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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윤 Apr 23. 2025

밤카지노 게임

어릴 적 나는 천체관측부였다.
원래 동아리는 학기 초에 1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 천체관측부는 사정이 좀 달랐다. 부원이 너무 없어서 유지가 어려웠고, 결국 친구 하나가 끈질기게 나를 꼬드겨서 1학년 2학기, 한참 늦은 시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장비부에 배정됐다. 주된 일은 고가의 망원경을 관리하고 나르는 것. 그런데 천체관측부에서 내가 제일 먼저 배운 건 별의 이름도, 망원경 조작법도 아닌,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였다. 참 웃기지? 그러니 그 동아리에 아무도 안 들어가려고 하지.

두 달에 한 번꼴로 '관측회'라는 걸 했다. 주말 늦은 밤, 별을 보러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 들판이나 산으로 향했다. 낭만적일 것 같지만, 사실 나는 그게 전혀 좋지 않았다. 나는 장비부였으니까.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고, 선배들이 올 때까지 얼어가며 대기해야 했다. 관측회엔 졸업한 선배들까지 몰려와서, 사실상 별을 보기보다는 막내들이 선배 시중을 드는 자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천체관측부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때의 불편했던 기억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밤카지노 게임을 올려다보게 되었으니까.

선배들이 하나둘 떠나고, 아주 깊은 밤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카지노 게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별을 보았다. 발은 꽁꽁 얼고, 얼굴은 찢어질 듯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그날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동아리 시간에 반강제로 외웠던 별자리들이 카지노 게임 위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영롱한 빛을 내는 달의 크레이터,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그땐 2006년쯤이었는데,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고성능 카메라가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배들의 도움으로 망원경에 카메라 초점을 간신히 맞춰 찍은 달 사진 한 장은, 지금도 내 사진첩 속 가장 아름다운 사진 중 하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밤카지노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별과 달의 사진을 찍고, 별자리를 찾아보곤 한다. 겨울 카지노 게임에서 시리우스를 보면 반갑고, 카지노 게임의 붉은 점을 보면 '화성이 저기 있구나' 하고 혼잣말을 한다.

나의 첫 동아리, 천체관측부.
그곳에서 나는, 밤카지노 게임을 올려다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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