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근 김치 맛이 한해의 부모님 기분을 좌우한다
안녕하세요. 이너바스 이실장입니다.
어제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날 우리 집 김장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한 것은 아니고, 제가 부모님 댁에 가서 김장을 도와드리고 왔죠. 저희도 그 김장배추를 가져다 먹으니까요. 김장은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가족들이 합심하여 담그는 연례행사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김장하지 않고, 김치를 사서 먹는 집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김장할 때 절임배추를 구매하여 김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친구네도 그렇고요.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다가 직접 절여 사용합니다. 절임배추 구매하는 게 훨씬 편하죠. 배추를 절이는 것도 손이 많이 가고, 힘들어요. 직접 배추를 시장에 가서 사다가, 배추 겉잎을 때고, 적당한 크기로 쪼개고, 배추를 씻어주고, 큰 고무통에소금물로 배추를 절입니다. 몇 시간 뒤(새벽에 자다가 일어나) 배추를 뒤집습니다. 골고루 절여지도록요. 번거로움과 불편함, 그리고 정성이 들어갑니다.
절임배추가 통배추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절임배추를 쓰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시장 통배추를 고집합니다. 제가 김장할 때절임배추로 담그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절임배추를 어머님께 말씀드린 이유는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원하는 수량만큼 택배로 가져다줍니다.배추 속만 만들어 무치면 되니까 편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시장 통배추를 고집합니다. 부모님이 김장하느라 추운 날 마당에서 배추 다듬고, 쪼개고, 씻고, 배추절임을 하신다는 게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제 차를 가지고 어머니와 둘이 제기동 경동시장에 배추를 구매하러 갔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좋았습니다.한 망에 배추가 세 통 들어 있는데 12,000원입니다. 13,000원 하는 곳도 있고요. 30 포기 할 거니까 열 망을 샀습니다. 어머니는 강원도 배추보다 땅끝마을 해남 배추를 고집합니다. 해남 배추가 더 단단하고 잘 물러지지 않는다고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김장하는 날 먹을 수육 돼지고기와 생굴도 사고, 과일도 샀습니다. 제가 중고딩 학창 시절에 어머니와 함께 버스 타고 시장에 가서 함께 장을 봤던 옛날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가 굳이 시장에 가서 통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하는 이유는
첫째, 부모님은 절임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못 믿습니다.
공장에서 신선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깨끗하게 씻어 천일염에 잘 절여 보내주는 것 같은데, 우리 부모님은 못 믿습니다. 공장에서 엄청난 양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절이다 보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통 한통 정성스럽고 깔끔하게 손질하고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하긴 직접 하는 것만큼은 못하겠죠.
둘째, 시장에서 직접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잘 고르고, 집에 와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쪼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잘 익었는지, 속은 잘 찼는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해야 본인 마음이 시원한가 봅니다. 배추를 구매하는 것부터 쪼개고, 절이고, 김치를 담가 김치통에 넣는 것까지 본인이 직접 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김장을 한듯한 느낌이 드시나 봐요. 자기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김치를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책임감? 자부심?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셋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산물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산물이 뭐냐고요? 바로 이것입니다.
배추 겉입입니다. 배추 겉잎을 따로 떼어 이렇게 쌓아 놓고, 김장 끝난 다음날부터 말립니다. (그냥 말리는지 쪄서 말리는지는 모르겠네요) 이것으로 시래기를 만드는 거죠. 쓰레기가 이니라 시래기. 이것으로 된장국도 끓이고, 육개장, 추어탕 등을 끓일 때 우거지로 넣습니다.
또한, 배추를 쪼개 소금물에 절이다 보면 속 잎도 떨어집니다. 그것을 또 모아서 배추 겉절이로 만들어요. 우리 어머니는 배추를 사서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은 번 외 이야기인데, 제가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에 속을 넣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고무장갑을 벗었습니다. 고무장갑을 벗을 때 빨간 김치 속이 여기저기 묻을 수 있으니까 고무장갑을 낀 채로 수돗물로 고무장갑을 씻었어요.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실수했습니다. 그랬어야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네요.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배춧속 양념과 배추쌈을 그날 먹을 만큼 덜어 놓고, 양념이 묻은 통에 배추 속 잎 떨어진 것을 묻힙니다. 양념도 하나 버리는 것이 없어요. 제가 김장 끝나고 마당에서 고무통과 채반 등을 씻을 때 고춧가루가 거의 묻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들어진 속 양념을 끝까지 다 쓰신 거죠. 알뜰합니다.
최대한 쓸 수 있으면 다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런 것이 가성비 있는 거이죠. 자원의 활용 측면에서도 그게 맞습니다.
앞으로도 부모님이 크게 아프시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나이가 드셔도 배추를 직접 사다가 절여 김장을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김장을 도와드리면서 앞으로 몇 년이나 이렇게 김장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김장하는 시간은 부모님과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며느리는 어디 갔냐고요? 회사에 일하러 갔습니다. ㅎㅎㅎ
올해 첫눈 오는 날 김장을 했습니다. 장독대와 속아둔 배추 겉잎에도 눈이 수북수북 쌓였습니다. 한 해 동안 먹을 김치가 잘 익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성 들여 잘 담았으니 잘 익겠죠. 만약 김치가 잘 안 되어 간이 덜됬거나, 물러지거나 하면 한 해 동안 후회하시거든요. 김치 맛이 우리 부모님 한해의 밥 먹을 때 기분을 좌우한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