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남편과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여행할 때는 의견 대립이 거의 없는 편이다.
숙소를 외곽에 잡아서 온 도시를 누빌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택시보다는 걷거나 대중교통수단이용해서 현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둘 다 박물관을 좋아해서 패스는 꼭 구매하는 편이고, 식카지노 게임 대부분 재래시장에서 이름 모를 맛있게 생긴 것들로 해결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생경했던 음식은 양곱창으로 만든 코코레치라는 케밥이었는데, 각종 향신료의 풍미와 부드럽게 씹히는 양곱창의 조화가 한 입 베어 물자마자 하나 더 시키게 만드는 맛이었다. 남편이 반쯤 먹었을 때 하나 더 시키는 걸 보고 나도 하나 더 시켰더니, 주인아저씨가 '너네들이 이 맛을 안다고?' 하는 듯한, 묘하게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언젠가 이 아저씨에게 대구 막창으로 응수하리라 몰래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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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어르신이 올라타면 어느 하나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카지노 게임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훈훈해서라기 보다는 카지노 게임하는 자와 카지노 게임받는 자가 서로 주고받는 표정과 몸짓에 놀랍게도 한국의 8-90년대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그 시절의 양보에는 마치 내가 아는 집안 어르신이 올라탄 듯한 기꺼움이 있는 반면, 요즘의 양보는 어딘가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스탄불에서 옛날 한국 스타일의 양보를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일곱 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또 있다.
남편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한 손님에게 활짝 웃으며 다가가더니, 그 손님의 딸로 보이는 어린이에게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쥐어주는 게 아닌가! 친구인 모양이었다. 딸내미는 아빠 눈치를 한번 보고, 아빠는 식당 주인에게 '아니야 넣어 둬.'를 두어 번 정도 시전하고는 서로 못 이기는 척 마무리되는 퍼포먼스에,
'아니, 세상에... 이걸 여기서도 한다고?'
마치 이런 귀여운 문화가 지구에서 사라지길 바라지 않는 한 비밀 집단이, 각 문화권의 사소하고 특이한 인간 행동을 수집해서 몰래몰래 퍼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고증이었다 (참고로 방금 쓸데없이 떠올라버린 그들의 단체명은 Humankind Cuteness Archive International (HCAI)).
이스탄불엔 귀여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안기기도 하고, 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가는 곳마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서, 집에 오니 일말의 박탈감마저 들었다.
사실, 일말이 아닌 커다란 박탈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인간미 넘치는 곳에 있다가 조용하고 개인주의적인 동네로 카지노 게임오니, 몸은 카지노 게임왔으나 도무지 카지노 게임와 지지가 않는다.
물론 우리 동네엔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의 강렬한 태양이 있지. 그치만 오늘은 그 마저도 조금 부담스럽고 적당히 좀 밝았으면 좋겠네. 아직 카지노 게임온 지 이틀 째라 밤낮이 바뀐 탓도 있겠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우리 동네가 이렇게 느껴지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