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오 김 Sao Kim Feb 06. 2025

나의 JLPT 이야기(2) - 대상카지노 쿠폰?

대학 1학년 때의 N2 시험과 대상카지노 쿠폰

(이 글에서 계속)


2. 대학교 1학년 때의 N2 시험(169/180)


그 뒤로는 카지노 쿠폰와 별 인연이 없이 살아가다가, 외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하고서 첫 학년의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할 때쯤, 이번엔 한 급수 높여 N2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접수가 매년 9월쯤이니, 그때쯤 그랬겠거니.)


배경을 말하자면,

중학생 때부터 이 언어 저 언어 건드려 본 건 많은데 객관적으로 실력을 증빙할 수 있는 자격시험 성적이 없어서 아쉽다, 라는 생각을 그 무렵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여름 무렵부터 종각역 근처에 있는 시사중국어학원에 다니면서 HSK 4급 시험을 준비해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합격했고, (뭐 4급이지만...ㅋㅋㅋ)

(HSK 이야기는 다음에 해 보도록 하겠다. 조만간 6급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직 너무 어려워서 5급 갱신이나 고득점 정도로 목표를 하향조정할 수도 있다.)


HSK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이번엔 일본어다’ 싶었나 보다.


그래서 곧장 바로 옆에 있는 시사일본어학원의 JLPT 수업을 등록했고, JLPT N2 시험에도 접수했다. (뭐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음)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외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종각역으로 가서 학원 수업을 듣고 당시 6호선 화랑대역 쪽에 있었던 집으로 돌아가면 꽤 늦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소위 ‘아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로 집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며 여가를 즐겼다.


종각역 시사중국어/시사일본어 학원에 다닐 무렵에는 중국어 청해 연습 목적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咱们结婚吧,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릴 겸 일본어 청해 연습도 할 겸 해서 보기 시작한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같은 것에 푹 빠져 있었다. (당시에는 다음 tv팟에 이런 영상이 많이 돌아다녔다.)


빠져도 좀 적당히 빠져야 하는데, ‘아싸’의 외로움 때문이었는지 나는 그런 것에 너무 빠져서, 시험 기간에도 시험 공부를 미루고서 그런 영상만 한참 보곤 했다.


기껏 입학한 대학에서 1학년부터 시험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중국 드라마 볼 건 볼 것대로 다 보고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서 시험을 쳤다. 그러면서도 저녁에 일본어 학원은 계속 다녔다.


학원에 가니 너무 피곤해서 집중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든 날도 있었는데 그래도 더 힘을 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공부로 먹고살겠다는 거창한 생각을 가졌으니만큼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미묘한 의무감 내지 위기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드라마를 끊든지, 자기 역량부족과 게으름을 직시하고 그런 생각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안고수비...)


대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 중국 드라마도 보고 시험 공부도 하고 일본어 학원도 다니려니 잠을 세 시간만 잔 날, 네 시간만 잔 날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머리를 감는데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리니 두피 쪽이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아팠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냥 하루 일정을 다 소화하고서 집에 와 또 중국 드라마를 보며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기력이 빠져서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열이 났다. (잘 기억 안 나는데 아픈 걸 맨 처음 감지한 걸로부터 하루이틀 더 나중이었을 수도 있다.)

(귀 안쪽이 부은 듯이 땡기고 아픈 증상, 목 부위 임파선이 퉁퉁 붓는 증상도 있었던 듯.)


부모님한테 증상을 말씀드리니 왼쪽 머리를 보시더니 두피에 무슨 카지노 쿠폰같은 게 생겼다고 하셨다. 나중엔 얼룩덜룩한 뭔가가 얼굴에도 생겼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여기저기 병원에 가 보면서 그 증상이 뭔지 모르고 헤매다가 결국 ‘대상카지노 쿠폰’ 진단을 받았다. 원래 대상카지노 쿠폰은 주로 한 쪽에만 생기는데, 나는 한 쪽에 포진이 많기는 했지만 반대쪽에도 증상이 없던 건 아니라서 진단이 늦어졌다고 했던 듯.


신경이 지나가는 영역을 봤을 때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눈에도 카지노 쿠폰이 생겨서 실명할 수도 있댔나? 아니면 다행히 그런 신경은 피한 거랬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두피에서 턱을 지나는 신경을 따라 카지노 쿠폰이 생기고 있댔던 것 같다.


하여튼 겁도 많고 엄살도 많은 내게 있어서 대상카지노 쿠폰이라는 진단명은 꽤 거창한 것이었다. 한 달 정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며 최대한 휴식을 취했고, 그냥 중간고사랑 학교 수업/과제에만 집중하면서 시사일본어학원 JLPT 수업도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카지노 쿠폰


1주일인가는 매일 약을 이만큼씩 먹었다.


(당시 사진을 찾느라 페이스북을 뒤적이다 보니,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쓰리고 저리다가 바늘 수십 개가 두피를 쿡 찌르는 느낌이 들고 고막이 띵 해서, 도저히 못 자겠다 하고 다시 일어났다’라는 언급이 있다. 친구 한 명은 ‘대상카지노 쿠폰’을 검색해 보고 환공포증이 왔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막상 나는 수포가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당시 내 두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카지노 쿠폰


+ 당시 올렸던 글. Теперь мне надо есть и отдыхать (или спать) больше и чаще.

대충 ‘이제 더 많이, 더 자주 먹고 쉬고 자고 해야겠다’라는 내용이다.

이땐 고등학교 졸업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라 러시아어 실력이 아직 괜찮았다. 뭐 100% 다 맞거나 자연스러운 말인진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때 아팠던 게 그 뒤로 더 소극적이어지는 데 한몫했던 것 같다. 다시 아플 수도 있다는 이유로 약속도 잘 안 잡고 활동도 잘 안 하고...ㅋㅋ 겁쟁이같으니 (사실 지금도 집에 있는 게 제일 마음 편함)



하여튼 대상카지노 쿠폰 소동이 10월 중하순경이었고, 이미 접수해 둔 JLPT N2 시험은 12월 초였다.


약을 열심히 먹고 잘 쉬어서 무사히 대상카지노 쿠폰과 이별하고, 이제는 시험 날짜가 다가왔다.


그런데 기껏 등록했던 학원도 대상카지노 쿠폰 탓에 중간에 그만둬서 준비 상태도 애매하(다고 생각했)고, 12월 초면 나름대로 대학 첫 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가 코앞인 시점이니 그냥 시험공부에 집중하고 JLPT에는 가지 말까 싶었다. (기말고사가 아니라 무슨 과제 데드라인이 코앞이었나 아무튼 그랬다.)


그런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하니까 어머니가 막 화를 내셨다. ‘고등학교 때도 기껏 돈 들여 N3 시험 접수해 놓고 안 가서 돈 날리더니 또 그러냐? 그냥 무조건 다녀와라!’라는 거였다.


듣고 보니 할 말도 없고 그래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슬리퍼만 신고서 시험장으로 급하게 뛰었다. 아마도 아주 촉박하게 도착했던 것 같다.


막상 그렇게 하니 어찌어찌 시험을 잘 치러서, 이번에는 (내 기억이 맞다면) 180점 만점에 169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N2 자격증을 따 내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성적표가 어디 있을 텐데 잘 못 찾겠다.)


카지노 쿠폰


(수정추가) 성적표는 못 찾았지만 성적표를 찍어 뒀던 사진은 찾아냈다.

독해와 청해는 만점을 받았고, 언어지식에서 11점 깎였다.



어머니께 감사할 일이다. 뭐든 일단 해 놓고 보면 뭔가가 남는다는 긍정적인 교훈을 주는 경험이 되었다.


(다음에 계속...)



+ 생각해 보니 1학년 여름방학 때 진흥회 한자시험 2급도 준비해서 붙었었다. 뭘 더 하기는 했구나.


+ 요즘 가끔 시간 날 때 아랍어, 중국어 공부 인증 일기를 올리고 있다.


https://m.blog.naver.com/ktb2024/2236868016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