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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SKO Apr 28. 2025

02. 소설 우리 가족 : 희원이의 시선

EP.02 새로운 가족

지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도 없는 쓸쓸하고 무서운 집. 우리 집에는 다락방과 툇마루가 있었고 양쪽으로 여닫이문이 달린 방이 두 개 딸려 있었다. 거실에는 주방과 연결된 낡아빠진 나무문이 달려있었는데 신발을 신고 나가야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주방에는 지하로 통하는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 공간이 무서워서 혼자서는 주방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낡은 집은 밤에는 사람이 가득 들어찼지만 낮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한산했고 밤이 되면 집 밖으로 이집 저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오고 갔다.


그리 가난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소음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 집이 잠잠하면 다른 집에서 큰소리가 났다. 아마도 듣지 못한 거겠지. 시대가 그랬는지 아니면 그 동네에 마가 씌웠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날카롭고 화가 가득했다. 멀쩡해 보이지만 오히려 제 식구보다 이웃에게 친절한 이상한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아닌 나는 언제나 조용히 그 모든 것을 멀뚱히 듣고 보며 나도 모르게 기억 속에 그것들을 담았다. 그렇게 시끄러운 밤이 지나고 푸른색 하늘에 해가 동트는 새벽이 오면 카지노 게임 추천 말없이 일어나 일을 나가셨다. 아버지와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모두 출근하면 온 집안에는 공포스러운 적막이 흘렀다.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는 아무도 없는데 마치 누가 있는 듯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났고 벌레와 동물들이 부스럭대는 소리마저 나에게는 두려움이었다. 당시에는 혼자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 너무나 무서워 카지노 게임 추천께서 일을 나가시면 언제나 문 앞에서 혼자 카지노 게임 추천를 멍하니 기다렸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가 아마 네다섯 살 무렵이었을 거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출근하신 후 점심이 지나면 곧 큰고모가 집으로 오셔서 집에서 싸 온 반찬을 상에 차려주셨다.


“우리 희원이 많이 먹어라.”


고모는 나를 보면 언제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고모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좋았다. 매번 무뚝뚝하다 갑자기 호통을 치는 거친 카지노 게임 추천를 보다 깃털같이 부드러운 고모의 손길을 느낄 때면 나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고모가 일 때문에 급하게 가시고 나면 나는 또다시 혼자 덩그러니 집안에 있다가 무언지 모를 허전함과 두려움이 엄습해 와 바깥으로 나오고는 했다. 마당으로 나오면 작은 텃밭이 있었고 텃밭에는 셋방 사는 정연이 아줌마가 심어 놓은 고추와 그 주변으로 작고 노란 꽃들이 가득 펴 있었다.


바람이 살랑이면 작고 힘없는 꽃들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고 나는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당의 작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내 마음도 꺾일 듯 그 꽃들처럼 불안정했다. 아직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그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이대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어린 희원이를 꼭 품에 안아주리라. 그리고 그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 멍하니 대문 앞에서 혼자 카지노 게임 추천를 기다리던 5살짜리 꼬마 희원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말이다. 나는 그 꽃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다른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 대문으로 향한다.


정면으로는 하얀색과 검은색 타일로 벽면이 장식된 창고 위를 가득 채운 항아리들이 보였고 그 옆으로는 지금도 생각하면 무서운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그렇게 마당을 둘러본 뒤 초록색 대문으로 나오면 좁은 골목이 있고 그 좁은 골목 양쪽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내가 언제나 앉아 있는 곳은 그 집들 중 가장 큰 집인 성철이 형네 집 벽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턱이었다. 고모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오면 이미 다들 출근을 하고 등교를 했는지 한동안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 앞집 할머니가 들락날락했고 저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으며 간간히 참새나 까치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항상 머릿속에 집으로 돌아오시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그려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 언제나 무표정에 한없이 차가웠지만 내 머릿속의 카지노 게임 추천 언제나 두 손을 뻗어 나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나의 어린 시절.


5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기다리려 문 앞에 나와 하루 종일 그곳에서 버티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면 어릴 적 내가 측은해진다. 어린 희원이. 마당에서 개미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던 희원이. 그리고 희원이의 허전함을 채워 그 어린 녀석이 가지고 있던 짐을 나눠가진 지금의 나의 어머니.


나에게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누나들인 고모 두 분과 카지노 게임 추천의 동생들인 작은카지노 게임 추천가 두 분이 계시다. 항상 혼자 집에 있는 내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집안의 어른들은 나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다들 나와 나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자식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형편도 좋지 않아서 나를 돌봐줄 여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큰고모는 딸아이가 하나 있는 어느 참한 미망인을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소개해 주었다.


“재혼 생각은 없어?”

“무슨 재혼이야. 먹고살기도 바쁜데.”

“고집 좀 그만 부려. 너만 생각하지 말고 희원이 생각해야지. 저렇게 계속 혼자 내버려 둘 거야? 내가 맨날 와서 챙겨줄 수도 없고. 안쓰러워 죽겠다. 오순도순 가족 이루면 좋잖아. 같은 입장에. 그러지 말고 재혼 생각해 봐.”


그렇게 고모의 배려로 나에게는 갑자기 누나와 어머니가 생겨 버렸다. 더 이상 혼자 있지 않아도 되었다. 그 자체로 위안이 되었다. 맛있는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가 계셨고 종알종알 거리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누나도 생겼다. 물론 머리가 크면서 종알종알은 티격태격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게 한동안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보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앞으로 우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두려움은 까마득했다. 그 즐거운 시간이 지속될 거라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사춘기도 겪어보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안녕. 희원아.”


어린 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이며 어머니께서 인사를 건네셨다. 처음에는 무언가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어머니와 누나를 번갈아 바라봤었다.


“엄마야.”

‘엄... 마?’


너무 어릴 때 친어머니와 헤어져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내게도 엄마라는 것이 생겼다는 인지를 했다. 엄마구나. 이 사람이 나의 엄마라는 거구나. 이 정도. 어머니와 누나가 들어온 후 카지노 게임 추천 잠시 안정을 찾으셨다.


항상 무뚝뚝하고 나에게 호통만 쳐대던 아버지였는데 아버지답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어머니와 누나가 집안을 환하게 채운 이후로 카지노 게임 추천 종종 나와 둘 만의 시간을 만들기도 하셨다.


카지노 게임 추천 낚시가 취미셨는데 아버지와 함께 낚시터에 가서 앉아 있을 때면 나는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낚시터 여기저기를 살피며 돌아다니고는 했다. 그러면 카지노 게임 추천 나를 불러다 옆에 앉혀 놓고 물고기들의 이름을 알려주셨다.


“이건 향어라는 물고기야. 그리고 이게 붕어란다. 이렇게 등지느러미에 가시가 있어. 이 어종은 사는 곳에 따라 색이 변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모양으로 구분을 하지. 조금 있다가 집에 가져가서 붕어찜이나 해 먹자.”


그 후 카지노 게임 추천 다시 낚시찌에 시선을 고정하고 계셨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럴 때면 아버지의 얼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자주 갔던 곳은 강아지농장.


카지노 게임 추천의 지인인 공필이삼촌이 강아지농장을 하셨는데 그곳에도 여러 번 데려가 강아지 종류에 대해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곳에는 우리 동네의 똥개들과는 다른 품종과 족보를 가진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커다랗고 늠름한 개들이 가득했다.


“이건 셰퍼드고 이쪽은 핏불이야. 둘 다 사냥개라 아주 사납단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해서 비싼 값에 팔리지.”


언제나 카지노 게임 추천 자신이 아는 지식에 대해 알려주실 때만큼은 다정한 모습을 보이셨다. 카지노 게임 추천 동물을 좋아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난폭할 수 있는지. 오히려 나보다 우리 집 누렁이를 더 예뻐하신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많이 변하셨다. 알코올중독이었던 카지노 게임 추천 보일러기술을 배워 일을 시작하셨고 스스로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렸지만 그것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으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제력을 잃은 후의 카지노 게임 추천 자신의 행동조차 통제하지 못했고 언제나 아버지 곁에는 아버지와 비슷한 술쟁이 삼촌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술을 그만 먹기로 결심하고 집에 있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을 때면 언제나 아버지의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를 불러냈다. 그러면 카지노 게임 추천 한시도 고민하지 않고 웃옷을 챙겨 들어 삼촌들을 따라갔다. 그런 아버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 할머니의 제사는 칼같이 지키셨다.


어쩌다 형제, 자매들이 급한 일 때문에 못 오는 날에는 크게 역정을 내시며 굳이 모두를 모아 할머니의 제사상 앞에 앉혀 반드시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제사를 지내셔야 직성이 풀리셨다. 평소에 카지노 게임 추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으셨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은 고모들과 작은 아버지들께서 가끔 모이는 제삿날에 종종 이야기를 하시며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제사상에 놓인 할머니의 초상화를 제사를 지내는 내내 말없이 바라보시다 눈가가 촉촉해지면 살짝 주변을 둘러본 후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시고는 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시선을 외면했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창피해할까 봐. 카지노 게임 추천 아실까? 내가 자신을 그렇게나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아무리 모질게 대해도 내겐 아버지가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카지노 게임 추천 자신의 주변을 보지 못하는 사람인 듯하다. 마치 눈먼 장님처럼. 할머니를 잃고 그렇게 슬픔에 잠겼으면서 곁에 남아있는 나와 엄마와 누나도 자세히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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