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카지노 게임 가자』
장류진, 창비
나는 1 말고 1.2를 원했다.
그 추가적인 0.2가 내게는 꼭 필요했다. (p. 73)
『달까지 가자』는 '마론 제과'라는 제과 회사에 다니는 여성 청년 3명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장편 소설이다. 비공채 출신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슬픈 이유로 가까워진 스낵팀 정다해, 구매팀의 강은상, 회계팀 김지송. 이들은 먼저 수익을 창출한 은상의 권유로 가상 화폐 시장에 뛰어들게 되고, J 곡선으로 '달까지 가자'는 소망을 꿈꾼다. "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겠다는데"(57쪽), 그것조차 힘든 5평, 6평, 9평에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일희일비하기도 하면서 행운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 작가님 필력이 좋아서 책이 금방 읽히며, 그들이 얻은 행운을 작은 위로와 희망이라는 형태로 나눠가진 기분도 든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밀려오는 상실감은 어쩔 수 없는 듯. 이는 해설(한영인)에 수록된 문장 "하지만 그가 누리는 행운을 오늘날 대다수의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358쪽)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시기를 겪지 못할 만큼 어렸거나, 이 시기를 겪고 나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이 경험은 행복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한 독자로서 지난한 삶에 대한 공감과 응원, 그리고 한편에 자리 잡은 씁쓸함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크게 공감할 수 있는인물이 없어서 아쉬웠다. 소설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와도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다. (그게 책을 읽는 이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기도 하겠지만…)
그냥, 인생 자체가 그랬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지날수록, 한 살 더 먹을수록 늘 전보다는 조금 나았고 또 동시에 조금 별로였다. (p. 98)
"우리 카지노 게임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카지노 게임,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카지노 게임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좋았다. (p. 193)
참 많은 걸 모르고, 또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어떤 것들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카지노 게임 것들을. (p. 314)
이 책의 주인공이 은상이나 지송이 아니라 '정다해'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은상이처럼 경제에 눈이 밝지도 않고, 지송이 같은 사업 아이디어도 없어서 적당한 행운을 얻어도 회사에 계속 다니겠다고 다짐하는 다해. '일단은, 계속 다니자.'(347쪽)는 주인공의 말처럼 일단 내일을 맞이해 보는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또 맞이할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서.
─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