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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Nov 11. 2024

어두운, 밝은


1. 글을 쓰지 않는 날이 늘수록 글 쓰는 게 점점 두려워진다. 그럴수록 나는 책에 파고드는데, 어쩔 때는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이 너무 뛰어나게 느껴져서 두려움이 더 커질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채식주의자, 흰,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감탄했고, 또 감탄하다가 나는 과연 소설가의 자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문득 우울해졌다.
2. 맞아. 그의 말대로 난 뭐라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너덜거린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
3. 내 삶은 대부분 감정의 격동으로 채워져 있었다. 때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료 카지노 게임 언제까지 이런 격동을 감내해야 할까, 언제쯤이면 평온하기만 한 날들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려왔다. 격동이 심해질 때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살아있어서야.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무료 카지노 게임 이런 것들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야.' 하며 다독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런데 때로는 너무 버거워서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도 모르는 산속 어느 절에서 속세와 단절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무료 카지노 게임 겁쟁이여서 단 한 번도 그런 시도를 행동으로 옮겨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무료 카지노 게임 겁쟁이가 맞다.
4.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거라는 오만과 착각이 칼과 창이 되어 방패 없는 등 뒤로 내리 꽂힌다.
5.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거지?라는 생각은 사실 자만에 가깝다. '나만'은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내게는 절대로 좋은 일만 존재해야 해!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6. 총대를 메고, 불의를 참지 못하고, 너무 타인 위주로만 행동해 왔던 내게 돌아온 말은 '좀 더 약은 사람이 되었어야지. 넌 너무 물러서 그래.'라는 말들이었다. 약은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었던가? 왜 계산적이고, 약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바보'같다는 말을 들어야 하지? 아무리 그런 말을 들어서 약간의 상처를 받았다고 한들, 무료 카지노 게임 절대로 나의 그런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인과응보는 반드시 존재하며, 내 두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여러 번이었기 때문이며, 세상에게 내가 내보낸 것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좀 무른 인간일지라도, 고여서 썩은 인간이고 싶지는 않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계속해서 걷는다. 날이 맑든, 흐리든,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걷는다. 그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단지 태풍이 불 땐 몸을 어딘가에 숨기고, 날이 맑을 땐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안다.
2. 걷다 보면 종종 지친 나를 위로해 주는 순간들이 있다. 돌 틈에 피어난 꽃들,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들, 나뭇가지 위 위태롭게 쌓인 눈,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흰나비의 열정적인 춤사위를 보는 것과 같은 순간들.
3.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항상 존재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것.
4. 아무도 만나지 않는 삶과 다양한 사람을 만무료 카지노 게임 삶 중에 택하라면 무료 카지노 게임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5. 삶이 내게 준 굴곡이 없었더라면, 밋밋하고 평탄한 삶만이 내게 주어져 있었더라면 내 글은 자연스레 삶과 닮아있을 것이고, 글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가닿을 수 없으리라.
6. 남편의 품에서만 맡을 수 있는 포근하고 안정적인 향, 요가하며 흠뻑 쏟아낸 땀, 아침마다 졸린 눈으로 쓴 모닝 페이지들, 무조건적으로 나를 지지해 주는 동생과 오랜 친구들,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종종 하는 명상. 나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들에 관하여.
7. 나는 역시 글을 씀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 불안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굽어있던 어깨가 서서히 펴짐을 느낀다. 글은 안정제이자 치료제이며,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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