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이건 글쓰담의 기록이자 책에 대한 소회이다.
설 명절을 보낸 여독을 가지고 책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내고자 깊은 밤 자리에 모였다. 마흔 줄, 비슷한 또래, 딸로, 며느리로, 엄마와 아내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문학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들이다. 한창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한강 작가의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를 각자의 가슴에 품고서 잠시 식은 한강 열기에 늦게나마 한 마디를 더해 본다.
이번 책을 고른 지영민 작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책은 도저히 제가 발제할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장을 공유하면서 생각을 나누면 좋겠어요. 저는 쉽지 않더라고요. <소년이 온다랑 느낌이 되게 달랐어요. <소년이 온다는 뭔가 서사가 있었는데 여기는 너무 잔잔한데 내면으로 파고드는내용이라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 슬펐어요. 뒷부분에 자기가 죽은 건지, 친구가 찾아와서 만났는지 의식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흘러가잖아요. 인터뷰랑 옛날이야기 나오는 부분이 계속 슬펐는데 제주 4.3에 관련된 내용인지 모르고 읽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하던 제주도랑 읽고 나서 생각하는 제주도가 달라졌어요."(나나스크)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에 많은 감정이 묻어 있다.
"책 속에 빨려 들어가서 읽은 후에도 일주일정도 계속 그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4.3사건 관련된 동영상, 영화도 다 찾아보고. 서서히 빨려 들어가게 만들어서 결국 내가 경험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어요. 마치 내가 그 시대, 거기서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현실에 나온 느낌이었어요.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미진)
"폭설이 내렸잖아요. 책 속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나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에 빠져 있는 느낌이었어요. 눈에 파묻혀서 그 마을 어딘가 계속 허우적대고 있는 느낌. 어젠 본의 아니게 불을 끄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책을 읽었더니 정전이 된 인선이 집 체험을 한 것처럼 아주 깊이 빠져서 읽었어요. 묘사가 너무 세밀하잖아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니까 한 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굉장히 천천히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마치 한강 작가님이 저한테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경험을 했어요."(이다)
"저도 4.3사건을 다룬 이야기 정도만 알고 시작했는데 눈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사건의 발단, 전개보다 눈 이야기라 작가님이 눈에 대해 말하고 싶구나 했어요. 제가 산 밑이라 온통 눈밭인 환경에 겨울 내내 있는데 이 눈마을을 보기 위해 1년을 견뎌도 의미 있겠다 싶을 만큼 눈의 아름다움에 취해 지내거든요. 책에서 카지노 게임 시적으로 묘사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눈은 모든 걸 간결하고 단순하게 만든다는 걸 느끼고 있었거든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자꾸만 잊고, 잊혀 가지만, 과거를 잊지 말아야 되고 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 작별카지노 게임 않아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작가님이 눈은 죽음과 삶 사이의 공간, 인간의 어둠과 빛 사이를 가득 채우는 그런 것이라고 하셨던데 제 생각이랑 약간 다른 데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구체적인 역사에 대한 얘기 없이 너무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비평이 있던데 작가님이 원하신 건 이 상황에 흠뻑 빠져서 인선과 경하가 되어 보는 것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 작가님 의도에 맞춰 충분히 빠져서 읽었습니다."(뮤뮤)
"제가 소설을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잘 쓰시는 분의 책을 읽다 몰입하면 이 사람이 어딘가 진짜 있을 것 같고 슬퍼져서 생활이 안 될 정도로 힘들거든요. 그래서 감정 소모되는 걸 잘 안 보려는데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를 한강 작가님 작품 중 입문용으로 가장 먼저 추천한다고 들었어요. 뮤뮤님 이야기처럼 사건을 너무 가볍게 다루지 않냐고 하지만 오히려 너무 깊지 않게 다뤄 주셔서 좋았어요. 현실과 꿈이 만나는 장면에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많이 헷갈리더라고요. 한 번만 봐서는 100% 다 이해를 못 할 것 같아서 아쉬워요. 눈 결정이나 모양 같은 과학적인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내시는 부분이 놀라웠어요. 눈 내리는 것을 보고 결속에 대한 이야기,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약간 부러웠어요. 단순히 제주 사건이 아니라 조금 더 주변에 소중하게 여기는 결속이나 연이 끊어지는 것에 대해많이 생각하고 쓰신 것 같아요."(마이라떼)
"사람들이 너무 슬프다,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들을 해서 한강 작가님 책을 사놓고도 손을 못 대겠더라고요. 작가님이 묘사를 특이하고 특출나게 하셔서 신선한 느낌이에요. 계속 생각하면서 읽어야 되는 글이구나 했어요. 뭐 때문에 저렇게 카지노 게임 헤쳐가며 집에 찾아가는지 그게 무슨 의미일지 계속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인선이 엄마가 굉장히 흥미로워요."(가독성)
내가, 눈만 오민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 헌디 너가 그날 꿈에, 그추룩 얼굴에 눈이 히영하게 묻엉으네…… 내가 새벡에 카지노 게임 뜨자마자 이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했주. 허이고, 나는 너가 죽은 줄만 알아그네. (작별하지 않는다|p.86)
"한강 작가님이 자전적 소설을 쓰셨나 했어요. 얼마나 행복했다가 불행해지면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었던 기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p.29) 이렇게 느낄까 싶어서요. 이 책이 학살에 대한 거라 가족이랑 이웃이 자기가 보는 앞에서 살해당하고 생이별하고 그 사람을 찾아서 60년 동안 헤매는 얘기가 쭉 나오잖아요. 근데 그런 정서가 작가가 느낀 거랑 본질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래서 이 정도 생각을 이해할 수 있으면 너희도 4.3 사건을 경험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로 읽혔어요. 저는 외국 작가의 디테일하고 인터뷰 자료도 많은 4.3사건 책을 먼저 읽었더니 이 책이 되게 답답했어요. 1부에서는 언제 집에 가나? 하고 2부에서도 시원하게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이 8~90년 전 일이라 직접 경험하신 분들은 거의 돌아가셔서 지금 우리는 이렇게 안개에 싸인 것 같이 이 사건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같아요."(지영민)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는 끝까지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끝까지 그 카지노 게임을 놓아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4.3 사건도 잘 모르고, 노출이 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더 미궁 속에, 폭설 속에 몰아넣음으로 더 알고 싶어 지게 만드는 책이 아니었나 했어요. '우리는 이런 잔인한 이력이 있었어'보다 눈밭에서 고군분투하면서 힘들었던 것들이 4.3사건을 느끼게 카지노 게임 않았나 싶어요."(이다)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p.220)
"초등학교에서 모두 총살당했던 장면이 짧지만 강렬했어요. 해방한 지 얼마 안 된 시대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최근 일들을 보면 이 시선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내 편 아니면 빨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게. 죄짓지 않으면 안 끌려가는 거 아니냐는데 그걸 누가 판단하나? 나는 선량한 시민인가? 어떠한 방법으로 선량한 사람임을 입증해야 하나?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인선과 경하의 이야기를 통해서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은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에 점점 스며들게한 것 같아요. 약간 반전되면서 강한 이야기를 던지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 건 작가님께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후벼 파지 않으려고 했대요. 직접 인터뷰를 하는 대신 기사나 책에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대사를 쓰셨더라고요. 제주도 방언이 너무 생생해서 피해자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기사를 재창조하신 거라고 해서 소름 돋았어요. 작가님은 이 정도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소설을 쓰는구나 했어요.
한강 작가님이 악뮤 노래를 듣다가 우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에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라는 가사가 있어요. 바다만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바다는 마를 수 없잖아요. 이 이별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수십 번 들으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건 천재끼리 통하는 가사구나 했어요. 그만 잊으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고, 그 사람들은 아직 작별카지노 게임 않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마이라떼)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p.109)
이 책이 시를 이어써놓은 느낌이라는 가독성 작가는 눈처럼, 새처럼 가볍다는 시적인 표현을 언급했다. 가벼워 보이지만 그 역시 무게가 있음을. 4.3사건이 5.18에 비해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 가벼워 보이는 것의 무게도 생각하고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말한다.
"역사 강의하시는 최태성 선생님이 본인이 생각할 때 역사는 평면적이래요. 납작한데 이렇게 소설가가 써놓은 개인들의 이야기는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런 디테일한 경험들이 역사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고 하더라고요."(지영민)
제목이 뭐야?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작별인사만 카지노 게임 않는 거야, 정말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p.191-193)
"이 제목이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잖아요. 나는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너도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우리는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그들은 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 우리말은 주어가 필요 없는데 유럽 10개국에 번역되면서 제목을 도대체 뭘로 해야 될지 엄청 고민을 많이 했대요. 유럽도 영어도 문장의 주어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나만 작별하지 않는다'면 안 되니까 고민하다가 나온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이래요. 여기서 계속 나왔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덮었던 그 눈이 지금 내가 맞는 눈일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잊혀진 사건이지만 이 카지노 게임 통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돼. 작별하지 말자는 의미로 와닿았어요."(이다)
물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순환하지 않나. 그렇다면 인선이 맞으며 자란 눈송이가 지금 내 얼굴에 떨어지는 눈송이가 아니란 법이 없다. 인선의 어머니가 보았다던 학교 운동장의 사람들이 이어 떠올라 나는 무릎을 안고 있던 팔을 푼다.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는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p.133)
깊은 겨울밤 눈보라로 설연휴 귀성, 귀경길이 막혔던 그네들의 감성으로 책을 다시 읽으며 카지노 게임 생각했다. 호랑이가 엉뜨 켰다는 남부지역에서 보긴 어렵지만 세상을 가득 메우는 눈의 감성을 상상한다.
새인 줄 알았던 눈송이들(59), 수천수만의 새떼 같은 눈송이들(67)은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회백색 덩어리(71)같은 눈보라다. 고요한 서울의 눈과 다른 눈보라(63)는 버스에서 내려 헤치고 걸어야 하는 눈보라(87)였다. 삶과 죽음 사이를 메우는 눈은 선득한 물방울로 녹아 눈시울로 스민다(125). 꿈 속에서 본 다섯 살 애기 얼굴의 녹지 않는 눈(81)이기도 하고 엄마 어렸을 적 본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여동생의 시신 위로 녹지 않고 쌓이던 눈(84)이기도 하다.
건천에 빠지지 않았다면 아마를 살릴 수 있었을까(155)라는 경하의 후회는 더 일찍 대구형무소를 찾았다면 외삼촌을 만날 수 있었을까(270)하는 엄마의 통한과도 맞닿아 있다.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 신경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뭐, 썩는 거지. 수술한 위쪽 마디가.(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p.40)
서로 동떨어지고 개연성이 없어 보이던 1, 2부는 다시금 읽으면서 찬찬히 살피자 미세하게 연결된 문장들이 드러난다. 손가락 신경을 지키기 위해 피가 멈추지 않도록, 계속 통증을 느껴야 하는 인선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역사의 상처인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아픔을 느껴야만 우리의 역사 신경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을 다시금 살펴 읽는 동안 따뜻한 남쪽나라에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을 덮을 듯이 하염없이. 너 역시 눈을 보고 기억하라 말한다. 그들의 차가운 시신 위에 쌓였던 그 눈이 여기에도 있다고.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 같은 수백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작별카지노 게임 않는다|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