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고맙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아는 막 도착한 할아버지 손을 이끌고 소파에 앉힌다. 옷 갈아입을 틈도 주지 않는다. 재빨리 책을 빼어든 로아는 할아버지 무릎에 털썩 안긴다. 로아와 도착한 할아버지에겐 당연한 루틴이 되었다. 함께 책 읽기는 로아 생후 3개월경부터 시작되었으니,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겠지 싶다.
로아의 책 읽는 습관은 성장해 가면서 시들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을 접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고민도 따른다. 책을 읽어줄수록 로아의 정신은 더 맑아지고 또렷해진다는 점이다. 로아가 할아버지에게 책을 내미는 시간이 로아가 잠을 자야 할 시간과 겹칠 때가 많다. 아기 때부터 할아버지 품에서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들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아는 커가면서 이전과는 달리 스토리를 들을수록 오히려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신이 난다. 할아버지랑 같이 있는 날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로아는 할아버지 방으로 책을 들고 오던지 아님 스토리텔링 해달라고 한다. 불을 끄고 스토리를 들려줄 때도, 어느새 그 스토리 속으로 들어온 로아는 할아버지 말을 이어서 자기가 이야기를 이어가기 일쑤이다. 잠들 낌새가 보이지 않아 스토리를 중단하고 토닥토닥해 주어야 억지로 잠을 청한다.
이날 주말에 할아버지가 도착한 시간은 로아가 주중에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집에서 머무는 주말에도 엄마아빠는 로아의 낮잠 루틴을 지켜주려고 한다. 로아가 막 도착한 할아버지를 앉히고 책을 빼들고 온 것도 습관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낮잠 잘 시간이어서 이기도 했을 것이다. 책을 3권을 읽고, 로아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갔지만, 로아의 눈은 오히려 초롱초롱해지고 있었다.
이때 음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로아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틀어 놓은 것이다. 할아버지도 로아를 품에 푹 안은 채로 깊숙이 기대어 그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에 맞춰 등을 토닥토닥해 주며 스토리텔링을 이어갔다. 얼마 안 있어 로아의 숨소리와 심장 고동 소리도 음악 리듬을 따라가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로아야,
무슨 음악이었을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브람스라는 작곡가가 만든 자장가란다. 잠잘 때 로아가 좋아해서 아빠가 자주 틀어주셨다는 것을 보면 이 자장가는 로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같구나. 작곡가 브람스는 자신이 지휘하던 합창단 단원이었으며 가깝게 지냈던 여성이 결혼을 하여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므로크라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보냈다고 해.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장미꽃 너를 둘러 피었네
잘 자라 내 아기 밤새 편히 쉬고
아침의 창 앞에 찾아올 때까지
잘 자라 내 아기 귀여운 아기
오늘 저녁 꿈속에 천사 너를 보호해
잘 자라 내 아기 밤새 고이고이
낙원의 단꿈을 꾸며 잘 자거라
이 노래와 음악이 만들어진 지 150년이 넘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보니, 그동안 전 세계의 많은 아기들이 이 노래와 음악을 듣고 단꿈에 빠져들었을 거야. 세상의 엄마들은 아기 머리맡에서 이 노래와 곡조를 수없이 불렀을 것이고. 할아버지도 로아를 토닥여줄 때 습관적으로 흥얼거리는 곡조가 바로 이 무료 카지노 게임란다. 로아아빠가 어렸을 때도 잠자리에서 그랬었고.
그런데, 신기한 일이지. 이 노래를 불러주거나 곡조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이 할아버지의 마음도 편안해지고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단다. 그러다 로아와 함께 편안한 잠에 빠져들기 일쑤이고. 가사 없이 피아노로만 듣게 돼도 그런 기분이 들게 되지. 왜 그럴까?
사실, 이 자장가는 아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단다. 브람스가 노래를 만들어 보낸 그 여성은 결혼 전에 브람스가 좋아했었다고 해. 그런데 그 여성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던 것이고. 이 노래를 만들어 이 여성에게 (사실은 여성의 남편에게) 함께 보낸 브람스의 편지에는 좋아했던 옛 감정이 묻어나지.
“제가 당신의 아이를 위해 작곡한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당신이 아이에게 노래를 부르는 동안, 피아노는 당신을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부를 겁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로아에게 들려주었던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도 자장가 장면이 나오는구나. 숲속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는 요정들에게 각기 할 일을 정해주고 자신은 쉬어야겠다며 요정들에게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한다. 이에 요정들은 다음과 같이 자장가를 불러준단다.
두 개의 혓바닥을 가진 너희 점박이 뱀들과 가시 돋친 고슴도치들,
모습을 드러내지 말거라
도롱뇽과 발 없는 도마뱀, 나쁜 짓을 말고,
우리의 요정 여왕님 근처에는 얼씬도 말거라.
나이팅게일아, 너의 멜로디로 달콤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불러다오.
자장자장
해를 가하지 말며, 마법도 주문도 걸지 말고,
사랑스러운 여왕님 가까이에 다가오지 말거라.
무료 카지노 게임를 들으며 편안히 주무세요.
집 짓는 거미야, 이곳으로 오지 말거라
물러 서거라, 너희 긴 다리 거미들아
물러 서거라!
검은 딱정벌레야, 다가오지 말거라
벌레도 달팽이도, 방해하지 말거라
나이팅게일아, 너희 멜로디로...
로아야, 이 자장가의 내용이 브람스의 자장가 내용보다 훨씬 흥미진진하지 않니? 혓바닥이 두 개인 뱀과 도롱뇽, 고슴도치, 도마뱀, 거미와 같은 무섭거나 징그러운 숲속 동물들이 자장가 내용에 등장하니 말이야.
실은, 이들 동물은 민간 신앙에서 두려움의 존재였단다. 뱀과 도롱뇽은 독이 있어 물리면 죽음까지 이를 수 있고, 고슴도치와 도마뱀은 미신적인 불길한 동물로 여겨졌지. 이들이 사는 숲 속은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불길하고 초자연적인 일이나 마법이 펼쳐지는 두려움의 장소였단다. 요정들이 이 동물들에게 잠이 드는 요정 여왕님 근처에 얼씬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이지.
멘델스존은 숲속이 주요 무대인 <한여름 밤의 꿈의 부수음악을 쓰면서 어둡고 두려운 장소로서보다는 장난과 익살스러운 요정들에 의해 마법이 펼쳐지는 세상으로 그려내고 있지. 브람스가 자장가에서 3/4박자의 온화하고 어루만져 주는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멘델스존은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변덕스러운 박자와 리듬으로 약간은 기이하면서 신비롭고 마법적인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해 준단다.
멘델스존의 부수음악에서는 티타니아에게 요정들이 불러주는 자장가 장면은 별도로 없단다. 멘델스존이 자장가 장면을 음악으로 만들었다면 어떤 음악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해. 브람스의 자장가와는 많이 달랐겠고, 로아는 더 좋아했을 것 같아. 스토리텔링 요소가 더 잘 담겨있을 것이고, 음악도 더 재미있었을 테니. 이 스토리에 익숙한 로아는 악기 소리를 들으면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숲속 요정들의 익살스럽고 신비한 모습과 동작을, 숲속 동물들의 모습과 동작을 쉽게 떠올리며 재미있어했겠지. 잠자리에서 그런 음악을 듣는 다면, 자장가가 아닌 잠을 물리치는 기상곡 같았겠지만.
멘델스존의 부수음악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없는 대신 3막과 4막 사이에 나오는 아주 매력적인 ‘녹턴’이 있단다. 야상곡인 이 음악은 호른이라는 악기가 매우 달콤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소리로 음악을 들려준단다. 그러고 보니 이 ‘녹턴’은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4명의 젊은 연인들이 마법의 꽃가루에 의해 잠에 빠져드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였겠구나.
다음번 로아가 잠들 때 이 ‘녹턴’을 무료 카지노 게임 삼아보도록 해보자꾸나. 숲속 장난꾸러기 요정 퍼크가 잠을 들게 만드는 마법의 꽃가루를 로아 눈꺼풀에도 발라 주었는지 알아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