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저 매개일 뿐이다
언어 이전, 즉, 언어가 생기기 까지는 ‘이성’이 담당하고 언어가 생긴 이후는 ‘합리’가 담당한다. 합리의 세상을 문화라고 하며 이성은 형이상학의 세상이다.
인간은 언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언어가 인간에게 생각이란 것을 준다. 그래야 타인과 살 수 있다
언어로 생각한다고들 믿지만 실은 언어가 생각을 해 우리에게 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만약 누군가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한다면 그 말 자체에서 언어가 만들어준 생각이란 곳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가 보인다. 그렇다고 인간이 저급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그게 인간이다. 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언어가 만들어준 생각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언어까지가 이성이니 말하는 순간 실은 이성일 수가 없는 숙명이 우리네 삶이다.
말과 글이 난무한 것을 보면 언어에 대한 진리(언어가 생각을 준다는 가설 말이다)가 참임을 느낀다. 언어가 준 것이 생각이 아니라 생각으로 언어를 쏟아낸다면 어찌 이토록 함부로 말하는 자들이 세상에서 타인과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생각한 결과가 언어라면 생각은 곧 이성의 세상에서 일어난다는 것인데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곧 지옥이 되어 버린다. 그나마 이 세상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언어가 생각을 주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험하고 독기로 가득차도 그 사람들의 생각은 아니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