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합니다. 복도에서 오열하는 부모들. 너무 슬픈 나머지 닥치는 대로, 도우러 온 사람들의 멱살까지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가족들. 그들의 마음이 짐작도 안 되기에 몇 대씩 맞아도 아픈 내색 못 했던, 감히 같이 울어줄 수도 없었던 그날.
왜 또 이런 일이. 밤새 뉴스를 틀어놓고 티브이 앞에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부리나케 아침을 차려주고 아이들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 없이 집을 나섭니다. 이번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빈 속에 에스컬레이터를 뛰듯 오르고, 저녁엔 뭘 먹나, 빨래하고 닦고 쓸고… 이 소중한 일상, 기적 같은 하루 앞에 감히 쳇바퀴 같다며 저주한 적도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아픔이 스며드는 건 왜인지, 이게 가능한 일인지. 내 주변의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처럼 출근했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가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몰랐던, 나의 오만함을 용서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