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읽고 ~
나이 들어감은 마음이 둥글둥글해짐 이라는데, 화낼 일도 작아지고 마음도 넉넉해진다는데, 더 예민해지고 때로는 밴댕이 속이 따로 없다. 나이를 덜어낼 수도없고곱게 연륜으로 묻어날 표정관리도안된다. 모처럼 방문한 퇴직자에게 물었다. 나이 듦의 증상인지, 본인도 그러한지. '난 안 그런데?' 받아치는 말끝에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러니 이런 증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4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 천명관 님의 '고래'라는 소설을 봤다. 초임지에서 13여 년을 보내고 막 부처 이동을 하던 때 나온 책이다. 그러니까이 책은 20여 년 전에 나왔다. 그 기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누렇게 변색되고 숱한 사람들이 뒤적여 본 흔적으로 책의 부피가 더 커졌다. 420여 페이지가 넘는 걸 끝까지 다 읽게 될 줄 몰랐다. 초입부터 줄곧 길가에 피었다는 '게망초'를 찾아보았다. 흔희 보고 아는 그 꽃이었다.
대를 이어 전개되는 이야기가 심심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고 물 흐르듯 펼쳐진다. 작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슨무슨 법칙'이라는 말이다. 재미있어서 따로 적어 보았다. 옮겨 쓴 법칙만 해도 15개가 넘으니 아마도 작가는 20개가 넘는 '무슨 법칙'을 들먹였다. '구호의 법칙, 만용의 법칙, 자본주의의 법칙, 헌금의 법칙, 유전의 법칙, 자연의 법칙, 이념의 법칙, 감방의 법칙, 신념의 법칙, 자본의 법칙, 토론의 법칙, 권태의 법칙, 사랑의 법칙, 지식인의 법칙, 중력의 법칙,...'
이야기가 펼쳐지는 갈래마다 저 법칙들을 모두 설명하고 있으니 그 줄거리의 방대함과 재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16부작인 '폭삭 속았수다'도 결국 두 주인공의 한 생을 다룬 이야기였다. 매주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고 '세상에나 어쩌면 이리도 슬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라고 말해 왔다. 3대에 걸친 사람, 사회, 인생이야기다. 다 본 뒤에는 오애순을 지독하게 부러워하게 되었지만 이야기는, 소설은 그렇게 한 세상을 보여준다. 울고 웃다가 진한 서글픔과 감동에 절여지는 것이다.
영화나 강연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넘쳐나지만 오롯이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소설 '고래'를 들고 앉아 보길 권한다. 시끌시끌하고 삭막할 때,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을 때, 소설을 만나는 것도 좋다. 소설 '고래'는 끝까지 그 내용을 예상할 수 없었다. '성간의 바다' 즉 우주로 사라지는 춘희와 코끼리 점보의 모습을 묘사한 마지막 부분은 소설이 끝나는 아쉬움과 그들 생에 대한 슬픔을 승화시킨 듯했다. 벙어리 소녀 춘희에게 점보가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나이 들어감으로 치부하는 마음의변화가 있거든, 혹여 그 비슷한 속앓이가 생기거든 그렇게 나이 듦으로 탓할 게 아니라 이유를 정확히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이전처럼 회복하려고 애써야 한다.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니까. 의외로 많은 경우가 내 탓일 때가 많으니까. 소설은 그런 깨달음을 준다.소설은 또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 데려가는 안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