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Apr 21. 2025

외면카지노 쿠폰 않는 마음으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 『딸에 대하여』



카지노 쿠폰※ 해당 포스팅은 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무섭기도, 답답하기도 합니다. 사회에는 왜 이렇게 부당한 일이 많이 일어날까요? 왜 힘든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힘들어지기만 할까요? 하지만 정작 저조차도 못 본 척,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리는 일들이 많습니다. 너무나도요.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차별, 혐오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부당한 일들은 더 많겠죠. 세계에 만연한 차별, 혐오, 폭력 따위를 이길 수 있는 건 사랑과 연대밖에 없다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마음을 열고 행동하는 것. 누군가는 이미 그러고 있다는 사실. 어떻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언젠가 한 번쯤 다수가 아닌 소수로 살아간 적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될 수도 있겠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세상의 모서리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이들을 담은 소설 두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카지노 쿠폰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다산 책방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p. 120~121)



주인공 펄롱은 석탄 배달을 하며 아내 그리고 다섯 명의 딸과 함께 살아가는 성실한 소시민이다. 어느 날 그는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학대를 받은 듯한 초췌한 몰골의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제발 도와달라던 소녀의 간절한 부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듯 외면하고 돌아섰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그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카지노 쿠폰만 자신은 석탄 배달원일 뿐이고, 어떤 적극적인 행동은 생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를 망설이게 한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간절한 일일 테니까.



펄롱은 자기 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다시 한번 아이를 사제관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펄롱은 이미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그곳에 가서 신부님을 만나는 상상을 해봤고 그들도 이미 다 안다는 결론을 내렸다. (p. 117)



괴로워하는 펄롱에게 다들 "다 한통속(117면)"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모른 척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에게는 어렵게 얻은 소중한 일상이 있고,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소녀를 외면하고 미사를 보러 간 자신이 위선자 같기만 하다. 이런 마음 이면에는 그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펄롱 자신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덕분에 살아남았으니까. 그는 어린 시절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가사도우미인 어머니와 함께 그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는 그 소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펄롱이 세상의 가장자리로 한 발짝 나아가면서 이 소설은 마무리된다.


책을 덮고 나면 펄롱 모자를 거두어들였던 미시즈 윌슨의 따스함,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111면)" 만들고 싶어서 자신의 정체를 숨겼던 펄롱 아버지의 마음, 이를 이어받아 끝내 여린 손을 잡고 나오던 펄롱의 단단한 모습 같은 것들이 잔상이 되어 오래도록 맴돈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인권 유린 사건인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 소설은 말한다. 과거에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아픔에 직면하는 것이야 말로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121면)", 그래서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121면)"을 만들지 않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카지노 쿠폰







| 딸에 대하여

─ 김혜진, 민음사



그보다 더 심한 말을 속닥거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시시한 비난과 조롱을 피하자고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카지노 쿠폰 못하게 되는 것. 이제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 내가 너무나 많이 반복해 왔던 그런 일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p. 162)



주인공 '나'는 전직 교사로, 지금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60대 여성이다.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딸을 거두어들이게 되는데, 딸(그린)은 자신의 동성 애인(레인)까지 함께 데리고 온다. '나'는 딸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적당히' 사는 그런 평범한 삶. 카지노 쿠폰만 그녀의 딸은 불안정하게 살면서도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투쟁적인 인물이다. 가정 폭력이 일어나는 이웃집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시간 강사 생활을 이어가며 부당하게 해고된 동료 강사를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나'는 딸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잔인한 현실은 '나'의 직장에서도 이어지는데, '나'는 요양보호소에서 젠이라는 노인을 돌보고 있다. 그녀는 평생을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가족도 없고, 그저 치매에 걸린 노인일 뿐이다. 심지어 그녀는 부당하게 값싼 병원으로 쫓겨나기까지 한다. 한평생 타인을 돌보며 살았던 그녀가 아무런 돌봄도 받지 못하고 삶을 비참하게 마감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나'는 이를 외면카지노 쿠폰 못한다. 결국 병원에서 젠을 데리고 와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나'의 딸, 그리고 그녀의 애인이 함께 있었다. '나'는 그들 평생 이해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을 살아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한숨 자고 나면, 아주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어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카지노 쿠폰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득한 내일이 아니다. 마주 서 있는 지금이다. 나는 오늘 주어진 일들을 생각하고 오직 그 모든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식으로 길고 긴 내일들을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볼 뿐이다. (p. 197)



동료 강사를 외면하지 않는 딸과 자신이 돌보던 노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앞날이 그저 밝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적어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69면)"이나 "듣기 좋은 말과 보기 좋은 표정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사람(69면)"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갈 그들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두 편 모두 영화화가 되었다니 함께 보면 더 좋을 듯하지만, 이런 주제의 글이나 영화를 보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나를 괴롭게 하니까요. 이런 감정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불편함, 부끄러움 같은 것들 때문이겠죠. 그래도 또 다짐해 봅니다. 어떤 선행이나 옳음을 추구하는 일은 아무런 대가를 주지 못하고, 심지어는 나의 안위까지도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가는 마음.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없어서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