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주년 4.19 혁명을 맞이하며
2024년 12월 3일 22시 23분. 대통령은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국회를 봉쇄하고 집회 결사의 카지노 게임를 금하고 이를 어기면 ‘처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45년 만의 계엄선포였다. 21세기의 내란은 잠자고 있던 세포들을 깨웠다. 그날부터 나는 깨어났다. 척결되고 처단되어야 하는 대상은 독재와 반민주 세력이다.
주말마다 광장에서는 탄핵 집회가 열렸고, 많은 사람이 휴일을 반납하고 토요일 4시가 되면 광장으로 모였다. 눈이 내리든, 비가 오든 시간만 되면 뚜벅뚜벅 발걸음은 광장으로 향했다. 많은 이야기와 많은 노래와 많은 영상을 함께 나눴다. 내 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더 힘이 났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어깨가 아프도록 안고 있는 젊은 부부들, 직장에서 막 퇴근한 듯 정장에 구두를 신은 사람들, 하얀 머리가 듬성듬성한 할아버지들, 브로콜리처럼 뽀글뽀글 파마한 할머니들. 새내기티가 팍팍나는 대학생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다양한 사람들만큼 다양한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정당 깃발, 단체 깃발, 지역 깃발은 물론 마녀 깃발, 게임 깃발, 무지개 깃발 등등을 세차게 흔들며 존재를 과시했다. 우리 모두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간절했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카지노 게임. 내가 광장에 나가는 이유이다.
집회한다고 한 시간 아스팔트에 앉아 있고, 행진한다고 한 시간 아스팔트를 걷고 나면 다리가 아프지만, 같이 걷는 낯선 사람들과 연대감을 느끼며 힘을 받는다. 행진 마무리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우리가 바라는 세계를 소망한다. 함께 간 중학생 아들딸도 소극적으로 응원봉을 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구호 소리가 들리고, 응원봉도 더 높이 올라간다. 촛불에서 응원봉까지. 빨주노초파남보 번쩍번쩍 빛을 내는 응원봉이야말로 깃발만큼이나 다양성을 보여주며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주문을 외듯, ‘나의 소원은 민주, 꿈에도 소원은 민주’를 중얼거린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카지노 게임가 가져온 카지노 게임이고, 이제 그 카지노 게임를 지키기 위해서는 카지노 게임가 제대로 서야 했다.
봄이 왔지만, 광장은 여전히 추웠다.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취소 소식은 더 많은 사람을 광장으로 끌어냈고, 변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고도 묵묵부답 답이 없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사람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부산에서도 파면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우리 집을 대표하여 나도 파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추운 날씨에 단단히 차려입고, 단단히 준비하고, 단단히 마음을 잡았다. 자정 무렵 서울에 도착했더니 24시간 철야 집중 행동은 이미 시작되어 진행하고 있었다. 은박깔개에 앉아 은박담요를 덮으니, 생각보다 따뜻했다. 마치 인간 키세스가 천개의 돌탑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밤의 집회는 2시간 진행되고, 1시간 쉬고, 다시 2시간 집회가 이어졌다. 쉬는 한 시간 동안 하늘의 별을 보며 쪽잠을 잤다. 초승달이 걸린 하늘은 청아하고 맑았다. 낯선 이들과의 하루는 우리의 확신을 확인시켜 주었다. 반드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2025년 4월 4일 10시 22분에, 8:0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선고되었다. 이 당연한 결과에 눈물이 흘렀고, 우리는 이제 승리의 함성을 지르기 위해 그날 광장으로 모였다. 2시간여 동안 신나는 축제가 열렸다. 끝내 시민이 이겼고, 카지노 게임가 승리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랑스러움이 벅차올랐다.
카지노 게임를 꽃피운 고대 아테네는 원래는 왕정과 참주 정치가 이어진 곳이다. 참주의 폭압 정치에 아테네인들이 들고일어나 그들을 추방했고, 국가의 권력을 민중이 나눴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는 그렇게 점점 강성해졌다.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 어느 면에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밝혀졌다. 왜냐하면 아테네인들이 참주들의 지배를 받는 동안에는 전쟁에서 어떤 나라도 능가할 수 없었지만, 참주들에게서 벗어나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들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주인이 된 다음에는 막강한 페르시아의 공세에 굴하지 않고 끝내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카지노 게임는 그런 것이다.
우리 민족도 강압적인 무단 통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본을 몰아내고, 민중을 탄압하는 폭력적인 독재자를 끌어내렸다. 20세기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사람들이 흘린 피로 완성되었다. 1987년 이후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은 있었을지언정 카지노 게임가 위협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카지노 게임를 실현했고, 우리는 카지노 게임가 주는 달콤한 카지노 게임를 맛보며 살았다. 영화로만 보던 독재정치는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게도, 그 시대를 겪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공포를 준다. 더 이상 예속되어 살 수 없다는 간절함이 모여 빛의 혁명을 이루었다. 카지노 게임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보편적 정의이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대감에서 빛을 발한다.
2025년 4월 5일 자 경향신문의 1면은 단 15글자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카지노 게임로」로 채워졌다. 신문을 벽에 걸어 놓았다. 그 문장들과 마주칠 때, 가끔 가슴 벅찬 눈물이 맺힌다. 달달한 눈물이 쓰디쓴 눈물이 되지 않도록.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65주년 4.19 혁명을 맞이한 오늘.
내란종식과 반카지노 게임세력 척결을 위해 광장에 선다.