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목) 스케치.
벌써 5학년이 되는 보람이(가명).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알고, 공부도 곧잘 하는 편이지만 공부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학교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곧잘 다니는 편이지만 가끔 힘들어할 때가 있다.
특히 영어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숙제가 많아 미루고 미루다 겨우 해가는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봄방학이니 하루 정도는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냥 쉬게 하면 스마트폰과 패드로 하루를 보낼 게 뻔하다. 아빠도 금요일이면 아오모리로 떠나기에 함께 추억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보람가 요즘 자주 애용하는 밸런스 게임으로 물었다.
사실 등산을 선택할 거라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나 운동을 싫어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가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러면 영화관이나 쇼핑이나 다른 대안을 제시해보려 했다.
그런데 덥석 '아빠랑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기!'를 선택해 줬다.
그래서 엄마한테도 허락을 받고 등산을 가기로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 등산을 가겠다는 보람이의 선택에 놀란 보람엄마가 농담반 진담반 물었다.
"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그렇게 싫어? 그럼 다니지 말래?"
보람이가 웃으며 답했다.
"아니싫은 건 아닌데 가끔은 쉬고 싶지ㅎㅎ"
목요일 아침, 방학이라 푹 자고 일어나, 준비해서 11시쯤집을 나섰다. 집에서 역이 멀지 않아 지하철로 청계산역까지 이동했다. 청계산 입구에서 점심을 먹고 산을 오르기로 했다. 근처에 맛집을 찾아봤지만 둘이서 가기에 마땅한 곳이 없어 가끔 가는 곤드레 비빔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보람이가 세트 메뉴를 선택했다. 역시 이 집의 곤드레 비빔밥은 맛있다. 이날 고기는 살짝 질긴 느낌이었다.
그렇게 배를 든든히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정상까지 오늘 수 있으면 좋겠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냥 보람이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만 올라갈 예정이었다.
지난번 관악산도 한 시간 정도 오르다가 힘들다고 해서 중간에서 내려왔기에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조금 오르다 쉬고, 조금 오르다 쉬고를 반복했다.
오르는 길에 벤치가 꽤 많았는데, 보람이는 벤치가 나올 때마다 쉬어야 한다며 자기만의 룰을 정했다.
힘든데 벤치가 나오지 않을 땐 바위에 앉아 쉬기도 하며 쉬엄쉬엄 올랐다.
정상에 가까이 가니 눈이 제대로 녹지 않아 눈, 얼음, 진흙이 섞여 있어 발 디딜 곳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힘들면 끝까지 안 올라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한걸음 한걸음 정상으로 향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해서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아 계속 올랐다.
그러다 보니 1시간 50여 분 만에 정상에 도착!
다행히 날씨가 좋아 경치도 즐기고, 준비해 간 음료와 과자도 맛있게 먹고 하산했다.
눈, 얼음, 진흙으로 엉망인 정상 부근은 내려올 때도 만만치 않았지만 오를 때보단 수월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가능한 많이 쉬면서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보람이는 체력이 좀 약한 편이고 평소에 운동을 거의 안 해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체력도 중요하다고 누누이 얘기하지만 운동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가끔 이렇게라도 해서 체력도 기르고 산과 자연과도 가까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서 오랜만에 많은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집에 있으면 게임을 하거나 숙제를 해서 말을 걸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근데 둘이서 네 시간을 오롯이 함께 하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벤치에 잠깐 쉬면서 어른들과 나눈 얘기도 보람이에겐 인상적이었나 보다. 한 할아버지가 어린 보람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는 걸 칭찬하면서, 한국에서도 여성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들이 더 나와야 된다는 얘기까지 해주셨다. 그리고 자신이 젊었을 때 킬리만자로를 등반한 얘기부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을 얘기를 쉴 새 없이 쏟아내셨다. 정상까지 길도 멀었고 보람이가 지루해할까 봐 서둘러 일어섰는데, 나중에 그 할아버지가 들려준 얘기를 보람이가 직접 엄마한테 해주는 걸 보니 보람이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이래저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 가치 있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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