 전달하려 애쓴 흔적들에 닿으며 마음이 울컥울컥했다.

작가는 화자의 입을 빌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그중 하나가 나를 사로잡는다. “무료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말이 계속 입 안에서 맴돈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는가. 내가 만약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두렵지만 양심을 져버리지 않고 용기 낼 수 있을까. 죽음 앞에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나는 결코 무엇도 단언할 수 없다.

살면서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는 더 힘듦이 따르기 마련이다. 고문의 고통에 남은 삶이 흔들리다 끝내 죽음을 선택한 이들. 그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자신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당한 무참한 고문의 기억은 그들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삶을 옥죈다.

“무료 카지노 게임하고 또 무료 카지노 게임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겪은 일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120쪽)


그럼에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사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다.

잔혹한 폭력을 행한 사람도 인간이고 그들에 맞서 양심을 지킨 사람도 인간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신 아브락사스처럼 인간은 상반되는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 내면애 있는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되기도 하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내기도 한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다. “무료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는 내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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