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용어에서 엿보는 언어변화
스타크래프트 용어에서 재미있는 (환유적?) 확장을 발견했습니다.
1 - “배를 째라 하다”
(2 - “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
3 - “째다” (자동사)
4 - “일꾼을 째다” (타동사)
( + "학원을/학교를/수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지 모르겠네요. '일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는 사건 구조가 전혀 다르지만...)
(대략 위와 같이 1에서부터 4까지의 순서로 확장됐을 것 같다는 직관은 있는데, 그게 어떤 인지 기제를 따라서 확장된 건지, 그런 확장 현상에 어떤 이론적 의미가 있는 건지 그런 걸 잘 모르겠네요.)
위 목록에서 “----------” 이하의 ‘3’과 ‘4’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용어라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1 - “배를 째라 하다”
이건 익히 아시는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배 째라는 얘기다.’≪한국경제 2011년 9월≫ (우리말샘 “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제어의 예문)
2 - “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우리말샘 뜻풀이에는 ‘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의미가 '막무가내로 배짱을 부리다.'라고 나오는데 좀 이상합니다.
실제로 ‘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이런 의미라면 “그는 배짱을 부렸다”의 의미로 '그는 배를 쨌다'와 같은 표현이 쓰여야 할 것 같은데 실제 용례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혹시 뜻풀이가 좀 부실한 게 아닐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수정: 이** 님의 댓글을 통해 자연스러운 용례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우리말샘 표제어는 ‘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데 예문은 ‘배 째라 하다’인 게 여전히 좀 불만족스럽긴 하네요.)
3 - “째다” (자동사)
스타크래프트 용어로 '막무가내로 배짱을 부리다.'에 가까운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
짧은 설명: 스타크래프트에서 전투원을 생산하지 않고 (자기 진영 방어에 신경쓰지 않고) 일꾼만 잔뜩 생산해서 자원 이득을 노리는 걸 '짼다'고 합니다.
긴 설명: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부하를 생산할 때 (1)일꾼을 생산하거나 (2)전투원을 생산하거나 할 수 있는데,
(1)일꾼은 전투력이 아주 약해서 자기 진영 방어에 별로 도움이 안 되지만 자원 채취를 할 수 있고,
(2)전투원은 잘 싸워서 진영 방어에 활용할 수 있지만 자원 채취를 할 수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대 진영을 정찰하지 않으면 상대가 전투원을 생산하고 있는지 일꾼을 생산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 초반에 상대가 공격해 올 가능성을 일단 배제하고 전투원 없이 (즉 본진 방어 체계를 매우 허술하게 둔 채로) 일꾼만 엄청 늘려서 자원 채취량을 확 늘리는 전략이 있습니다. 이때 상대가 간파하고 쳐들어오면 게임 끝이지만 성공하면 초반에 큰 자원 이득을 보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이렇게 전투원 없이 일꾼만 늘리는 걸 알게 되면 보통 괘씸해 합니다.
이렇게 전투원을 생산하지 않고 (자기 진영 방어에 신경쓰지 않고) 일꾼만 잔뜩 생산하는 걸 '짼다'고 합니다.
----긴 설명 끝----
실제로는 이렇게 쓰입니다.
(상대 진영을 정찰해 보니 전투원은 없이 일꾼만 잔뜩이라는 걸 알고)
"얘 너무 째는 거 아니야?"
('내가 아예 안 쳐들어갈 거라 생각하다니 괘씸하다')
'아니 왤케 째?'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보면 게이머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응징에 들어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4 -"일꾼을 째다" (타동사)
"드론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드론'은 일꾼의 한 종류)
3의 자동사가 이제는 '일꾼'을 목적어로 가지는 타동사가 된 것입니다.
'자, 이제 저는 드론을 째 줄게요.'
(전투원 생산 없이 드론 일꾼만 잔뜩 생산하면서 그걸 시청자한테 설명하는 게이머)
'드론 개짼 저그상대로 빠르게못죽이면 겜터지는데 ㅋㅋ' (실제 시청자의 채팅)
즉 A가 공격을 안 할 거라고 B가 믿고 B가 전투원 없이 일꾼만 잔뜩 뽑으면 자원을 엄청 많이 먹으면서 시작하니까 B가 너무 강해지기 전에 A가 빠르게 공격해서 끝내지 않으면 '겜 터진다(절대 못 이길 정도로 심하게 기운다)'는 말
실제로 1 (- 2) - 3 - 4 순서로 확장된 게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는 아마도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재미있어 보여서 공유드립니다 ㅋㅋ
예전에 페이스북 '언어학' 그룹에 공유했던 글을 약간 정리해서 올려 본다.
'배 째라 하다' - '카지노 게임 사이트' - '일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지금 보기에도 흥미로워 보인다. 이론적으로 의미 있는 분석을 하기에는 지금도 아는 게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