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며느리의 가증스러운 거짓말
무료 카지노 게임 한 봉지와 선의의 거짓말
어머님이 주신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농촌에 사셔서 웬만한 채소는 거의 다 길러서 드시는 어머님은 그 흔한 콩나물마저 못쓰는 냄비에 구멍을 내어 검은 봉지를 씌워 키워 드신다. 가끔 그렇게 기른 콩나물을 담아주시면 낼름 가져와 맛있게 먹기만 하는 며느리가 바로 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시댁을 방문했고, 일어서는 우리에게 어머님은 더 줄게 뭐 또 없나 하시며 박스가 터져나가도록 이것저것 싸주셨다. 그리고 싱크대 한켠에 놓여있던 검은 봉다리의 그것을 집어 들며 말씀하셨다.
"이거 통째로 가져가서 마저 길러 먹어. 물만 하루 서너 번 충분히 주면 돼."
맨 아래에는 딸기 같은 과일을 넣어 파는 빨간 '다라이'가 깔려있고 그 위에는 오래되어 많이 낡은, 구멍이 송송 뚫린 찜용 냄비가 올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위에 검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 가득 담긴 검은 비닐봉지가 소복하니 놓여 있었다.
검은 비닐을 벌려보니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로 자란 짧둥한 무료 카지노 게임들이 빼곡히 담겨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이고 귀여운 것들.
"어머님 이 무료 카지노 게임 콩은 시장에서 사 오셔서 키우시는 거예요?"
설마 무료 카지노 게임 콩은 당연히 사 오시는 거겠지 하고 여쭤봤다.
"아니, 그거 키운거여~ 무료 카지노 게임 콩을 요만큼 사다가 심은 거지."
헉. 무료 카지노 게임 콩까지 심어서 키우신 거라니. 마트 가면 저렴하게 한 봉지 사서 먹을 수 있는데. 그 수고를 들이셨구나 싶어 정말 놀랐다. 그러면서 요놈들을 더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귀찮아서 한 번 키워보라고 통째로 주신다고 하면 손사래치곤 했는데.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어머님표 무료 카지노 게임 키트가 귀엽기도 하고, 평소 손 큰 어머님 스타일대로 봉지에 수북이 들어있는 녀석들을 보니 웃음이 머금어지기까지 했다.
두 시간 반,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잘 고정시켜 무사히 집에 데려온 귀요미들을 부엌으로 데려왔다.베란다가 없는 우리 집의 특성상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두면 물 주는 걸 까먹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싱크대 위에 두었다. 검은 봉지로 쌓여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역시 눈에 보이니 잊을 수가 없었다. 주방에 들어설 때마다 꼬박꼬박 물을 주니 어머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루 서너 번은 쉽게 채울 수 있었다.
그러기를 한 이삼일 지났나. 물을 주며 자세히 보니 이제 무료 카지노 게임이 많이 자란 것 같아 보였다. 남편에게 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어때 보여? 이제 다 자란 건가?"
평소 나보다 농산물 전반에 빠삭한 남편인지라 믿고 물었다.
"조금 더 키워야겠네. 그런데 좀 녹색빛이 도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이 햇빛을 받으면 연두색으로 변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은 천이나 비닐로 가려둔다는 것도. 내가 볼 땐 아주 약간 연둣빛이 도는 정도지만 남편의 판단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떡해?
"싱크대에 두니까 해가 들어서 그런가 봐. 세탁실에 두자."
세탁실이 밀폐되긴 했지만 보일러가 돌지 않아 시원하고 어두우니 괜찮다 싶었다. 그래 좋아. 이제 저기 두고 키워보자.
이틀이 지났다.
일이 많아 하루 종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또다시 그다음 날 오후가 되었다. 청소기를 돌리면서 세탁실 문을 열었는데 발받침대 아래에 뭔가 어두운 덩어리가 보였다. '저게 뭐지?' 낯선 물체라 잠시 갸우뚱하면서 허리를 숙여 꺼내보는데 맙소사. 바로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오 마이 갓........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의 귀여운 무료 카지노 게임들을.
꼬박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남편이 무료 카지노 게임 키트를 세탁실로 옮겨둔 후부터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었다. 비명과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처음엔 이럴 줄 알았다고, 내가 이래서 내 눈에 보여야 안 까먹는다고 싱크대 위에 올려둬야 한다고 말했는데.싱크대 위가 지저분했는지 부엌 창가로 올려뒀다가 해가 들어 녹색이 되어간다고 결국 세탁실로 옮기게 한 남편을 먼저 탓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결국 내가 동의했고 잘 몰라서 의지해 놓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를 탓한 내가 바보 같고 마지막엔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만 묵직하게 남았다.
우릴 위해 애써 기른 콩을 담아 주셨는데, 이게 웬 불효인가 싶었다.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이 쉬운 무료 카지노 게임들을 내가 다 죽여버린 것 같았다. 비닐 속에선 쿰쿰한 냄새가 낫고 솜 같은 곰팡이가 곳곳에 자라나고 있었다. 너무 아깝고 미안했다. 어머님께도,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도.
정말 죄송스러운 일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평소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신데 오랜만에 울린 전화에 반갑게 받았다. 사실 무료 카지노 게임 사건을 잊은 건 아니지만 잠시 머리에서 지우고 있는(?) 상태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 잘 키워 먹었나 해서~"
순간 울컥했다. 너무 죄송했다. 시골에서 열심히 농사지어 이것저것 싸주실 때에도 늘 뭘 하나 더 줄까 하고 없는 것도 만들어 싸주시는 어머님이다. 아기자기한(냄비 크기는 컸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키트를 싸주시던 눈빛과 기대에 찬 목소리에 차마 '어머님 죄송해요, 하루 물을 안 줬더니 곰팡이가 피어서 다 버렸지 뭐예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원래 뭐든 솔직한 편인 나인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이 나왔다.
"네 어머님, 잘 키워서 먹고 있어요! 감사해요. 너무맛있어요~~"
문장에 물결을 넣을 정도의 말투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가증스럽다. 어휴. 남편에겐걱정하시고 실망하실 어머님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실은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여태 웬만한 일은 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대답하던 나였는데. 이번 일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실망하실 것 같기도 했지만 이런 것 하나 잘 못 키워낸 나 자신이 부끄럽고 들키기 싫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생각할수록 점점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몇 주가 지난 지금, 솔직하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사실 어머님은 그냥 좀 실망하고 넘어가셨을 거다. 10년이 넘는 결혼 기간 동안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신 분이다. 깜빡거리고 덤벙대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죄송스럽고 실망하실 모습을 보기 두려워서 선의의 거짓말이라 스스로를 설득한 내가 과연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을까? 그랬으면 지금처럼 마트에서 콩나물을 볼 때마다 어머님이 생각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잘했다 싶기도 하다. 일부러 망친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니니, 내가 좀 마음이 힘들긴 해도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면서 어머님 마음이라도 지켜드리는 게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남편도 그리 말씀드리길 잘했다고 하는 걸 보니, 이래서 자식들이 철들면 부모님 속상하실 얘기는 안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솔직한 게 답은 아니라는 생각.
콩나물이 준 파동이 몇 주째 이어진다. 물론 계속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콩을 조금만 받아와서 정말 정성 들여 키워볼 생각이다. 선의의 '솔직함'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