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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Jan 05. 2025

우린 카지노 게임, 우리 그냥

2024. 11. 02.

그대들의 오랜 팬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그 자부심 사이에는 혼란스러운 20대에 함께하지 못한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다. 그리고 30대인 지금 나는 그 공백을 카지노 게임라도 채워 넣으려 애쓰고 있다. 20대의 내가 나 자신을 돌보기가 버거워 그대들을 소홀히 했던 때에 놓친 것 중 하나는 넷째와 막내의 유닛 활동이다. 음악 어플에 그대들의 앨범이 뜨면 찾아 듣곤 했지만, 지금처럼 열렬하지는 못했다. 그런 내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대들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런 나에게 과거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의 소리와 얄팍해진 지갑 사정을 이야기하는 머리의 소리가 쉴 새 없이 다퉜다. 하지만 덕질 앞에선, 언제나 마음의 소리가 이기는 법. ‘일단 예매하고 고민하자’는 결국 ‘일단 갔다 와서 생각하자’가 돼버렸다. 카지노 게임을 두고 하는 고민 앞에선 언제나 마음이 앞서고, 즉흥적이게 된다.


오전에는 서울에서 시험을 치르고, 점심에 기차에 올랐다 내렸더니 나는 부산에 도착해 있었다. 고민을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찰나에 본 광안리 바다에 근심을 내려놓았고, 그렇게 신나는 마음만 남겨 그대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대들도 나만큼 신나게 등장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0%로 신나게 뛰면서 시작하는 그대들을 보는 순간 현실과의 접속이 끊어진다. 그저 무대 위의 그대들과 관객석의 우리만이 남은 세계가 시작된다.


트위드 재킷을 입고 왕자님처럼 오른 넷째의 모습에 감탄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했다. 공연에 오기 전, 열심히 연습했던 ‘친구는 카지노 게임 끝내기로 해’의 응원법을 선보이려 집중하기 바빴다. 그대들은 우리가 셋째의 랩파트를 제대로 못하고 웅얼거리는 모습에 폭소가 터지며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했다. 그대들에게 머쓱한 웃음을 보여야만 했던 그 순간마저도 즐거웠다. 팬과 가수 사이의 관계를 넘어, 조금은 더 편하고 가족 같은 기분이라 그게 참 좋았다. 그리고 꼭 직접 들어보고 싶던 ‘우린 카지노 게임, 우린 그냥’, 둘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부르는 이별 이야기에 마음이 촉촉해졌다. 그렇게 그대들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내가 놓친 그때 그 순간을 이렇게나마 채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막차로 서울에 돌아온 지금, 차가운 새벽 공기와 무거운 고요함만이 가득한 도로를 지나 카페에서 그대들의 모습을 다시 그려보고 있다. 나는 카지노 게임, 짧은 한 순간이라도 그대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나는 그냥, 그대들이 무대에서 활짝 웃음 짓는 그 모습이 좋다. 오늘, 20대에 함께하지 못했던 과거의 미안함을 모두 오늘의 함성과 사랑으로 꺼내 들었다. 더 이상 과거의 그리움과 미안함은 그대들을 향하는 마음에 남아두지 않기로 했다. 우린 카지노 게임, 그리움의 시간이 아닌 지금을 함께 걷고 있다. 그러니 우린 그냥, 서로를 한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관계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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