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 하다의 시작
퇴사 후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 캘리그라피, 디지털 드로잉, 독서 관련 모임들에 참여하였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다. 공격적으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패드 드로잉 챌린지 / 스톡 작가 챌린지 / 독서 모임 / 붓글씨 챌린지
캘리그라피 챌린지 / 필사 챌린지 / 그밖에 서평단, 서포터즈 활동 들..
한 달에 참여하는 챌린지가 8개까지 해본 달도 있었다. 어느 것들이 나에게 맞고 필요한지 알아보려 그 속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 무엇이든 해봐야 아는 법이다. 이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모임이나 약속은 만들지 않았다. 일정을 정리하고 하나씩 배우고, 익히고, 집중했다. 모든 것들이 캘리그라피와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재미있었다. 온전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에 뒤쳐지면 안 될 것 같았다. 디지털 캘리&드로잉도 해보았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캘리그라피를 하기엔 손맛이 느껴지는 직접 쓰는 손 글씨가 더 흥미로웠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더 좋아하는 나를 알게 되었다.
책과 가까워지면서 책 욕심이 많아졌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으면 힘들기에 좋아하는 장르부터 읽기 시작했다. 캘리그라피로 쓸 문장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노트에 적어 놓기도 하고, 캘리그라피로 쓰면서 필력도 쌓아갔다. 1년 넘게 해 보니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만들 문장들이 쉽게 눈에 보이는 실력이 생겼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7개월간 리더로 활동했다. 또 다른 책임감이 생겼다. 내가 고른 문장과 느낌이나 생각들을 매일 아침 문장을 공유하며 즐겁게 활동했다. 이 또한 서로의 문장들을 사유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알아가는 기회였다. 눈으로 읽기만 하던 독서에서 기록하며 남기는 독서를 했다. 그랬더니 한 달에 평균 7~10권 정도 서평을 하며 덤으로 글까지 쓰는 스킬이 쌓이고 있었다.
서평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쪽에 대한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서평단 모집을 하는 북플루언서도 눈여겨보게 되고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서평단에도 참여하면서 흐름을 보았다. 잘 모르던 출판 쪽도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간들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마케팅의 전쟁이었다. 책 한 권을 찍어내고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출판인들의 피땀 흘리는 노력이 들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출판사에서 마케팅으로 빼놓는 책과 작가님들이 홍보용으로 뿌리는 책들로 서평단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서평단 모집을 해보고 싶어졌다.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쏟아지는 신간들의 정보는 온라인서점이나 검색으로도 알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만 열심히 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인맥도 없었고, 관련업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 맨 땅에 헤딩이었다.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으로 출판사나 작가님에게 직접 제안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평단으로 참여했던 책 중에 여러 작가분이 모임에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걸 묶어서 낸 책이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읽자마자 움직이게 되었던 책이었다. 그 책을 낸 대표님에게 조심스럽게 DM을 보내어 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했다. 마음이 움직였기에 이 책으로 서평단 모집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자리 잡힌 출판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도와주고 싶었다. 규모가 작거나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나에게 울림을 강하게 주었던 책들을 골라서 추천해 주고 싶었다. 오히려 좋았다.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나의 첫 서평단 모집이 시작되었다.
‘yes!!! 인생 뭐 있어? 부딪히는 거야! 어디서든 진심은 통하는 법!’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종교도 없는데 하느님을 찾았다.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난다.
제안을 주어서 감사하다는 답변과 함께 순조롭게 서평단 모집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경험하고 나니, 연달아 물꼬가 트였다. 당시 일 년 전쯤 서평단으로 참여했던 책이 있었다. 그 작가님과 서로 응원해 주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의 첫 서평단 모집을 보고 감동하여 다음 서평단 모집에 본인 책을 지원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하여 최선을 다해서 알렸다. 홍보 효과도 좋았다고 매우 만족하셨다. 시작해 보니 다음 제안들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서평단 지원책을 받을 수 있는 내공도 쌓았다.
내가 잘하는 것과 직접 느끼고 해 보았던 것들을 잘 녹여내어 재미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을 생각했다. 벽돌 깨기 중 가장 큰 것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흔하지 않은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책 & 필사 &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하고 싶도록 만들면서 글과 글씨라는 울타리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유명인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고 싶었다. 그때 팔로워 수가 1,300명 정도였다. ‘1만, 10만 이상 팔로워를 둔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나를 의심하진 않았다. 그저 더 뚜렷한 차별화가 필요했다.
필사 모임, 독서 모임, 캘리 챌린지 세 가지를 다 묶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능력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책을 구매해서 필사하는 것이 아닌, 책을 받아와서 즐길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스스로 문장을 뽑아보고 그것을 필사나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다음 느낀 것을 서평으로 남겨보며 글쓰기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함께하는 분들 모두의 성장을 바라며 이 모든 것을 묶었다.
처음 <캘리, 하다 모집 시작을 했을 때 설문을 받았다. 독서와 서평단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 다섯 손가락에 꼽혔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9개월 차 접어든 이제는, 60명이 넘는 멤버분들 중 40명이 넘는 분들이 매월 독서를 최소 1~2권 이상 서평까지 작성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처음 서평책을 10권 가져왔을 때 신청자가 없어서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지난 8기 때 도서를 총 70권 지원을 받아도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서평은 어떻게 하는 건지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분도 이제는 습관이 잡히면서 즐기고 있다.
누군가 조금만 끌어 주어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혼자 하면 외롭고 꾸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하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해내고 있는 장면들이 기록되는 중이다
처음 제안을 받아주셨던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돛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바람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