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가지 않아 때는 왔다.
하교 후 눈치를 보다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천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아래 오락실은 10평 남짓 되는 규모로 게임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거리 시장 부근의 지하 오락실은 지금 떠올려보아도 50평은 되는 듯했고 잘 나가는 게임의 오락기가 두세 대가 있을 정도로 컸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질리도록 게임을 할 생각으로 시장으로 걸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오락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신이 났다. 이게 얼마만인가.
입구 바로 앞 카운터에 앉은 여자 사장님에게 천 원짜리 전부를 내밀고 동전으로 환전을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얼굴의 친구들이 주변에 모여들었고 오락기 한편에 쌓아놓은 동전을 하나씩 나눠주며
게임에 여념이 없었다.
돈이 떨어지면 친구들은 다시 내 주변에 모여들었고 동전 하나라도 더 얻고자 잘 보이려는 아이들을 보며
뭐라도 된 것 마냥 우쭐했다. 자본주의의 맛을 이때 알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순간 오른쪽 귀가 찢어질 듯 아팠다.
"아!! 아아아아!!!!"
눈은 게임기에 손잡이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그대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게 할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엄마였다.
내 귀를 잡아 끌어당겨 자리에서부터 지하 입구까지 끌려나갔고 엄마는 여사장님께 소리쳤다.
"아니 이렇게 어린애들을 막 받고 그러시면 돼요?? 이제부터 얘가 여기 다시 오더라도 절대 들여보내지 마세요, 그랬다간 내가 얘고 사장님이고 가만 안 둘 겁니다"
여사장님은 들어오는 애를 내가 무슨 수로 막느냐, 불법으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당신 애를 못 오게 해라 맞받아치셨고 엄마는 할 말을 잃은 채 끝까지 내 귀를 놓지 않고 밖으로 나가셨다.
내가 봐도 오락실 사장님이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섭섭함에 나온 말 이었을 거란걸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이해가 되었다.
가게까지 십여분을 걸어가는 내내 엄마는 귀를 놓지 않으셨다.
오락기 위에 쌓여있던 동전들은 주인을 잃었고 문제는 내 호주머니에 있는 남은 동전들이었다.
난 끌려가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동전을 끌어모아 손에 쥐었다. 증거를 없애야 했다.
둘은 차가 지나가는 틈에 잠시 멈춰 섰고 그 사이 주차가 되어있는 용달차 뒤에 동전을 슬쩍 올려놓았다.
오락기 위 동전과 용달차에 두고 온 동전을 주운 사람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끌려가면서 엄마가 가게를 비우고 어떻게 여기까지 날 찾아왔을까 궁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빠는 직장을 다니시면서 가게를 병행하셨기 때문에 계실리 만무했고 손님이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비울 수 없다는 걸
난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언니들이 하교할 시간은 더 남아있었고 내가 있는 오락실까지 한 번에 찾아왔다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갈만한 곳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 궁금증은 가게에 도착해 금세 풀렸다.
음료수를 납품하는 삼촌이 놀란 눈으로 맞이했고 엄마는 고맙다며 이제 가봐도 된다 하셨다.
난 음료, 주류, 과자 등등 가게에 오는 삼촌들에게 꽤나 이쁨을 받았다. 가끔 작은 장난감을 사다주시기도 했고
학교 앞 병아리가 너무 사고 싶어 조르고 있던 중에 한 삼촌은 엄마 몰래 나와 학교까지 동행해 주고 병아리
두 마리를 사 와 엄마한테 타박을 듣기도 했었지만 난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삼촌들이 아주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알았기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날을 기다리곤 했다.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에 딸린 방의 문을 열고 날 들여보내고 바로 따라 들어온 후 문을 잠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맞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맞은 것만은 확실하다. 잘못했다 울고 불고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문 밖에서
"사장님!! 그러다 애 잡겠어요!! 그만하세요!!"
음료삼촌의 목소리였다.
무슨 사단이 날 것을 직감하셨는지 다음 거래처에 가셔야 했을 텐데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매타작을 멈추었다. 삼촌 덕분이었다.
그리고는 불을 뿜어낼 것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보며 이 말을 남기고 나가셨다.
"한 번만 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손을 댔다가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주전자에 고춧가루 물을 타 부어버릴 거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뿐이 아니야!!! 누구의 돈에도 손을 댔단 봐라."
홀로 방에 남아 울며 상상했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봤다.
'저기에 매달려 그 물이 내 얼굴에 쏟아지면 이 보다 더 고통스럽겠지'
1991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에 어떤 경로였는지 모르지만 고문을 받는 영상을 보았었다.
어린 기억에도 끔찍하다고 생각했고 인상 찌푸리며 고통이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그랬기에 주전자의 고춧가루 물이란 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일까.
그날 이후 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손을 대는 것을 멈추었다.
그 달콤한 유혹을 이렇게 쉽게, 단번에 끊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지만 엄마는 그걸 해내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던가,
천 원, 오천 원짜리 잔돈을 여유분으로 보관해 놓으시던 가방이 있었는데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난 범인(?)으로 몰렸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전적이 있으니 믿어줄 리 만무했다.
당시 우리 집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몇몇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일 것이라 짐작이 되었지만 증거가
없으니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고춧가루 물 뿌린다고 한 이후에 난 진짜로 가게 돈에 돈 한번 댄 적이 없다고!!
또 손을 대면 엄마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인데 내가 미쳤다고 그 짓을 했겠어???!!!"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에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자 엄마는 내게 의심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셨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손을 댔던 날,
전화기 밑에서 돈을 발견한 날,
오락실에서 질질 끌려 나왔던 날,
죽기 일보직전까지 맞았던 날의 이야기는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엄마와 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그 가방을 가져갔을 거라 의심해서 미안했고, 지금 생각해 보니 누가 가져갔을지 알 것 같다며
내가 추측하고 있는 동일인을 지목하고 그날의 일을 회상하곤 한다.
"엄마, 난 그 고춧가루에 학을 떼고 그 후로 누구의 돈도 탐해본 적이 없어. 엄마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그러게 언니들은 사건 사고 한 번 없었는데 넌 정말 유별났어. 너만 맞고 자랐으니까"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
혼이 나고서야 마친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