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여행 (1) -
차곡차곡 여행
"손님 여러분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카지노 게임 추천 착륙합니다. 현지 시각 오후 4시 40분. 암스테르담의 날씨는 맑습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설렌다. 몇 분 후면 카지노 게임 추천 만날 거니까.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아이패드에 엄마아빠 환영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꽤나 반짝이는 환영인사다. 낯선 곳카지노 게임 추천 가족을 만나는 기쁨 그건 신기함이기도 했다.
날은 그리 춥지 않았으나 바람은 꽤나 찼다. 낯선 공기, 독일언지 영언지 잘 구분되지 않는 언어(이게 네덜란드어란다), 자동차보다 앞서가는 자전거, 앞사람의 등만 보이는 등치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미소를 보자 비로소 여기가 네덜란드임이 느껴졌다.
캐리어는 각각 하나씩 세 개였으나 안에 내용물이 많아 무척이나 무거웠다. 쌀과 햇반, 김치, 각종 반찬들 심지어 일인용 미니밥통까지 바리바리 싸왔으니 그 무게감이란. 가뜩이나 손목이 아직도 낫지 않아 낑낑대고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청년이가방을 번쩍 들어 계단 아래로 내려줬다. 땡큐라고 말하자 웰컴이라 화답하고 유유히 사라진 청년 내가 만난 첫 번째 네덜란드인이었다. 아이가 기숙사 가는 길에 한할머니가 짐을 들어줬다며 네덜란드 사람들 참 친절하다더니 과연그랬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나와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 사이 땅거미가 내려앉았고 호텔에 도착하자 고요한 어둠이 차분하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딸아이가 오랜만에 남차밥(남이 차려주는 밥)이 먹고 싶단다. 호텔조식 말고 밑반찬이 먹고 싶다는 말에 햇반을 데우고 깻잎과 무말랭이를 줬다. "음 바로 이 맛이야" 감탄하며 먹는 모습이 마냥 웃기고 귀여웠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 했으니ㅎㅎ. (먹고난 후 호텔방은 깨끗이 치워뒀다.)
식사 후 시내구경을 나섰다.
흐린 날 아침의 센트럴역은 은근 분위기 있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괌광장으로 향했다. 비둘기아저씨를 보며 한 카페에서 부드럽고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고 거리를 구경했다. 궁전 같아 보이는 유럽풍의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도 성당도 관공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시를 에워싼 수로,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 길에서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 대마냄새와 더불어 낯선 도시의 냄새가 몸속을 파고들었다. 대마를 피우는 것이 합법이라 그런지 곳곳에 대마카페가 있었다. 심지어 대마사탕도 팔더라. 사탕을 먹지 않는 나도 초록색 잎이 그려진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그것을 사고 싶을 정도였다.
반고흐미술관에 가기 전 근처카지노 게임 추천 팬케이크를 먹었다.
도시 전체가 운하로 둘러싸인 암스테르담은 어디를 둘러봐도 참 멋있었다. 팬케이크집 역시 운하옆에 있었고. 어디서 왔냐는 직원의 물음에 한국이라 했더니 갑자기 K-pop에 대한 관심을 쏟아냈다. 정말 좋아한다고 흥분하며 말하는 직원의 분위기를 맞춰주느라 되지도 않는 영어를 써가며 나름 노력했다. 대중문화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끼는 순간. 은근 우쭐했다.
팬케이크는 생각한 것과 맛이 좀 달랐다. 미니 팬케이크는 국화빵 같았고 얇고 넓은 그것은 버섯과 채소가 얹어 있어 피자와도 비슷했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으니 이 사람들 양이 큰 건지 우리가 양이 적은 건지... 아무튼 색다른 맛의 팬케이크를 즐기고~
예약시간에 맞춰 반고흐미술관으로 향했다.
"그 가방 너무 커서 갖고 들어가시면 안 돼요" 갑자기 들려온 한국어다. 주위를 봐도 한국인은 없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우리에게 말한 것이다. 발음도 어조도 거의 한국인이었다. 자신은 포르투갈카지노 게임 추천 왔으며 한국드라마에 빠져 혼자 한국어를 공부했단다.낯선 네덜란드 땅에서 자연스런 한국어를 듣다니. 팬케이크집 직원에 이어 두 번째 감동한 순간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전시실로 들어갔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고흐의 방, 자화상,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풍경, 해바라기 그림 등을 직접 감상했다. (그림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정신분열로 자신을 감당하기 버거웠을 텐데 병원을 오가며 감정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처음 본 사람들이 모인 미술관 안에서 우린 고흐의 고민의 흔적을 함께 더듬어 갔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동생 테오와 나눈 편지를 보며 몇 년 전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내용도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사후이지만 고흐의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애쓴 테오의 부인사진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미술관을 나오기 전 그 직원을 다시 카지노 게임 추천. 이름이 여수란다. (진짜 이름은 레나다) 여수 밤바다를 잊지 못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여수씨 잘 지내세요. 우리 인연이 있으면 또 볼 수 있겠죠"
"그럼요~ 즐거운 여행 하고 가세요"
여러 날이 지났으나 아직도 여수씨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국적은 달라도 우린 마음을 나누는 사. 람. 이니까?!
어느새 6시가 지났다.
아이가 네덜란드식 맛집이 있다고 우리를 데리고 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트램(도로 위를 달리는 전철 같은 것) 시간이 지연된다는 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선 트램이나 기차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허다하단다. '이런 된장'이라고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물어물어 찾아간 맛집(?)카지노 게임 추천 주된 재료와 날 당근만 덩그러니 놓인 청어구이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살짝 어이없었던 그 집의 맛과 분위기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어제 내린 비가 겸연쩍은 듯 모습을 감추고 대신 화창하게 갠 하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운하에 비친 길가의 집들이 그림을 연상케 했다.
이번엔 우트랙이라는 소도시에 갔다.
작은 성당, 적잖이 높은첨탑, 우트랙 대학교 건물, 아담한 가게와 카페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암스테르담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귀엽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많았으나 이곳 역시 사람들은 크고 다부져 보였다. 한 잔의 커피, 네덜란드식 쌀국수, '당신은 평생 충분한 신발을 가질 수 없다'는 어느 신발가게의 문구와 더불어 우트랙의 이국적인 정취가 한껏 느껴진 하루였다.
급할 것 없는 사람들, 역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는데 그 안에 갇혀서도 편하게 먼산을 보며 기다리는 사람들, "여기요"가 아닌 눈을 마주쳐야만 주문을 받아가는 사람들, 교통수단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어도 별일 아닌 듯이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 아무데서나 대마를 피워대는 사람들, 세 살부터 자전거를 생활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낸 며칠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근데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 거지!
다음날 아침 10시 30분 쾰른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다음은 독일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