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동그랑땡 하나 더 주기
아침부터 등교시켜 놓고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콩나물 빨갛게 무쳐놓고, 연근 조리고, 오랜만에 동그랑땡을 만들었다.
카지노 게임보다 긴 노동의 시간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노동요로 삼았다.
스피커로 연결된 음악 소리가 끊기고 벨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친구 카지노 게임다.
오전10시부터 무슨 연락일까 싶었지만 점심 먹고 차 한 잔 하자는 연락이다.
마라맛 엽기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단다.
같이 먹어달란다.
자기가 산다고.
그러나, 자신의 집이 아닌 우리 집이다.
점심시간 맞춰서 우리 집으로 온단다.
오겠다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안다.
분리수거, 배달 용기를 자신의 집으로 받고 싶지 않아서다.
자기가 살 테니 분리수거는 네가 해라 뭐 이거다.
워낙 이런 카지노 게임, 저런 카지노 게임 많이 봐 와서 이 정도의 여우짓은 그냥 귀여운 애교 수준이다.
어차피 이어서 다른 반찬을 만들어야 했기에, 더구나 분리수거 그게 뭐힘들다고, 점심도 사주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했다.
이제는 그 카지노 게임가 현명한 건지 약은 건지, 아니면 내가 착한 건지, 그냥 호구인지 모르겠다.
그저 먹고 싶다는 마라맛 엽기 떡볶이를 같이 신나게 먹어주면 그만이다.
착한 맛이라고 시켜놓고 맵다고 쿨피스 잔뜩 마시더니, 주먹밥도 계란찜으로도 안 된단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매운 게 아님을, 원하는 게 따로 있다는 것을 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냄새를 따라 주방을 기웃거리며 식히려고 놔둔 동그랑땡을 봤었기에.
그녀의 본능이 시선으로가리킨다.
달라는 말이다.
이젠 얄밉지도 않다.
그러려니, 어차피 그 집 딸내미 먹이라고 따로 챙겨두긴 했다.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점심까지 얻어먹었으니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동그랑땡몇 개 맛보라고 가져다주었다.
냉큼 집어 먹는다.
대단히 만족한 모양이다.
열심히 만든 보람은 있으니 다행이다.
"어 이거 맛있다! 우리 하람이도 잘 먹겠다!진짜 잘 먹겠는데..^^;;"
싸 달라는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줄 텐데, 챙겨놨는데.
카지노 게임들의 이런 속 보이는 언행이보일 때에는 내 컨디션이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내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여우짓은 귀엽게 받아들인다.
"언니 동그랑땡 싸 놨어요~ 이따 가져가요~"
"아 진짜~!!!!^^ 고마워 잘 먹을게~ 너~무 맛있다~^^"
"나야말로 떡볶이 잘 먹었어요~~^^"
오늘의 자리는 누구를 위한 카지노 게임?
굳이, 계산할 카지노 게임은 없지만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자신이 정말 현명하다고 믿는 카지노 게임..?
아니면, 진짜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카지노 게임..?
그냥, 그녀가 아무 카지노 게임이 없었으면 싶다가도, 카지노 게임이라는 게 없으면 내가 더 힘들어질 관계가 될 것 같기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친구 한다.
그리고.. 나는 또 뭐가 더 잘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