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무드미터로 매일의 기분 묻기
내가 요즘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하나 있다. 바로 그날 아침의 기분을 감정 무드미터라는 포스터에 자석스티커로 붙이고 기분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한 달 전, 동화책 연구회에 들게 되면서 알게 된 감정무드미터 포스터. 감정을 네 구역으로 나누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네 영역에 맞게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는 감정 지도라고나 할까? 작고 소중한 1년치 학급 운영비 (학급을 운영하기 위해 주어지는 학교 예산) 20만원의 십분의 일 정도를 감정 표현에 관한 활동을 위해 통크게 지불했다.
교실 앞 칠판에 무드미터 포스터를 붙여놓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그날 아침의 기분을 동그란 자석으로 붙이게 한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사흘째 접어드니 자연스레 그 날 아침을 무드미터 포스터에 기분을 표시하는 것으로 열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이 무드미터 포스터에 감정을 표시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게 되었다.
어제는 6교시가 있는 날이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 출근하니 이미 무드미터 포스터엔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아이들이 자석으로 한 몸이 되어 있다. 대부분 절망하다. 기운이 없다. 에 몰려있는 자석을 보며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이구나 위안한다. 그러다 기분 좋게 6교시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하교길. 빨간 구역에 다닥다닥 몰려있던 자석들이 이내 노랑 영역으로 일제히 옮겨져있다. 자석들이 한 몸이 되어있는 곳은 바로 "평화롭다". 하교길에 아이들이 남겨놓은 자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들의 하교길이 좀 더 가벼운 것 같아 내심 안도한다.
오늘 아침, 유독 고된 등교길이었다. 아침에 두 아이를 함께 데리고 출근하는 삶을 두달째 이어오는 중이다.오늘따라 특히 5살난 둘째 아이의 고집이 한겨울의 서리처럼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아침부터 옷을 안입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겨우 달래 옷을 입히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나가려는데 아이는 머리가 마음에 안든다며 다시 묶으라고 난동을 부린다. 이미 출근 시간은 임박해오고 나는 다급한 마음에 집에 와서 예쁘게 묶어줄게 라며 거의 애걸복걸한다. 완강한 고집을 부리는 아이는 요지부동. 속에서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인내의 끈이 끊어지고 나는 아이의 마리를 홱 풀고 한 번 세게 아래로 잡아당긴다. 아이의 눈에서 폭포수같은 울음이 터진다. 하는 수 없이 빗과 머리끈을 가지고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재빠른 손놀임으로 하츄핑과 닮은 양갈래 머리를 묶어내고 서둘러 유치원으로 보낸다.
아침에 한바탕 난리 속을 헤매다 나오면 출근도 하기 전 온몸이 기진맥진이다. 흐릿한 정신과 축 늘어진 어깨로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니 여느 때와 같이 차분히 교과서 정리를 하고 아침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순 평온한 모습에 안개속처럼 뿌옇고 정리되지 않은 정신이 차분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교탁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뒤 칠판에 붙은 자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자석 하나를 얹는다. 빨강영역의 신경질이 나다. 구역이다.
이미 앞서서 그 구역을 선점한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침활동시간 그 연유가 몹시도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47번은 왜 신경질이 났을까?"
당황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보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담담히 대답한다.
"아침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우리반 지원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신경질이 났어요"
대답이 끝나자마자 나는 지원이쪽을 바라본다. 지원이는 어느새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있다.
"그래서 혹시 지금도 계속 그 감정이 드니?"
"아니요, 지금은 평화롭다예요. 지원이가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주었거든요"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대답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럼 평화롭다로 자석을 옮겨줄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47번의 감정을 선생님도 느꼈다며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도 아침에 말안듣는 딸로 인해 신경질이 난 상태로 학교에 왔는데 여느때처럼 차분히 아침활동을 시작하는 너희의 모습에 일순 평화로운 감정이 찾아왔어."
그 말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눈빛이 세상 따스한 빛을 머금고 일제히 나를 향했다.
그 이후 아이들은 쉬는 시간 마다 자신의 바뀐 감정을 인식하고 자석을 떼었다 붙였다 옆으로 아래로 이사하며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마주했다. 하교 후에는 대부분 평화롭다에서 한 마음이 된 것을 보고 나도 노랑색 기분으로 퇴근을 했다.
감정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무드미터 활동,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그 활동을 시작했지만 하루하루 거듭할 수록 그 활동을 시작한 내 자신이 대견하기 까지 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인 내 감정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니 서로를 위해 참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감정무드미터에 붙은 자석을 보며,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 작은 종이하나가 갖는 소통의 힘은 실로 큰 것이었다. 이 좋은 무드미터 활동. 마음 속에 부유하며 갈 곳을 잃은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밖으로 불러내고, 같은 감정끼리 모여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는 아마 매일 한 층 더 성장해갈 것이다.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무드미터. 학년 말까지 쭉 이어가봐야지.
매일의 하루가 빨강색으로 시작할지어도 하루의 끝맺음엔 노랑색으로 변해있길 바라며, 감정에 자석붙이기 활동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