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어린 시절 저는 선생님과 소소한 갈등이 잦은 편이었는데요. 더 안정적인 직업이나 전도유망한 학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만으로요. 그러니까 저는 성적 좋은 모범생이었으나 이상하게 속을 썩이는 애였던 겁니다. '그냥 좋다'나 '재미있다'라는 말은 제 꿈을 증명할 타당한 답변이 되지 못했거든요. 그것은 언제나 저를 속상하게 했고요.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답 맞히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그런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면 싶은 것이죠. 오늘 소개할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카지노 게임 추천 기벤라트도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나 교사가 되는 건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입식 교육과 엄격한 규율에 순종하거나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까지 그것을 성취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잃고 나서야 생각해 봅니다. 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 헤르만 헤세, 민음사
지금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푹 자고, 마음껏 울고, 한없이 꿈에 잠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 모든 번민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고 싶었다. (p. 176)
주인공 카지노 게임 추천는 작은 마을의 수재로 주목받는 학생이었다. 그는 소수 정예인 신학교 선발 시험에 합격하고 부모님의, 선생님의, 마을의 자랑이 된다. 하지만 입학 후 학교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계속되는 학업 압박감과 동급생의 죽음. 그리고 가장 친했던 친구와의 이별을 겪으면서 결국 신학교를 나오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와 기계공이 되어보려 했으나 그마저 쉽지 않았던지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 강물에 빠진 채로 발견된다.
무엇보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친구의 상실이란 청소년기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절친 하일너는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 소년으로, 성적을 중시하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 때문에 학교의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교장 선생님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불러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하일너는 정말 구제불능의 문제아였을까? 그는 그저 자기 말에 관심을 가지고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한 명의 학생일 뿐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하일너에게, 하일너에게 카지노 게임 추천가 그런 친구였으니까. 내가 혼동의 학창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었던 친구들 덕분이었다. 성격도 전혀 다른 둘이 대체 왜 친구가 되었냐고 묻던 교장 선생님에게 건넸던 카지노 게임 추천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그냥 제 친구일 뿐이에요.” 그것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어른에게 표현했던 유일한 반항이었다.
하일너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줄 누군가를 원했던 것이다. 학교와 인생에 대해 가히 혁명적이라고 불릴 만한 과격한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조용히 귀를 기울여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또한 왠지 울적해질 때, 자신의 머리를 무릎에 올려놓고 자신을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p. 118)
이 책에서 유일한 어른은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였다. 그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시험이란 단지 외형적이고 우연한 일에 지나지 않고, 시험에 떨어진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으며 탁월한 학생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20면)이라고. 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는 마을을 떠난 순간부터 그런 어른을 만나지 못했고, 영특한 학생이었던 소년은 표면적인 허상에 매몰되어 버렸다. 그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곁에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만 남아 있을 뿐이다.
되돌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의 꿈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았을 것이고, 성실한 그는 무엇이라도 되었을 테니까, 그냥 어린 시절에는 그가 좋아하는 낚시를 하다 지치면 풀밭에 드러눕고, 부드러운 토끼를 더 만지도록 놔두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저 너무 어렸고, 여렸으며 어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누구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품어줬으면, 조금 쉬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말해줬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는 강물에 떠밀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플라이크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 우리 모두 저 아이에게 소홀했던 점이 적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세요?”(262면)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 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p. 172~173)
지금도 숨 쉬지 못하고 있을 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먹먹해진다. 카지노 게임 추천와 같은 사유로 가라앉고 있는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자명하게도 어른의 탓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때 어른들이 했던 말씀의 저의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삶의 혜안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어떤 선택은 안타깝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들은 그 자체로 충분하며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딘가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를 만난다면 이런 얘기를 꼭 해 주고 싶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 생명을 사랑하는 것, 울고 싶을 때는 울고, 푹 자고, 좋은 꿈을 꾸고,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 삶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청소년보다, 저를 포함한,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요? 지금도 수레바퀴에 아래에 깔려 있을 수많은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