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간은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 존재다
(필사의 말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 존재이다. (p.42)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구절 하나쯤 있다면 내겐 이 문장이 그러하다. 마치 큰 기둥처럼 내 일상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인간은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 존재이다.”에 방점을 찍었다.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위로가 되고 해방감을 주는지.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 말에 사로잡혀 있다. 딸, 아내, 엄마, 중년 여성에서 벗어나 무료 카지노 게임 그 자체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말. 내가 한 선택이 틀리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믿음 아래 내 방식대로 사는 삶을 응원해 주는 말. 읽는 자에서 읽고 쓰는 자의 삶은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야구를 보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다. 작가 김금희처럼 버스에서 휘청거리다 “도저히 안 되겠어. 내 글을 써야지”라고 다짐한 건 더더욱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독서 모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매주 한 권의 책으로 1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았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내 품을 떠나자 드디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생겼다. ‘평생 남의 책만 읽고 살 거야?’라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 다른 이의 글을 읽는 삶도 좋았지만, 이제는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쓰고 싶다는 욕망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마침 평소 좋아하는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그녀의 꼬임에 넘어가기로 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자고로 글을 써야 한다.” 그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글을 써야 한다잖아. 무료 카지노 게임데 뭘 쓰지? 고민이 생길 때면 언제나 그렇듯 인생의 스승님(내 삶은 이분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께 답을 구했다. “본인이 잘 아는 것부터 써보세요.” 마침 탁구라는 운동을 하고 있던 터라 탁구를 소재로 글을 쓰면 어떨까 싶어 덥석 미끼를 물었다. 그럼 얼마큼 써야 하지? 고민하던 차에 작가 장강명의 『책 한번 써 봅시다』 의 다음 문장이 신의 계시처럼 들려왔다.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아라.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매를 써라. 200자 원고지 600매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드는데 필요한 분량이다. 이를 해 낸 사람이라면 작가 지망생과 작가를 가르는 흐릿한 선을 넘었다고 자부해도 좋다.”
그래. 우선 탁구라는 한 가지 주제로 600매 분량의 글을 써보자. 이렇듯 나의 글쓰기는 고미숙 선생님, 인생의 스승님, 작가 장강명의 콜라보로 시작되었다. (아무도 나와 콜라보한 줄 모른다) 억지로 꿰맞추고 급조한 느낌이 있지만 내 안의 쓰고 싶은 욕망이 이들을 만나 폭발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나의 일상은 낮에는 글쓰기와 글쓰기를 위한 공부를 병행하고 저녁에는 탁구장에 가는 것으로 구획정리되었다.
이렇게 브런치에 탁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가?’라는 문제만이 남아 있었다. 우선 어디에서도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작가 지망생들이 가장 먼저 한다는 필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악필이라 손으로 쓰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핸드폰 폴더에 오른손 검지로 타이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독수리 타법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타이핑 연습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바로 지금 필사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연습해서 필사할 거야?’라는 마음에 속전속결로 포기, 내 길을 가기로 했다. 맨땅에 헤딩이지만 내 방식대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가슴에 품은 문장들이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내 방식대로 해도 된다고 저 깊은 곳에서 “괜찮아! 괜찮아!”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이런 응원가는 글을 쓸 때 커다란 자유로움을 주었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글은 스스로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중간중간 힘든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면서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유머라곤 1도 없는 내가 글에서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 미처 몰랐던 낯선 나를 여러 번 마주하기도 했다. 글 쓰는데 점점 빠지더니 급기야 탁구에 대한 글은 이제 다 써서 쓸 게 없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방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애초 계획했던 원고지 600매가 아니라 2000매 정도의 글이 쓰여 있었다. 그중 원고지 590매가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글이 책으로 발간된 해피엔딩이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필사를 하고무료 카지노 게임 썼던 자유로운 순간들에게서 참 많은 걸 배웠다. 좋은 글과 좋은 문장들이 있었지만 좋지 않은 글과 좋지 않은 문장들이 더 많았다. 좋지 않은 글들을 통과해야만그나마 좀 더 나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 오늘 쓴 한 편의 글이 독립된 글이 아니라 지난 글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써지고 있다는 것. 타이핑하는 속도보다 타이핑하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얼마나 깊이 저 밑바닥까지 사유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등많은 것을 새롭게 알았다. 존 스튜어트의 말처럼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요즘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아무도 모른다) 지난번 책을 쓰면서 필사한 책이 100권이 넘었고a4용지로 인쇄된 필사본이 수북이 쌓여 있다. 지금은 한 권당 인상적인 구절 하나씩을 뽑아 일상과 연결시키는 무료 카지노 게임 쓰고 있다. 물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해 볼 생각이다. 우선 100권의 책, 100개의 구절이 목표다. 일주일에 1편에서 2편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가급적 시간을 두고 느리게 쓰려고 한다. 문장들이 내 안에서 천천히 소화되게 일상에 녹아들게 시간을 들이고 싶다.아마 2년쯤?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들여다만 생활 깊숙이 몸속 깊숙이 문장들이 내 안에 스며들 것 같다. 그 정도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다른 글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쓰일지는 잘모르겠다.써봐야 안다. 단지 아는 게 있다면 내 방식대로한편씩 한편씩 써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되라는 것뿐. 인간은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 존재이니까.
ps.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