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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며들다 Aug 20. 2024

닮은 꼴, 큰 딸

큰 아이가 9살이 되던 해 여름이었다.

이맘때 아이들은 다 그런 건지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가방을 어딜 가나 메고 다녔고 그 안에는

작은 수첩, 볼펜, 스티커,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난 휴대폰 액정이 깨져 AS센터를 들를 계획이었고 때마침 아이는 하교를 했다. 함께 가겠다 해 집을 나섰다.

수리를 하는 데는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였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긴 대기시간이 지루할 듯해

함께 근처 카페에도 가고 떡볶이도 먹으며 기다리자 약속했다.

거래처에 전화를 주기로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수리를 맡기기 전 휴대폰 번호를 메모하고

아이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야겠다.

가방에서 볼펜을 찾는데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혼잣말로 '아, 볼펜이 없네'라고 하자 녀석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 볼펜 있어! 수첩도 있는데 이거 써!"


뭘 그렇게 쑤셔 넣고 다니길래 터질 것 같냐고 핀잔을 주었는데 이럴 때 쓸모가 있구나 싶었다.


"오~고마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네"


수첩과 볼펜을 받아 적는데 못 보던 볼펜이었다.


"별아, 이 볼펜 어디서 났어?"


"친구가 줬어"


"친구 누구?"


"있어, 같은 반 친구"


기분이 싸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잠시동안이었지만 그간 별이에게 반복되어 돌아오는 대답들이었다.

못 보던 반지, 지우개, 소소한 장난감과 문구류들이 눈에 뜨일 때마다 물어보았고 같은 대답을 했었다.

가끔 친구들에게 자기가 쓰던 물건들을 교환해도 되는지, 선물해도 되는지를 허락받곤 했는데

또래 친구들과 한창 그럴 때인가 보다 생각했고 넘겨왔었다.


"진짜 친구가 준거 맞아?"

별이의 표정과 눈을 응시했고 이내 흔들리고 있는 걸 알아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네 머리꼭대기에 있어, 넌 그것도 모르고 거짓말을 했겠지만 알고도 넘어가준 거지"


성인이 되고서야 친정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다 알았구나. 난 너무 잘 속여왔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창피해졌던 기억이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처럼 넘어가주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오백 원을 시작으로 고춧가루 고문의 순간의 위기까지 겪지 않았던가.

별이에게 그 고문의 고통을 상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별이 눈빛,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진짜 친구가 준거야?" 재차 물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안 혼낼 거야?"


"대답을 들어봐야 알 수 있지"

이미 고백을 한 거나 다름없었다.


"솔직하게 말할 테니 혼내지 않으면 안 돼?"


난 아무 말도 하지 않다. 혼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었다.

휴대폰 AS접수를 마무리한 뒤한 시간 뒤에 찾으러 오겠다 하며 별이의 손을 잡고차에 올라탔다.

카페의 데이트는 없던 일이 되었고 집으로 향했다.

별이는 불안해하며 내 눈치를 살폈고 솔직하게 말할 테니 혼은 내지 말아 달라며 부탁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입을 닫았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집에 도착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혼을 내지 않을 거라고 약속은 못하겠어. 왜냐면 잘못을 했으면 혼이 나야 하는 게 맞으니까.

혼나기 싫어 거짓말을 하면 더 혼이 난다는 건 확실해."


"사실..."

입을 뗀 별이는 친구의 볼펜이 너무 예뻐 갖고 싶었고 쓰고 돌려주려고 했으나 기회를 놓쳤다 했다.


"볼펜 하나뿐이야? 얼마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물어봤을 때 지우개도 친구가 줬고, 반지도 친구가 줬다고 했는데 그 친구한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확인해 봐도 돼?"


"아니야... 반치는 친구가 준 게 맞는 게 지우개는....."


"지금부터 네 방으로 가서 네 물건이 아닌 것들, 친구들 몰래 가지고 온 것들, 친구뿐 아니라 누구의 동의도 없이 가지고 것들 전부 찾아서 갖고 나와."


별이는 제 방으로 들어갔고 책상 위 책장 사이사이 너저분하게 늘어뜨려 놓은 장난감, 부속품들 사이에서

대여섯 개의 조막만 한 것들을 내 앞에 갖다 놓았다.


"이게 전부야?"


"응 이게 다 야"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방에 들여보내고 난 다음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가 고민하며 별이의 휴대폰으로

도벽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검색해 관련한 사후 행동을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찾아보고 있었지만

방법은 너무 각양각색이었고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어 더 복잡해져 있었다.


"왜 그랬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테 얘기하면 되잖아'


"엄만 안 사줄 거잖아. 내가 갖고 싶다고 해도 필요 없는 거라고 하잖아..."


맞는 말이기도 했다.

바로 집 앞에 문구도매점이 있기에 방앗간처럼 들락거리며 쓸데없는 물건들을 집어 들고 사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더 많았다.

사고 싶어 하는 것 족족 사주는 것이 맞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릴 때부터 참는 법도 알뜰함도 알아야 한다 생각했고 원하는 것들을 무조건적으로 가질 수 있다면 경제관념이 무너질 거라 혼자 판단했다.


약속된 구매목록 외의 것을 사는 것은 차단했고 간혹 용돈이 생겨 사고 싶은 것이 있다고 따라나서면 허락을

구하는 아이에게 '집에 비슷한 거 있잖아, 그게 왜 필요해?'등등 핀잔을 주곤 했다.

자기 용돈으로 사고 싶은 것도 못 사게 한다고 입을 삐죽거리고 나서야 네 맘대로 하라고 마지못해 허락을 하곤 했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떠올려보니 나의 쓸데없음은 별이의 기준과 달랐다.


"안 사준다고 친구걸 훔쳐? 이걸 잃어버린 친구들의 마음은 생각해 봤고?"


"아니... 근데 속상할 것 같아, 근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게 다 친구들 물건은 아니고... 떨어진 거 주운 것도 있어"


"떨어진 건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럼 그 친구가 고마워했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걸 보고 혼을 안 내는 게 맞을까?"


"혼은 나야 하는데... 맴매 맞는 건 싫어..."

불과 작년 아빠에게 '재수 없어'라고 말하는 걸 듣은 나에게 종아리에 멍이 들 정도로 맞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해줬으니 맴매는 안 할게, 대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 물건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 좀... 그럼 친구들이 내가 훔쳐간 걸 알게 되잖아... 이번만 봐주면 안 돼?"


"그럼 이 물건을 계속 네가 갖고 있을 거야? 네 것도 아닌데? 그리고 하나 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선생님한테 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 물건을 집으로 가지고 왔고 오늘 일을 상의해야 된다고 생각해. 넌 어떻게 생각해?"


"그것도 좀... 너무 창피할 것 같아..."


"맞아 엄청 창피해지겠지, 그리고 앞으로 교실에서 어떤 물건이 없어지면 모두들 별이부터 의심하게 될 거야,

네가 하지 않은 일도 오해받을 수 있고 그럴 때마가 억울하고 속상한 날도 있을 거고, 그런 생각도 안 해봤어?"


"몰랐어... 죄송해요.. 근데 선생님 한 테만큼은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한테 실망하실 것 같아"

평소 존댓말도 안 하던 녀석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말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실망한 건?"


"그것도... 미안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쁜 딸이라 미안해, 잘못했어요...."

내 어릴 적 기억이 맞물려 울컥해 눈물이 났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나보다 솔직한 이 녀석이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래, 솔직하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선생님께 얘기하는 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조금 더 생각해 볼게. 앞으로는 안 그럴 거지?"


"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신 안 그럴게요"


난 두 팔을 벌렸고 별이는 품에 쏙 안겼다. 한참을 껴안고 울다 휴대폰을 찾으러 함께 집을 나섰다.

AS센터를 나오니 둘째의 하원시간이 다 되었다. 별이는 원래 계획 대라면 떡볶이를 먹었어야 하는데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두 녀석의 학원 등원 시간이었지만 둘째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둘째는 학원 차량 대신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언니가 함께 온걸 의아해했고 학원 땡땡이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나의 제안에 두 자매는 눈이 똥그래져 신이 났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언니랑 어디 갔다 왔어? 학원 안 가고갑자기 떡볶이 집이야??"


별이는 날 쳐다보았다. 그 눈빛엔 동생에게 오늘의 일을 말하지 말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엄마 휴대폰 수리 맡기고 왔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학원 가기 전에 배고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하루 놀자"


떡볶이 집에 도착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둘째를 들여보내고 별이에게 말했다.


"이건 아빠에게도 동생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둘 다 실망할 수 있으니까, 너와 나의 비밀이야.

단,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맴매도 맴매지만 경찰서도 갈 수 있어"

라며 엄포를 놓았다.


"안 그럴게, 고마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훈육에 가장 큰 고비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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